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로 택시 손 잡아준 국토부

[백기자의 e知톡] 손발 자른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인터넷입력 :2019/07/17 16:56    수정: 2019/07/21 09:21

택시의 힘은 강했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택시 서비스를 두고 기존 택시업계와 IT기술 기반의 모빌리티 업계 간 갈등이 큰 가운데, 정부가 앞뒤로 택시업계의 손을 잡아줬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택시업계의 판정승입니다.

국토교통부는 택시제도 개편안에서 모빌리티 업체들이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를 제도화 하고, 택시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서비스 혁신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관련기사:IT회사도 택시면허 활용해 운송사업 가능해진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문제는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를 제도화 하면서, ‘타다’ 같이 렌터카 기반의 서비스를 허용할지에 대해선 결정을 보류했다는 점입니다. 이 말은 플랫폼 택시를 서비스 하려면 차량을 보유한 기존 택시 사업자들과 손을 잡거나, 업체가 자기 차량을 구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어떻게든 택시쪽과 접점이 있어야만 플랫폼 택시 서비스도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관련기사:국토부, 렌터카 택시 '타다' 허용 보류…불법논란 'ing')

또 정부는 면허제도와 규제를 받아온 기존 택시와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사회적 기여금을 받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이 돈을 기존 택시 면허권 매입, 종사자 복지에 활용하는 등 택시업계와 상생하는 데 쓰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런데 말이 좋아 기여금이지, 사실상 택시감차에 드는 비용을 플랫폼 사업자에게 전가시키고 택시기사들과 택시업계 발전기금을 강제로 내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상생을 위한 기여금이란 아름다운 단어로 포장됐지만, 택시기사들과 업계 발전을 위한 강제 세금과 같습니다. 나아가 기여금을 낼 수 있는 형편이 되는 큰 기업들에게만 사업 기회가 쏠릴 거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VCNC가 서비스 중인 '타다'

국토부는 또 플랫폼 택시의 경우에도 최소한의 안전이 확보되도록 택시기사 자격보유자로 자격관리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면허나 사고이력 등 특별한 자격요건이 필요 없었던 타다 운전자의 경우 택시기사 자격을 획득해야 하는 또 하나는 장벽이 만들어진 셈입니다. 불법 서비스 기로에 놓인 타다 측은 차량 수급은 물론, 기사 공급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덕분에 현재 운행 중인 타다는 불법인지, 합법인지 모를 애매한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서비스가 지속될 전망입니다.

국토부의 이번 개편방안을 놓고 업계 의견은 엇갈립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마카롱택시 등 택시 쪽과 접점을 갖고 플랫폼 택시 사업을 준비 중이거나 진행 중인 업체는 찬성을, 그렇지 않은 타다와 같은 업체와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반대의 입장을 표했습니다. 특히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개편안 마련에 협조해 오던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관련기사:국토부 택시제도 개편안에 업계 ‘찬반’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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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개인택시조합이 국회 정문 앞에서 타다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풀러스’의 출퇴근 시간 선택제 시행으로 촉발된 모빌리티 업계와 택시의 갈등은 결국 택시 업계의 판정승, 그리고 절반의 모빌리티 업계 찬성으로 일단락된 모습입니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와, 잇따른 택시 기사들의 분신 사망, 그리고 ‘타다 아웃’으로 이어진 개인택시사업자와 타다의 갈등은 결국 모빌리티 업체들의 양보와 굴욕의 역사로 남게 생겼습니다.

그 사이 택시는 기본요금을 올렸고, 사납금 기반의 임금구조를 월급제로 개편하는 법안 등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습니다. 아울러 2013년 우버 퇴출에 이어 택시 업계는 자신의 힘을 또 한 번 입증한 성과를 거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