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시장과 스마트폰 시장이 끝모를 침체를 보이고 있다. 해당 분야를 핵심으로 삼아온 삼성전자는 실적하락과 함께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 업체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 침체 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연이어 발표했다. 반도체 시장은 10년만의 최악의 침체다. 스마트폰은 계속해서 판매량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 메모리 반도체 의존 높은 삼성, 인텔에 1위 내줘
지난 29일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1천162억달러보다 12.9% 감소한 1천12억달러를 기록했다. 2009년 2분기 이후 연간 대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메모리 시장 하락이 전체 매출 감소를 주도했다. 올해 1분기 메모리 반도체 전체 매출은 지난해 4분기 대비 25% 감소했다. 같은 기간 D램 매출은 26.1% 감소했고, 낸드 플래시 매출은 23.8% 줄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전년동기보다 34.6% 감소한 121억7천100만달러 매출을 기록해 2위에 올랐다. 시장 1위를 인텔에 내줬을 뿐 아니라, 상위 10위권 업체 중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의 84%를 메모리칩에 의존하고 있다.
3위 SK 하이닉스와 4위 마이크론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26.3%, 22.5% 감소하며 동반 하락했다.
메모리 비중이 6%에 불과한 인텔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인텔은 전년동기대비 0.3% 매출만 감소했다.
■ 스마트폰 교체주기 길어져...화웨이, 삼성 맹추격
스마트폰 시장도 판매량 감소를 이어갔다. 최근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의 올해 1분기 세계 스마트폰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최종 사용자 대상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한 3억 7천300만 대였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는 가운데, 스마트폰 판매량이 가장 높은 미국과 중국에서 1분기 판매량이 각각 15.8%, 3.2% 감소했다.
시장 1위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7천162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했다. 삼성은 점유율에서 19.2%를 차지, 1위를 지켰다. 하지만 20%벽이 무너졌다. 화웨이의 맹추격에 지금 자리를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 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트너 안슐 굽타 책임 연구원은 "삼성이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 S10은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해당 제품은 1분기 말부터 출하되어 판매량의 일부만 집계됐다"며 “삼성은 A 시리즈와 J 시리즈를 재정비하고 새로운 M 시리즈를 선보이는 등 중저가 스마트폰 제품군을 강화했지만, 중국 제조사들의 공격적인 경쟁 탓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미국에서 판매량 부재에도 불구하고 2위 자리를 지켰다. 삼성과의 격차도 계속해서 좁혀 나가고 있다. 화웨이는 5대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 중 가장 높은 연간 성장률을 보였다. 화웨이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4.5% 성장한 5천840만 대를 기록했다.
화웨이 스마트폰의 판매량은 전 지역에서 증가했다. 안슐 굽타 책임 연구원은 “화웨이는 특히 유럽과 중화권에서 각각 69%, 33%의 판매량 증가를 보이며 선전했다”고 분석했다. 화웨이는 중화권에서 29.5%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1분기 애플 아이폰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6% 하락한 4천460만 대에 그쳤다. 안슐 굽타 책임 연구원은 “시장에서 아이폰 가격이 인하되면서 수요를 끌어올리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1분기 성장을 회복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며, "사용자들이 기존 아이폰을 교체할 만큼 가치 있는 이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애플은 보다 긴 교체 주기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슐 굽타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수요는 일반 스마트폰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며, “이는 하이엔드 스마트폰에 주력하는 삼성이나 애플 등의 브랜드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4G 피처폰이 소비자들에게 낮은 가격에 큰 이점을 제공함에 따라,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의 교체 속도가 느려지면서 유틸리티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도 줄었다"고 분석했다.
■ 하반기에 터널 끝? 화웨이 사태가 변수
현재 반도체 시장 침체 원인은 수요 둔화와 재고량 급증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2분기를 저점으로 3분기부터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안타증권 이재윤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재고자산 회전율이 바닥권에 진입했다”며 “아직 단기 수요 불확실성은 있지만, 주요 업체의 생산 수요공급 조절로 하반기 업황 회복 가시성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IHS마켓은 올해 반도체 시장의 침체가 2분기까지 지속할 것으로 예측했다. 3분기부터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고사양 스마트폰의 낸드플래시 수요 증가로 시장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시장의 반전은 휴대폰 시장 흐름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휴대폰 제조업체가 대거 신제품을 선보이는 하반기가 연간 실적의 상향 전환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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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정치적 변수가 시장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중국 화웨이 제재를 발표했고, 구글이 화웨이의 안드로이드 이용을 제한했다. 인텔, 퀄컴, 자이링스, 브로드컴, 마이크로소프트 등 여러 부품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업체가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 정부 제재를 맞은 화웨이는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 화웨이 부진으로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시장에서 경쟁사가 반사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중국 휴대폰 시장 침체에 따른 관련 부품 시장 전반의 매출하락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