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터지지도 않는데”…이통 3사, ‘5G 속도’ 신경전

SKT·KT “측정 결과 인정 못해” ↔ LGU+ “3사 공개 검증하자”

방송/통신입력 :2019/06/27 10:41    수정: 2019/06/27 10:42

5G 품질 논란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동통신 3사가 때 아니게 ‘속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방아쇠는 LG유플러스가 당겼다. 서울 시내에서 측정한 결과를 통해 ‘가장 빠른 5G 속도를 제공하는 사업자’라고 홍보하고 나선 것.

경쟁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가 이에 반박하면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속도’는 소비자 선택에문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이통 3사가 속도에 대해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역시 이와 맞닿는 부분이다.

문제는 5G가 이제 막 시작 단계이고 커버리지도 극히 제한 된 상태여서 속도 논란이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보다 커버리지 확대를 위해 더 투자하고 전체 품질을 높이는 경쟁을 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 KT “이동하면서 5G 측정해야 공정”

LG의 홍보 이후 SK텔레콤과 KT는 지난 26일 오후 각각 설명회를 열고, 자사 네트워크 경쟁력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KT는 LG유플러스를 겨냥해 측정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정된 장소에서 5G 속도를 측정한 결과가 실제 이용자의 5G 접속 환경과는 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일부 지역 내 고정된 장소에서 속도측정 앱인 ‘벤치비’를 이용해 5G 속도를 측정하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김영인 KT 네트워크전략본부 상무는 “5G는 고주파 특성상 주변 환경에 따라 반경 10Km 내에서도 최대 20배 이상의 속도편차가 발생한다”며 “만약 3사 5G 기지국이 모두 설치된 지역이 있다면, 측정 장소에 따라 3사의 속도 결과가 모두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인 KT 네트워크전략본부 상무.

KT는 고정형 방식이 아닌 이동형 방식으로 속도를 측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G 커버리지가 완벽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이용자가 이동시 5G와 LTE를 혼재해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이동하면서 전환되는 5G와 LTE 속도를 모두 포함한 평균속도로 비교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영인 상무는 “이동통신은 이용자가 단말기를 이용하면서 네트워크에 접속하더라도 끊기지 않고 균일한 품질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말이 이동할 때 기지국과 기지국을 연결해주는 핸드오버 기술의 품질을 포함해 5G와 LTE에서 얼마의 속도가 나오는지 평균 속도를 측정하는 ‘드라이빙 테스트’ 방식이 비교적 공정한 결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 SKT “지금은 5G 과도기…공인된 기관 나서야”

SK텔레콤은 3사가 5G 전국망을 구축하지 않은 초기 상황에서 ‘속도’만으로 네트워크 경쟁력을 비교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LG유플러스의 속도 주장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류정환 SK텔레콤 인프라그룹장은 “현재 5G가 도입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품질을 고도화하는 과정에 있는데, 이런 과도기적인 시기에 진행된 측정은 신뢰하기 어렵다”며 “(LG유플러스의 측정 결과는) 어느 시간대에 누가 측정했는지 세부 데이터를 보고 판단해야 할 문제로, 경쟁사의 일방적인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류정환 SK텔레콤 인프라그룹장.

SK텔레콤은 이통 3사의 5G 네트워크를 비교하기 위해선 공인된 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교할 모수가 적은 현재 상황에서는 제 3자가 공정하게 측정한다 하더라도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아울러 속도 외에도 커버리지, 안정성 등을 포함한 네트워크 품질을 측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유정환 그룹장은 “5G 네트워크 품질 비교는 공인된 기관에서 측정한 결과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정부가 매년 네트워크 품질을 측정하고 있는데, 5G에서는 단순히 최고 속도를 중심으로만 측정할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체감 속도 등 다양한 지표를 기반으로 측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LGU+ “경쟁사 지적 이해할 수 없어…5G 속도 공개검증 하자”

신경전에 불을 붙인 LG유플러스는 자신들의 측정 결과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 LTE 속도를 측정할 당시에도 고정된 장소에서 벤치비를 활용했던 만큼, 벤치비를 활용한 속도 측정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경쟁사의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가 통신 속도가 상황과 방식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지는데 공신력 없는 조사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벤치비는 국내 대표 모바일 속도 측정 앱으로 100만 이상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다”며 “빅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벤치비는 통화 품질 관련 신뢰성과 공신력을 인정받아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앱”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사의 지적이 이어짐에 따라 LG유플러스는 ‘5G 속도 품질 공개검증’을 하자고 제안했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 대비 속도 우위를 기록하고 있는 5G 네트워크 속도 품질에 대한 경쟁사의 문제 제기와 관련해 '이통 3사 5G 속도 품질 공개검증’을 제안한다”며 “LG유플러스는 경쟁사의 속도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공개 검증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동통신 3사의 신경전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5G 속도 다툼이 일반 소비자는 체감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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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커버리지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다양한 특화 서비스를 내놓는 등 5G 서비스 품질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현재 이통 3사의 5G 커버리지가 턱없이 부족하고 커버리지 안에서도 연결이 안된다는 소비자 불만이 많은 상황에서 사업자 간 속도 싸움은 의미가 없다"며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 공정하게 5G 속도를 측정해서 알리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