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오픈소스 프로세서 아키텍처 기반으로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겨냥해 맞춤형 칩 기술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싸이파이브(SiFive)'가 한국에 진출했다. 인텔이나 ARM처럼 프로세서 설계와 제조를 위한 반도체설계자산(IP)을 독점하고 맞춤화 범위를 제한한 라이선스에 의존하는 산업 생태계에서, 싸이파이브가 개방형 아키텍처를 표방하는 리스크파이브로 실용성을 입증하고 저변을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싸이파이브코리아 측은 최근 국내 첫 공식 행사 자리에서 리스크파이브를 "ARM을 대체할 수 있는 더 효율적이고 성능이 좋은 차세대 오픈소스 아키텍처"라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세계 반도체 및 OEM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고, 타사 프로세서 아키텍처에서 리스크파이브 기반으로 전환 채택한 '디자인 윈' 사례가 100여건에 달할 만큼 빠르게 산업 저변에 확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오픈소스 프로세서 명령어셋 '리스크파이브' 프로젝트
리스크파이브는 개방형 컴퓨터 프로세서 아키텍처, 또는 그 명령어셋(ISA) 규격의 이름이다. 기원은 지난 2010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UC버클리의 학자 세 명이 시작한 오픈소스 프로젝트다. 리스크파이브 ISA는 학교 바깥의 여러 전문가와 현업 실무자 참여로 발전해 왔다. 2016년 리스크파이브 재단이 설립됐고, 현재 재단 회원사가 240곳을 넘겼다.
ARM의 주요 사업모델은 IP 라이선싱이다. IP는 반도체 기능 설계 단위로 취급된다. IP를 조합하고 핵심기능을 더해 실제 칩을 만드는 팹리스 업체가 IP 라이선스 이용자다. 이들에게 IP의 변경과 응용 폭은 제한돼 있다. 리스크파이브는 그렇지 않다. 이런 이유에서 다양한 환경에서 저전력, 고성능 프로세서를 활용하고 싶어하는 반도체와 OEM 제조 산업계 종사자와 기업들이 리스크파이브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기업은 리스크파이브 기술을 직접 활용시 라이선스료와 특허 로열티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또 직접 수정한 코드를 재공개하지 않고 리스크파이브 기반의 칩을 설계하고 제조해 팔거나, 그 칩을 넣은 제품을 출시해도 된다. 다양한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동작하게끔 변형돼야 하는 산업용 임베디드 기기용 프로세서 수요에 알맞은 속성이다. 프로젝트에 적용된 'BSD라이선스'라는 오픈소스 라이선스 덕분이다.
■ 프로젝트 설립자가 창업한 스타트업 '싸이파이브'
싸이파이브는 이런 리스크파이브 기술 상용화와 산업 생태계 저변 확대에 앞장서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본사는 지난 2015년 미국 산마테오에 설립됐다. 이들은 전세계 기업 대상으로 리스크파이브 아키텍처의 코어IP 라이선싱, 설계 프로세스 단축 노하우 제공, 맞춤형 시스템온칩(SoC) 응용 솔루션을 제공한다. UC버클리에서 프로젝트를 공동설립한 사람 세 명 중 두 명이 싸이파이브 공동창업자이기도 하다.
싸이파이브코리아 측은 "다년간의 개발 경험과 혁신적인 설계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연간 100억원을 들이던 반도체 개발 과정의 기간과 비용을 3개월간 10억원 규모로 단축 및 절감시키고, 맞춤형 구성 선택지를 폭넓게 보장하는 '커스텀 SoC' 사업도 적극 추진 중"이라면서 "지난해 한국 법인 설립 후 국내외 다양한 업체들과 라이선싱 및 협력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싸이파이브는 미국, 이스라엘, 인도, 일본, 한국, 중국, 타이완 등에 사무실 열한곳, 직원 400명 이상을 두고 있다. 한국에선 지난해 10월 서울에 한국법인 싸이파이브코리아를 설립했다. 이후 올해 상반기동안 국내에서 여러 기업과 라이선싱 및 협력 논의를 진행해 왔다. 본사는 이달중 성사가 기대되는 시드라운드펀딩 단계 투자유치를 기점으로 하반기 이후 지속 사업 확장에 나설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 이미 상용 제품에 탑재…"하반기 한국 사업 가속"
맞춤형 프로세서를 원하는 기업에게 인텔과 ARM이 제공하는 건 그 독점형 IP인 칩 설계와 응용 기술의 사용권을 일부 열어 주는 것이다. 제한된 범위 안에서의 변형과 응용만이 가능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특정 사용 환경을 염두에 둘 경우 필요한만큼 최적화할 수 없다. 이런 칩을 탑재한 제품이 현실 세계의 다양한 수요에 꼭 맞물리긴 어렵다. 이 경우 리스크파이브가 이 경우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업이 그 리스크파이브 오픈소스 기술을 가져가 프로세서를 직접 설계하고 생산해 쓰는 덴 이론상 제한이 없다. 다만 칩 설계, 생산, 레퍼런스 기판 제작, 검수, 전용 소프트웨어 디버거를 포함한 개발도구 제작, 필요 프로그램 포팅 등을 직접 해야 한다. 즉 자체 노하우 없이는 어렵다. 싸이파이브는 전문성에 기반한 자체 IP와 툴체인을 공급해, 노하우가 없는 기업도 리스크파이브를 효율적으로 검증, 활용케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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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파이브 IP를 활용한 제품을 상용화한 사례 일부도 이미 대외 공개됐고, 일부는 실제 상용 제품에 탑재됐다. 중국 웨어러블 기기 제조사 화미(huami), 한국 SSD컨트롤러 제조사 파두(Fadu), 미국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회사 마이크로세미(Microsemi)가 리스크파이브 프로세서 코어를 탑재했거나 계획을 내놨다.
27일 조명현 싸이파이브코리아 대표는 "올해 상반기동안 국내 기업 대상으로 리스크파이브를 제공하면서 이를 통해 프로세서를 더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 왔다"면서 "확충한 국내 인력으로 하반기에도 더 많은 반도체 관련 기업에 다양한 프로세서 기술을 제공하고 도입 사례를 확대해나가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