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 시장에서 시장조성 활동(마켓 메이킹)은 엄격하게 규제된다. 하지만 암호화폐거래 시장에선 뚜렷한 기준 없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 거래소가 봇 프로그램으로 거래량을 부풀리는가 하면, 코인발행 업체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리는 행위까지 횡행하고 있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적법한 마켓 메이킹 활동인지에 대한 합의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암호화폐 시장에선 '마켓메이킹'이란 이름 아래 사실상 시세조종·시장교란 행위까지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 블록체인 전문 로펌 딜라이트의 조원희 대표 변호사는 "기존 증권시장에서 시세조종행위가 어떤 기준으로 처벌받는지 살펴보고 암호화폐 거래에 대입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본시장법으로 암호화폐 거래를 규율할 수는 없지만, 적절한 범위에 있는 마켓메이킹 활동인지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을 순 있다는 애기다.
최근 판례 역시 "암호화폐 마켓메이킹이 시세조종행위에 해당할 경우 지금도 사기죄, 사전자기록등위작 등의 범죄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마켓메이킹과 시세조종 사이 위험한 줄타기 중인 '암호화폐 거래 시장'
지난 2일 서울 강남 드림플러스에서 열린 '블록체인 심포지움' 행사에서 조 변호사는 '마켓메이킹의 법적 한계와 책임'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거래소가 자전거래를 일으켜 거래량을 부풀리거나 암호화폐 발행 업체가 토큰 시세를 의도적으로 조종하는 행위 모두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 했다.
이런 행위들은 현재 암호화폐 거래 시장에서 '마켓 메이킹'이라고 통칭해 부르고 있다. 전통 증권시장 시각에서 바라보면 시세조종 행위에 가까운 것까지 포함돼 있어, 용어 정의부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증권거래 시장에선 적법한 유동성 공급활동과 시세조작/시장질서 교란행위는 명확히 구분된다. 한국거래소,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 등은 대부분의 증권 거래소가 시장조성자(마켓메이커)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춘 등록된 사업자만 활동할 수 있고,매수호가와 매도호가 사이 격차를 줄이는 게 이들의 역할인 만큼 양방향 호가를 동시에 제시할 의무가 있는 등 엄격한 규정 아래 활동하고 있다.
증권거래 시장에서 금지하는 시세조종행위, 시장질서 교란행위는 다양한 유형이 있지만 일반 이용자를매매에 끌어들이려는 목적으로 시장에서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 꾸며내는 행위 대부분이 해당한다.

조 변호사는 "암호화폐 거래에서 허용가능한 마켓메이킹의 범위를 정할 때도 '실제 이용자들을 속이고 있느냐'를 하나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실제 지갑에 코인을 입금해 자전거래(가장매매의 일종)를 하는 경우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조 변호사는 "이런일이 증권거래 시장에서 일어나면 통전매매(가장매매의 일종)로 처벌 받는다. 암호화폐 거래에 대해선 자본시장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 될 수 있다. 가장매매로 거래소 내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것처럼 꾸미면, 일반 이용자가 여기에 속아 실제 매수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또 "실제 지갑에 코인이 없는데, 허위로 포인트를 입력하고 일반 이용자와 거래할 경우엔 사전자기록등위작 및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 "비트코인 주소는 가명정보"2019.07.03
- AI, 블록체인, 빅데이터와 개인정보 이슈 논의 세미나 22일 열려2019.07.03
-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계약서비스 '코메이크' 선보여2019.07.03
- 와디즈, 법무법인 디라이트와 전략적 제휴 체결2019.07.03
조 변호사는 "암호화폐 거래 시장의 건전화를 위해 거래소들이 우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법을 적용한 처벌은 신고가 있어야 조사가 시작되고 실제 사기 행위를 입증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거래소에서 마켓메이킹이 의도적으로 암호화폐 가격을 조종하거나, 거래 외관을 만드는 데 악용되는 것을 막고 적절한 유동성 공급을 위해서만 활용되도록 자율적인 규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