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예고한 대로 4일부터 한국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소재 3종에 대해 수출통제에 들어갔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조치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치적인 이유로 자유무역에 관한 국제규범을 깨뜨린 반(反)세계적 행위기 때문이다. 사태의 진전 여하에 따라 이번 조치는 세계 전자산업의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세계 경제를 나락으로 이끌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반도체는 주지하듯 ‘산업의 쌀’이다. 전자 자동차 등 첨단 제품의 경우 반도체 없이는 완제품이 나올 수 없다. TV PC 서버 스마트폰 통신장비 자동차 등 수많은 제품의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해지는 거다. 그런 반도체의 절대량이 우리나라에서 공급된다.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한 일본의 이번 조치는 따라서 세계 제조 산업을 공멸로 몰아갈 위험천만한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일본 산업계 일부에서 이번 조치와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해당 소재를 한국 기업에 수출해야 하는 기업 피해가 불가피할뿐더러 한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사용해야 하는 완제품 업체들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럽 제조업체들도 피해를 보는 건 마찬가지다. 그 피해는 몇몇 기업에 한정되지 않고 관련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따라서 3가지 트랙으로 이번 조치에 대응해야 한다. 글로벌 공조, 韓日 양자협의, 국내 피해산업 대책 마련 등이 그것이다. 그중 가장 우선되는 것이 글로벌 공조다. 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말한 것처럼 이번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반하는 것이므로 WTO에 신속하게 제소하고 관련 피해가 예상되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글로벌 여론전을 펴야한다.
#일본 정부가 이번 조치로 인한 파장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칼을 뺐다는 것은 쉽게 집어넣을 생각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장기전에 대비해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 기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면 이번 조치로 인해 피해가 확산될 제 3국과 협력해 일본을 압박하는 게 최선이다. 우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많이 쓰는 나라가 그들이다. 중국 미국 베트남 독일 등과 긴밀해져야만 한다.
#글로벌 공조와 함께 시급한 건 국내 기업에 돌아갈 수 있는 피해대책을 신속히 세우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현장을 방문해 대책을 숙의하고 산업체가 밀집해 있는 경기도도 대책을 내놓는 등 초기 대응은 비교적 발 빠른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 대책에 대기업은 물론이고 관련 중소 중견 업체들까지 포함했으면 한다. 또 조금 더 현장에 밀착해 구체적이면서도 현실적이었으면 한다.
#대책을 마련하는 김에 중장기 방안도 차근차근 고민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중장기 대책의 핵심은 소재 장비 산업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는 단지 일본의 제제를 피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다. 우리 제조업의 구조를 혁신하는 차원이다. 대기업 중심에서 대기업과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강소기업이 동반성장하는 구조가 되어야만 우리나라 제조업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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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러면서도 일본과의 물밑 양자 협의에도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일본의 깡패 같은 행동에 굴복하자는 말이 아니다. 韓日 양자 협의가 이 파행을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끝낼 수 있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의는 하되 굴욕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거야 말로 그들이 바라는 바이고, 그렇게 되면 한국과 일본의 통상관계를 지속적으로 왜곡시키는 나쁜 선례가 되기 때문이다.
#끝으로 정치권 특히 야당에 부탁드린다. 이 싸움을 국익의 관점에서, 그리고 글로벌 경제의 시각에서 바라봐주기 바란다. 정부와 기업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때로는 소비자인 국민까지 같은 목소리가 나오게 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내고자 하는 목소리를 잘 파악해서 협조할 것은 협조하기 바란다. 불협화음으로 일본의 깡패적 행동에 도움이 되는 말은 자제하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