日 한국 백색국가 제외 결정…은행권, 기업 지원안 강구

피해 기업 여신 지원 외 대체 기업 성장에도 방점

금융입력 :2019/08/02 11:19    수정: 2019/08/02 15:32

일본이 2일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열린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의결함에 따라 은행업계는 피해 기업의 범위와 관련 여신 동향을 모니터링하느라 분주하다. 은행업계는 피해 예상 기업에 금융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일단 국내 은행 중 신한은행은 지난달 31일 소재·부품 전문 기업을 지원하는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소재·부품 제조나 관련 생산 설비 제조를 주된 사업으로 하는 중견·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대출로 일본 수출 규제 피해 기업도 해당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일본 수출 규제로 피해를 입은 기업의 경우 연 0.3%p의 금리를 할인해준다. 또 신한은행은 분할 상환 기일이 도래한 피해 기업에 대해 분할 상환금 유예해주고, 원금 일부 상환 조건이 있는 대출 만기 도래 시 일부 상환을 면제해주고 만기를 연장해준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KEB하나은행은 일본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으로 인해 연체나 부실 징후 기업이 있는지를 모니터링하고 금융 지원책을 논의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수출 제한 조치 피해 기업과 금융 보복 피해 기업, 불매 운동 피해 기업, 대체 품목 생산 기업 등으로 구분하여 지원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답변했다. 생산 차질이 이뤄질 경우 일시 유동성 자금을 지원하고 반도체 등 연관사업 중소기업의 여신 만기 연장과 금리 감면 지원을 추진 중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일본 은행 거래 기업의 대환 대출 자금을 지원하고 대체 품목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시설 자금과 글로벌 소재·부품 기업 대상 인수합병 지원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관련 대출 상품을 출시하거나 기한 연장 시 상환 비율을 감해주는 방안, 금리를 깎아주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해 영향도가 있는 기업의 대출 현황을 보고 있으며 건전성 관리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 등의 주채무계열인 우리은행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두 기업 등의 영향도를 확정할 수 없는 만큼 일본 수출 규제 피해 관련 금융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 수출 규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에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등 유동성 지원과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피해 예상 산업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상생 대출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말 삼성전자가 단기 차입 형식으로 우리은행 등에 빌린 금액은 7조3천857억여원이다.

제조 중소기업의 여신 비율이 60%인 IBK기업은행도 금융지원책을 고심하고 있다. 김도진 행장은 1일 "일본 수출 규제 기업의 선제적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1년 여마다 대출을 갱신하는 중소기업들의 현장 파악은 기본적으로 하지만 규모를 아직까지 확정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다양한 사업군에 등록한 곳들이 많아 일본 수출 규제 피해 규모들을 현재 확정하기 어려운 면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후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와 관련한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화이트리스트 발표 내용 평가, 우리 경제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외환시장과 외화차입여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논의한다. 오전 11시 11분 코스피 지수는 2천선을 회복했지만, 다시 2천선 아래로 떨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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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이날 일본 정부의 결정과 관련해 3일 은행장 소집 간담회를 열기로 했으나, 우리나라 정부가 오후 2시 정부 합동 브리핑 이후 간담회 개최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금융위 최종구 위원장은 대일 대외부채 등을 고려했을 때 큰 금융 위기를 예단하긴 어렵다고 지난 6월 28일에 밝힌 바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6월 낸 '2018년말 지역별·통화별 국제투자대조표' 잠정치에 따르면 2018년말 대일 대외채무는 833억달러로 2017년말 860억달러 대비 27억달러 줄었다. 부채 현황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일본의 ▲직접투자(496억달러) ▲증권투자(206억달러) ▲파생금융상품(14억달러)▲기타투자(118억달러)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