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거래중단 제재로 구글의 운영체제(OS)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 화웨이가 러시아 OS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은 자국 인터넷 매체를 인용해 중국이 러시아 OS인 아브로라를 탑재한 제품을 시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브로라는 핀란드 세일피시 기반의 모바일 OS로 러시아 통신업체 로스텔레콤이 개발 중이다.
화웨이는 화웨이·아너(Honor)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OS를 아브로라 OS로 전환하는 데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아브로라뿐 아니라 소셜 미디어, 검색 엔진, 바이러스 백신 등 화웨이에 러시아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제공하는 것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이 문제는 지난 6~8일 러시아에서 개최된 국제경제포럼 직전에 궈핑(Guo Ping) 화웨이 순환 회장과 콘스탄틴 노스코프 러시아 디지털 개발·통신 장관이 협의했다. 또 포럼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도 논의됐다.
화웨이는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됨에 따라 지난 달 미국의 거래제한 기업 리스트에 포함되면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러시아와 손을 잡고 미국의 제재 대응하는 모습이다.
화웨이는 독자 OS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화웨이 대변인이 이메일을 통해 독자 OS 개발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는 2012년 미국이 ZTE를 조사하면서 자체 OS 개발을 지시했고, OS 팀이 새롭게 설립돼 비밀리에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 대변인은 "화웨이는 백업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상참작이 가능한 환경에서만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안드로이드와 윈도우는 항상 우리의 첫번째 선택으로 남아있게 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고객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힘 닿는 내에서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화웨이 OS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실행시킬 수 있도록 호환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SCMP는 지적했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등도 안드로이드를 대체하는 윈도우 OS, 타이젠 OS 생태계 구축을 시도했지만, 모든 안드로이드 앱들을 원활하게 작동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실패했다.
SCMP는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로 안드로이드 서비스 지원이 완전히 막히기까지 마침내 장기간 기밀로 진행되던 대체 OS 개발을 인정해야 하게 됐다"며 "하지만 소비자들의 구글 앱이 없는 스마트폰을 구매할지는 미지수다. 안드로이드 앱을 원활하게 다운로드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안드로이드와의 호환성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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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화웨이 OS 개발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화웨이 독자 OS는 미국의 무역 금지가 갑자기 시작되면서 아직 출시 준비가 되지 않았다. 대체 OS를 수천번 테스트했지만, 소비자 제품 라인업에 대한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출시 날짜가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글로벌 타임즈는 화웨이가 오는 8~9월에 자체 OS를 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중국에서 '화웨이 훙멍'으로 OS 이름을 등록했으며 지난 달 유럽연합 지적재산국에는 '화웨이 아크'라는 이름으로 새 OS를 등록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