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전장용 MLCC 생산 현장에 가다

머리카락 두께 속 첨단 기술 완성되는 부산…2022년 전장 MLCC 메카로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06/16 11:11    수정: 2019/06/16 13:44

세계 최고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가 탄생하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26만제곱미터 규모의 이 공장에는 5천여 명의 직원들이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MLCC(Multilayer Ceramic Chip Capacitors)를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앞으로 3년 후인 2022년, 세계 전장용 MLCC 시장 2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쉴 틈이 없기 때문이다.

1999년 문을 연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은 삼성전기 MLCC 사업의 전략 기지 중 하나다. 8만평 규모의 부지에는 20여 개의 건물이 들어서 있고, 부산에서 가장 많은 5천여 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MLCC는 가전제품은 물론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등 전기가 통하는 모든 제품에 사용되는 수동부품으로 ‘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전기를 일시적으로 저장했다가 이를 필요로 하는 회로에게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동시에 과도한 전기가 회로에 공급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각종 회로 사이에서 신호간섭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MLCC는 제품의 크기가 머리카락보다 얇아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지만, 회로가 사용되는 전자 제품에는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예컨대 스마트폰에는 머리카락 두께(0.3mm)보다 얇은 MLCC(0.4×0.2mm)가 약 1천여 개의 정도 사용된다.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이 14억대인 것을 감안하면, 매년 약 1조4천억개의 스마트폰용 MLCC가 세상에 나오는 것이다.

■ 산업의 쌀, MLCC 생산 공정은 핵심은?

각종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MLCC’. 쓰이지 않는 곳이 없어 ‘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사진=삼성전기)

MLCC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MLCC의 구조부터 이해해야한다. MLCC는 세라믹으로 된 바디(본체)와 내부전극, 외부전극으로 구성돼 있다. 쉽게 말하면 다층의 세라믹이 적층돼 전기를 저장하는 축전기(캐패시터, 콘덴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내부구조는 유전체(전기가 잘 흐르지 않는 물질)와 내부전극(니켈)이 교대로 적층된 형태로 이뤄져 있다.

MLCC의 성능은 유전체와 내부전극, 외부전극을 잘 조합하는 것이 관건이다. 구조는 간단하지만, 회로 내에서 전기 에너지를 축적했다가 필요할 때 보내주는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전기의 경우, 600층까지 적층한 고용량 MLCC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MLCC의 생산공정은 원재료에 여러 종류의 첨가물을 넣어 종이처럼 얇게 인쇄한 뒤 이를 쌓아 올리고, 필요한 크기로 잘라 도자기를 굽듯이 열처리하는 공정을 거쳐 생산된다. 구체적으로 파우더 형태의 원재료(세라믹, 니켈 등)를 배합해 시트에 성형한 뒤 전기가 통할 수 있도록 전극을 인쇄(한층)하고, 완성된 시트를 칩 크기로 잘라 전기적 특성을 가질 수 있도록 열처리 작업을 거쳐 외부전극(도금)을 형성하면 제품이 완성된다.

삼성전기가 생산 중인 MLCC 제품군.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의 경우, 절단 공정 전까지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미세먼지 하나 없는 클린룸 환경에서 MLCC를 제작한다. 이후 절단공정부터는 십여 명의 작업자들이 팀을 이뤄 장비를 직접 관리하며 제품의 품질력 향상에 신경을 쓴다. 이는 전장용 MLCC는 IT용 MLCC와 역할은 비슷하지만, IT제품과는 사용환경이 다르고, 무엇보다 운전자의 생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높은 수준의 신뢰성과 내구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고사양 전장용 MLCC는 고온(150℃이상) 및 저온(영하 55도)의 환경, 휨 강도 등 충격이 전달되는 상황, 높은 습도(습도 85%) 등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또 이를 위해서는 고온, 고전압에 견딜 수 있는 재료 개발과 진동과 내습 특성을 강화하는 미세구조 설계 기술이 뒷받침 돼야 한다.

삼성전기는 이에 전장용 MLCC의 생산수율과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일부 원재료를 내재화하고, 특정 공정의 설비도 직접 제작했다.

정해석 삼성전기 컴포넌트산업전장개발그룹 상무는 이에 대해 “MLCC 사업의 승부는 원재료랑 설비기술을 얼마나 잘 매칭 시키느냐다”라며 “이를 잘 매칭 시키려면 원재료 컨트롤을 잘해야 하고, 설비 내재화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원재료 핵심기술로 전장용 MLCC 세계 2위 도약한다

삼성전기는 현재 전체 MLCC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약 24%의 시장 점유율로 1위 업체 무라타(시장점유율 34%)를 추격하고 있다. 특히 전장용 MLCC 시장에서는 오는 2022년까지 세계 2위로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 건 상태다. 구체적으로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은 신기종 개발 및 원재료 혁신을 위한 재료 중심 단지로 육성하고, 중국 텐진의 신공장은 전장 제품 주력 양산 기지로 운용할 계획이다.

전장용 MLCC는 IT제품 대비 요구되는 수명과 높은 기술적 난이도를 요구한다. 개발 기간도 약 3배 정도 길게 소요된다. 가격도 3~10배 비싸다. 아울러 전장용 MLCC는 자동차 전자부품 신뢰성 시험 규격인 AEC-Q200 인증을 취득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품질과 제조 기준 등 각 거래선별 엄격한 검증을 통과해야 생산할 수 있다. 이에 기술장벽은 IT제품보다 한층 더 높아 현재 공급자 위주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삼성전기 부산 MLCC 생산라인 현장. 직원들이 전장용 MLCC 제품의 품질을 체크하고 있다. (사진=삼성전기)

전장용 MLCC 시장은 향후 폭발적인 수요 확대로 당분간 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자동차 편의기능이 향상되면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ADAS)용 전자제어장치(Electronic Control UnitECU) 탑재량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차량당 ECU수는 과거 30개에서 최근에는 100개 이상까지 장착되면서 자동차 1대당 MLCC 소요량도 늘어 차량당 MLCC 탑재량은 9천개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2016년부터 산업·전장용 MLCC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부산에 전장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며 전장용 MLCC 사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재 MLCC 핵심 기술인 원재료를 직접 개발하고 내재화할 수 있는 업체는 극히 소수다. 삼성전기는 부산사업장에 전장 전용 원재료 공장을 신축해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아가 삼성전기는 회사가 보유한 소재 기술 및 공정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용량 제품, 휨강도, 고온, 고압 등을 보증하는 전장용 제품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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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석 상무는 "삼성전기는 다수의 글로벌 자동차업체로부터 엄격한 검증을 통과했고 공급을 늘리고 있다"며 "부산과 중국 텐진에서 전장용 MLCC를 본격 공급하면 2022년 전장용MLCC에서도 글로벌 2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MLCC 시장은 향후 전장 분야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세계 MLCC 시장은 14조원을 기록한 뒤 2024년에는 2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장용 MLCC 시장은 2024년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