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아현사태 없다”…와이파이·로밍으로 긴급 복구

과기정통부, KT 혜화 지사서 통신재난 대응 훈련 진행

# 서울 시내에서 발생한 테러로 A급 통신시설인 통신국사가 공격당하자, 순식간에 모든 통신서비스가 마비된다. 전화도 인터넷도 연결되지 않는다. 사고를 파악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즉시 경계를 발령하고, 중앙사고 수습본부를 설치함과 동시에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긴급 복구를 요청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와이파이가 개방되고, 전화 수발신 서비스가 복구된다. 지난해 KT 아현 지사 화재사고로 통신 대란을 겪은 정부와 이통 3사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협업 체계를 일궈낸 결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T를 비롯한 민관군이 3일 KT 혜화지사에서 ‘통신재난 대응 훈련’을 가졌다.

이날 훈련은 KT 혜화 지사에 테러가 발생했다는 상황을 가정해, 테러를 진압하고 긴급 복구 체계를 시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실시됐다. 테러 발생 신고가 접수되자 이를 파악한 정부가 군과 경찰을 동원해 테러를 진압하고, 통신 사업자와 연계해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순서로 진행됐다.

3일 KT 혜화지사에서 진행된 ‘통신재난 대응 훈련’에서 통신망을 복구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특히 이번 훈련은 통신 사업자의 유·무선 통신망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다른 사업자의 망을 활용해 인터넷 접속과 전화통화를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층 개선된 대응 체계를 선보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3일 KT 혜화지사에서 진행된 ‘통신재난 대응 훈련’ 현장 모습.

통신장애가 발생하자 정부는 피해 규모 파악에 나서는 한편, 사업자에게 긴급 복구를 요청한다. 통신 사업자는 피해지역 이용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신망을 우회하고, 주파수 출력을 조정해 커러리지를 최대한 확대한다.

와이파이 신호도 바뀐다. 평소에는 비밀번호가 걸려있던 이통 3사의 와이파이에 잠금 표시가 사라지고,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통 3사는 평소에 자사 가입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와이파이에 잠금 설정을 해두지만, 긴급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를 모두 개방해 소비자 불편을 줄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3일 KT 혜화지사에서 진행된 ‘통신재난 대응 훈련’ 현장 모습.

와이파이 개방만으로는 원활한 인터넷 접속 환경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 착안, 이통 3사는 로밍을 통해 통신을 연결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로밍 서비스는 특정 통신사의 재난 발생 시 사용자가 타 통신사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전송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통 3사는 오는 12월 로밍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현재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3일 KT 혜화지사에서 진행된 ‘통신재난 대응 훈련’ 현장에 구축된 이통 3사의 이동기지국.

지난해 아현 지사 화재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시행된다. 이동통신 사업자는 통신망 마비에 따라 카드 결제 및 유선전화 주문이 불가능해지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LTE 라우터를 보급하고 착신전환 서비스를 지원한다.

이날 훈련에 참석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KT 아현지사 화재사고 이후, 통신 재난이 발행하면 대한민국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이를 고려해 이통 3사의 통신시설을 전수 조사하고 긴급 복구 체계를 재정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 재난이 발생할 경우) 중요한 것은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것인 만큼, 이번 훈련을 진행했다"며 "앞으로도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서 자연재해나 전시 등 어떤 재해에도 빠르게 통신시설을 복구하고 또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3일 KT 혜화지사에서 진행된 ‘통신재난 대응 훈련’ 현장에 참석한 (왼쪽부터) 황창규 KT 회장,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긴급 지원된 카드결제 단말을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