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 신도시 수요가 많습니다. 모두 스마트시티로 가야합니다.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의 도시화율이 보통 30%에 불과합니다. 향후 10년내 이 비율이 50%로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스마트시티의 수출 잠재력이 매우 큰 이유입니다."
조현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스마트도시본부장(이사)은 스마트시티 수출을 위해 공공기관이 앞장서는 선단식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1987년 1월 LH에 입사한 그는 LH내 최고 스마트시티 전문가로 꼽힌다. 2000년초 신도시 사업처에 근무하면서 LH에서 가장 먼저 스마트시티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에는 스마트시티 대신 유시티(u시티)라는 말을 썼다.
조 이사는 "u시티라는 말이 없을때부터 관련 업무를 했다"면서 "통신을 기반으로 도시 정보를 효율화하기 위해 u시티가 태동했다"고 설명했다.
2000년 초반 우리나라가 시작한 u시티는 ICT 기술을 접목, 국내외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시민 체감 서비스가 부족하고 관(官) 위주로 진행됐다. 이 때문에 u시티 사업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 이사는 "u시티 사업이 실패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u시티 사업을 안해본 사람이 u시티가 실패했다고 말한다"며 u시티 사업이 실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u시티는 도시 관리를 효율화하기 위해 탄생했고, 당시만해도 인터넷 속도가 지금과 같지 않았다"면서 "지금의 눈으로 u시티를 보고 실패 운운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2008년 9월 세계 처음으로 'u시티법(u시티건설지원법)'을 발효했다. 조 이사는 이 법 제정에 한 몫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데이터 수집과 활용이 제한돼 있어 아쉽다"면서 "우리보다 늦은 중국이 우리를 추월한 것은 데이터 수집 및 활용이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u시티 할때의 아쉬움도 털어놨다. SI 및 통신업체들이 시장질서를 교란했다는 것이다. "업체끼리 과당 경쟁을 일삼아 시장 자체가 없어졌고 발전이 안됐다. 과당경쟁으로 기술제한입찰을 없애고 설계와 시공을 분리해 따로 발주를 했다. 기술제한 입찰을 계속했으면 u시티로 자연스레 발전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LH가 그동안 인프라와 하드웨어 위주로 일해왔다면서 "앞으로 좋은 서비스와 좋은 레퍼런스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표준과 개방 등 데이터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H는 수서역 인근에 스마트시티 쇼룸인 '스마티움'을 운영하고 있다. 2017년 4월 기존 '그린관'을 리모델링했다. 작년 한해만 1만8000명이 다녀갈 만큼 반응이 좋다.
지난 30일 '스마티움'에서 조 이사를 만나 LH의 스마트시티 사업 전반을 들어봤다. 조 이사는 도시 운영비 절감을 위해 '도시통합관리기술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고 밝히는 등 여러 흥미로운 사실을 공개했다.
=LH는 국가 스마트시티로 선정된 세종 스마트시티를 담당하고 있다. 세종 스마트시티는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백지상태 부지를 세계적 스마트시티로 만들기 위해 지난 2018년 1월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로 세종이 부산과 함께 선정됐다. 올 2월 시행계획도 공개했다. 현재 자율주행, 디지털 트윈, 빅데이터 등 혁신적 스마트 기술을 세종에 도입하기 위해 실행계획을 마스터플래너MP) 주관하에 설립중이다. 2022년 이후 주민이 입주할 예정이다."
=스마트시티 관련해 LH가 시행하는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나.
"현재까지 31개 기술과 38개 기업에 67억 원을 지원했다. 지원 사업은 크게 4가지다. 맞춤형 스마트 기술 공모(10억원)와 신도시형 특화서비스(5억 원), 스마트업! 스타트업!(12억 원), 행복도시 체험존(40억 원) 등이다.
특히 '기술혁신 파트너몰' 사업을 강조하고 싶다. 사용 및 공급(레퍼런스)실적이 없어도 혁신 기업의 기술 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제도다. 공공기관의 구매 장벽을 없앤 것으로, 작년에 몇 개 업이 혜택을 받았다."
=LH는 기존 시가지를 스마트화하는 '테마형 특화단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추진 현황은
"다양한 스마트 서비스를 적용해 교통, 에너지, 안전, 방재 등 생활편의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지역 고유의 산업, 문화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2018년에 시작했고 2020년까지 매년 지자체 4곳을 선정해 마스터플랜 수립 등을 지원한다. LH가 총괄 코디네이터다."
=동탄2신도시에 테크노밸리를 만든다던데
"스타트업 창업 공간인 '동탄2 인큐베이팅센터'를 건립 중이다. LH의 주 기능 중 하나인 주거 제공과 창업 일자리 제공을 합친 사업이다. 창업 공간과 주거 공간을 함께 조성해 저렴하게 제공한다. 현재 실시설계중이다. 올 하반기 착공을 해 2022년 상반기에 준공할 예정이다."
=스마트시티 핵심은 스마트한 서비스다. LH가 시행하고 있는 스마트서비스는 어떤 것들이 있나.
"LH는 기술 회사가 아니다. 코디 역할이 첫번째다. 스마트시티 관련 개별 기술을 연결하고 도시 인프라와 결합시키는 총괄기획자 역할을 하고 있다.
안전한 도시와 도시 운영비 절감을 위해 도시통합관리기술 플랫폼도 새로 구축할 예정이다. 플랫폼이 구축되면 학교 주변에서 발생하는 어린이 납치와 사건 사고, 부녀자 납치 같은 사건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플랫폼 구축에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모아야 하는 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추후 시범도시에 적용할 계획이다."
