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대외 불확실성 한층 커져…금리 인하로 대응할 것 아냐"

6개월 째 기준금리 1.75% 동결…조동철 위원 인하 '소수의견'

금융입력 :2019/05/31 13:34    수정: 2019/05/31 13:34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과 크게 떨어진 원화 가치, 1분기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기록 등을 배경으로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의 소수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를 향후 기준금리 인하 의지를 내비치는 시그널(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적당치 않으며,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이를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은행은 31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6개월 째 같은 수준인 연 1.75%로 동결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총재는 "조동철 위원이 0.25%p 인하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나타냈다"면서 "과거 소수 의견이 있으면 실제 이뤄진 결과가 많이 있긴 하지만 금통위의 시그널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고, 다수 금통위원은 이유를 내세워 지금의 기준금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장기화 조짐, 물가 상승률이 높지 않아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견해에 대해 이주열 총재는 "불확실성은 한 층 커졌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 통화정책도 이러한 것을 좀 더 지켜보면서 행동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불확실성 요인이 악화되는 견해를 전제로 하향 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좀더 지켜보고 판단해나갈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31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 본관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한 이주열 총재.(사진=뉴스1)

또 그는 "지금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이고 낙관했던 미·중 무역분쟁이 악화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거기에 따른 우려로 (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등을 종합해서 상황을 보면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직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0.3%를 기록했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통화 완화책(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이주열 총재는 "거시정책이 서로 엇박자가 나면 서로의 정책 효과가 반감되고 바람직 하지는 않다"면서도 "그것이 꼭 같은 시기에 똑같이 나가야 하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통화정책이 여전히 실물경제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엇박자는 아니다"고 전했다.

올해 1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국내 수출 부진과 미·중 무역분쟁 등 경제 상황이 녹록하지 않은 가운데 이주열 총재는 "국내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에서 회복되는 모습이며 하반기로 가면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확장적 재정정책과 수출, 투자 부진이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에 관해 "5월 초까지만 해도 큰 틀에서 합의가 돼서 타결이 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미·중 간 상호 관세 추가 인상을 발표한 5월 초부터 갈등이 더 고조되면서 그야말로 장기화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관세 문제에 그치지 않고 특정 기업의 제재나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가능성 시사 등 전개되는 과정이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다"며 "정말 장기화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통화정책방향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1.75%)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세계경제는 성장세가 완만해지는 움직임을 지속하였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주요국 경제지표 부진 등으로 주요국 국채금리와 주가가 하락하고 신흥시장국의 환율이 상승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었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보호무역주의 확산 정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설비 및 건설투자의 조정이 지속되고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소비가 완만하나마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1/4분기의 부진에서 다소 회복되는 움직임을 나타내었다. 고용 면에서는 취업자수 증가규모가 줄어들고 실업률이 높아졌다. 앞으로 국내경제의 성장흐름은 건설투자 조정이 지속되겠으나 소비가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수출과 설비투자도 하반기에는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지난 4월 전망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소비자물가는 석유류가격 하락폭 축소 등으로 상승률이 0%대 중반에서 소폭 높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0%대 후반을,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초반을 나타내었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1%를 밑도는 수준에서 등락하다가 하반기 이후 1%대 초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나, 전망경로의 하방위험은 다소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금융시장에서는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 국내외 경기둔화 우려 등의 영향으로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었다. 장기시장금리와 주가가 큰 폭 하락하였고 원/달러 환율은 상당폭 상승하였다. 가계대출은 증가세 둔화가 이어졌으며, 주택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하였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중 무역분쟁, 주요국의 경기와 통화정책 변화, 신흥시장국 금융·경제상황,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전개상황과 국내 성장 및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깊게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