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사망 줄이기 위해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해야”

우정사업본부, ‘산업안전보건 관리 대토론회‘ 개최

방송/통신입력 :2019/06/05 17:37    수정: 2019/06/05 18:25

매년 발생하는 우정사업본부 내 사망자를 없애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시간 노동이 우울 증상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에 비춰볼 때, 직원들의 신체·정신 건강을 제고하기 위해 노동시간 단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5일 서울 강남우체국에서 열린 ‘산업안전보건 관리 대토론회‘에 참석한 김형렬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신체 정신보건 문제는 우정사업본부 내 보편적안 문제”라며 “장시간 노동을 줄이는 것이 보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5일 강남우체국에서 열린 ‘산업안전보건 관리 대토론회‘ 현장 모습.

실제로 우정사업본부 내 사망자는 ▲2013년 37명 ▲2014년 38명 ▲2015년 35명 ▲2016년 38명 ▲2017년 39명 ▲2018년 44명 ▲올 상반기 17명 등으로 집계됐다. 이 중 집배원 사망자는 ▲2013년 16명 ▲2014년 12명 ▲2015년 16명 ▲2016년 19명 ▲2017년 19명 ▲2018년 25명 ▲올 상반기 8명 등으로 전체 사망자 중 상당수를 차지한다.

우정사업본부 내부에서도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집배원 1인당 평균 초과근무는 올해 초 7.4시간에서 5월 말 5.4시간으로 줄었다.

그러나 집배원의 업무 특성을 고려할 때, 초과근무가 여전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김형렬 교수는 “현장에서 노동시간이 제대로 계산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집배원의 노동시간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노동시간 관리에 투명성을 더해 실질적인 근무시간 단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강성주 본부장은 “노동시간을 관리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고, 현재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안을 테스트하고 있다”며 “현재는 상급자가 사전에 근로시간을 명령하고, 추가된 시간은 별도로 인증하는 합리성이 떨어지는 방식이지만, 별도 인증이 없더라도 우가 근로시간을 간주하는 방식 등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 절대적인 노동시간 감축 방안…‘인력 충원’ 가능한가

절대적인 노동시간 및 노동량을 줄이기 위해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전국우정노동조합은 지난 3일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집회를 통해 노·사·정 기획추진위원회가 권고한 집배원 2000명 증원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우정사업본부 내부에서는 재무적인 부분을 고려할 때 즉각적인 증원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강성주 본부장은 “지난해 위탁 형식으로 소포 담당 인원을 추가해서 집배원의 업무량 감축을 추진했다”며 “그러나 보니 인건비 지출이 늘었는데, 점차 적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스트레스로 촉발되는 '질병'도 문제

스트레스로 촉발되는 ‘뇌·심혈관계’ 질환도 집배원 사망 건수가 줄지 않는 문제 중 하나로 지목된다.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2013년 9명 ▲2014년 9명 ▲2015년 6명 ▲2016년 11명 ▲2017년 8명 ▲2018년 15명 ▲올 상반기까지 15명 등으로 나타났다.

윤진하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뇌·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스트레스와 과로를 줄이는 것을 핵심으로 지목했다.

윤진하 교수는 “과로나 스트레스가 과도하면 혈액량이 많이 필요하지만, 혈관이 좁아지면서 혈류가 원활해지지 못하는 뇌·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업무상 질환의 기준에 추정의 원칙이 도입되면서, 12주 동안 52시간 이상의 초과 근무가 전제되면 업무상 질환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정사업본부는 산업안전보건 종합계획을 마련하고, 물류센터 등의 안전보건 실태점검도 추진하는 등 질환 예방을 위한 움직임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산업안전보건 전문가를 채용하기도 했다.

다만, 소수에 불과한 산업안전보건 전문가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렬 교수는 “일반 제조업 쪽에서 전체 근로자의 1%가 산업안전보건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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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우정사업본부는 현실적으로 일반 제조업과 같은 산업안전보건 전문가를 채용하는 일 역시 쉽지 않은 만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강성주 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 전문가를 확대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전체 우본 내 근로자가 4만3천여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1%를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현재 재직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 전문가의 역량을 키우고, 향후 점진적으로 숫자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