=스마트시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리빙랩(living lab)'이다. LH가 시행하고 있는 리빙랩은
"리빙랩은 말 그대로 생활실험실이다. 삶의 현장 곳곳을 실험실로 삼아 사회문제 해법을 찾는 것이다. 도시문제 발굴에서 해결까지 전 과정에 시민이 자발적 및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민간의 스마트시티 기술을 활용해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스마트시티 리빙랩을 세종행복도시 1-4 생활권(세종시 도담동 일원)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10억 원이다. 오는 9월까지 현장실증을 완료한다. 민간 기업 선정은 이미 마쳤다. '테마형 특화단지'나 '도시재생 뉴딜' 같은 여러 사업에 리빙랩을 도입해야 할 것으로 본다."
=빅데이터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다던데
"데이터를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데이터 수집과 가공 과정이 필요하다. 또 용도에 맞는 데이터 분류도 필수적이다. 이대, 수집하는 데이터 품질이 중요하고, 데이터 속성 정보를 알려주는 메타데이터를 명확히 정의,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데이터 수집과 형식, 방법 등의 표준화와 필요한 데이터 종류 및 메타 데이터 내용을 설계중에 있다."
=지난해 세종시가 세계최초로 스마트시티 국제 인증을 받았다. 어떤 내용인가
" 지난해 12월 'ISO 37106'을 세계 처음으로 세종시가 받았다. 'ISO 37106'은 영국 표준협회(BSI)가 제안하고 ISO가 세계 스마트시티 체계적 추진을 위해 2018년 7월 제정한 국제 인증이다.
이 인증을 받은 건 현재까지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 세종시 외에 캠브리지, 모스크바, 멜버른, 두바이 등 5개 도시가 1차(시범도시)에 선정, 경쟁을 했는데 결국 세종시만 유일하게 선정됐다."
=스마트시티 관련 국내 인증은 없나
"국내에서도 인증을 만들기 위해 국토연구원이 현재 연구중이다. 스마트시티 관련 어워드(시상제)도 추진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오는 9월에 열리는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WSCE)'는 어떤 행사인가
"WSCE는 스마트시티 관련 글로벌 이슈를 선점하고 국민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국토부와 과기정통부가 주최하고 LH가 주관하는 행사다. 2017년에 처음 열렸고, 2년만에 스마트시티 분야 국내 최대 박람회 행사로 자리잡았다.
특히 올해는 '스마트시티 서밋 아시아' 등 유관 행사와 통합했고, 행사 명칭도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로 변경했다. 경기도 킨텍스에서 오는 9월 4~6일 3일간 열린다.
올해는 비즈니스 매칭에 좀 더 주력한다. 해외 정부 관계자와 국내 기업간 매칭에 힘을 쓸 예정이다. 해외 정부 관계자와 해외 기업 등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매칭과 투자유치 설명회(IR) 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네덜란드, 영국, 이스라엘,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국내는 서울시, 대구시, 대전시, 인천시 등 다수 지자체와 SKT, KT, LG유플러스, 현대자동차 등 많은 국내 기업이 참여할 예정이다. 기조 강연을 할 해외 연사도 마무리 단계다."
=수서역 인근에 운영하고 있는 '스마티움'은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나
"스마트시티에 대한 국내외 관계자의 이해 증진과 한국형 스마트시티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 만들었다. 지난 2017년 4월 수서역 인근의 기존 '그린관'을 리모델링 한 곳으로, 국내 최초 스마트시티 전용 홍보관이다.
개관 이후 월 평균 1500명 정도가 방문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 공무원 및 기업인들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됐다. 작년 일년간 방문자 수는 1만 8000명이다. 64개국에서 방문했다. 다음달에는 말레이시아 장관의 방문이 예정돼 있다. LG 등 국내 기업들도 스마트시티 협력 방안 미팅 등을 위해 스마티움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LH의 스마트시티 수출 현황은
"LH의 대표적 해외 사업은 쿠웨이트 압둘라 신도시와 한-미얀마 경제협력 산업단지 개발사업이다. 압둘라 신도시는 쿠웨이트 주거복지청과 LH가 개발협력 MOU를 체결했고, 현재 433억 원 규모의 마스터플랜 수립 및 실시설계 용역을 하고 있다. 올 1월 투자사업 참여를 위한 예비사업약정도 완료했다. 본 약정은 올 연말경 맺을 예정이다.
내년초에 착공을 할 정도로 진도가 빨리 나가고 있다. 에너지 등 국내 기술 30여 종이 들어갈 예정이다. 쿠웨이트 주거복지청과 공동으로 출자해 현지 특수목적회사(SPV)를 설립해 사업을 추진하는 투자형 사업이다.
미얀마 산업단지는 미얀마 정부 및 국내 기업과 함께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기업들을 위해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오는 9월쯤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이외에 볼리비아와도 협력 사업을 하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는 사업 참여를 검토 및 협의 중이다.
스마트시티는 협의로 보면 ICT 관련 기술 및 솔루션과 관련한 산업이다. 반면 광의로 보면 스마트한 기술을 포함한 건설 또는 엔지니어링 산업이다. 두 경우 모두 해외에서 발주 건수가 늘고 있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기회가 된다.
단, 해외수주는 KOTRA와 해외건설협회, 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LH 등이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정부가 지원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우리나라 스마트시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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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티 본연의 목적에 맞게 안전, 교통 등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데이터를 다양하게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요청된다. 우리기업이 이 분야에서 국제경쟁력을 갖도록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내 기업이 갖고 있는 스마트시티 기술을 발굴하고 이들을 적극 육성, 해외로 진출하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챌린지' 사업 같은 민간기술 공모를 늘려야 한다.
해외에서 수요가 있는 기술은 어떤 것인지 파악, 이를 집중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LH를 비롯해 KOTRA, 해외건설협회 등 여러 사업 주체가 경쟁이 아닌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