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나온 2009년 이후 블록체인 산업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은 매년 두터워졌다. 한번도 본질적인 가치나 생태계가 꺼졌다고 보지 않는다."
한국 대표 블록체인 액셀러레이터 및 크립토펀드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는 '블록체인 산업 펀더멘털 개선'이 최근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이끄는 밑바탕이라고 해석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8일 진행된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최근 두달간 비트코인 상승장을 이끈 직접적인 요인으로 '기관 투자자들의 매집'을 지목했다. "갑자기 10%씩 오르고 떨어지는 차트를 보면 한 두개 기관이 가격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지금 왜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사모으고 있는지, 그 이유까지 따져 봐야 의미 있는 해석이 가능하다"며 "기관들이 이 시기에 들어온 것은 펀더멘탈이라 볼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비트코인 가격은 블록체인 산업의 가치가 얼마나 축적돼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에 따르면 블록체인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 확대, 기술 발전, 규제 정립 등이 블록체인 산업의 중요한 펀더멘탈이라고 볼 수 있고, 이런 환경들은 한번도 후퇴한적 없이 발전해 왔다.
김 대표는 "종교나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처럼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개념을 이해하는 사람이 늘어가고, 비트코인 하나만 보더라도 전송 수수료를 낮추는 방법이 개발되는 등 기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규제 부분에선 전세계가 미국을 따라가는 경향이 큰데 미국을 보면 이 산업을 죽이기 위한 규제를 낸 적이 한번도 없고 어떻게 부작용 없이 이 산업을 성장시킬지가 규제 방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업계는 지난해 초부터 1년 이상 암호화폐 가격이 하락하며 거품이 꺼지는 시기를 겪기도 했다. 이때를 '침체기'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김 대표는 이 시기에도 블록체인 산업 자체의 펀더멘탈은 계속 강화됐다고 보는 입징이다.
그는 "2018년 거품이 꺼지는 와중에도 많은 발전이 있었고 거품이 있었기 때문에 발전 속도가 더 빨라진 면도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언젠가 꺼질 수 밖에 없는 '거품'을 만들어 냈지만,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도 미쳤다는 얘기다.
그는 "블록체인의 탈중앙 가치나 암호화폐는 낯설고 어려운 개념이었는데 거품이 끼면서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한번에 이해해 버렸다. 또, 암호화폐공개(ICO)로 산업내 돈이 몰리면서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 블록체인 산업에 합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또 거품이 보이면서 규제 당국의 가이드라인 만드는 속도가 빨라졌다"며 "설사 안 좋아 보이는 규제라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불확실성을 줄여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펀더멘탈 더욱 강화될 것...'암호화폐 금융 발전. 대규모 사용자 유입" 기대
그는 가까운 미래 블록체인 산업 내 가치를 한단계 끌어올릴 요인으로 '기관 투자자를 위한 환경 마련'과 '대규모 사용자를 보유한 블록체인 서비스 등장'을 꼽았다.
지금까지 암호화폐 거래 시장에는 기관이 들어오기 어려웠다. 기관이 한번에 큰돈을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기관들이 들어오려면 라이선스를 받은 커스터디(수탁) 서비스, 브로커리지 서비스(위탁매매), 선물 거래소는 필수다.
김 대표는 "이미 지난해부터 올해 2분기에는 암호화폐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런 커스터디나 브로커리지 서비스 보급이 본격화 되는 시점과 맞물릴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증권거래소를 포함해 많은 거래소를 가지고 있는 ICE가 만든 비트코인 선물거래 및 커스터디 서비스 백트와 NXC(넥슨 지주회사)가 투자한 브로커리지 서비스 타고미 등이 향후 기관 투자자들의 유입을 이끌 주요 서비스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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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규모 사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 카카오, 라인 등이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본격화 하면, 블록체인 생태계 자체가 확 성장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현재 페이스북이 20억명, 카카오가 5천만명, 라인이 1억8천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암호화폐 사용자 집단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작다. 하루에 활성화되는 비트코인 지갑 계정 수가 80만 개가 안될 정도다.
김 대표는 "페이스북, 카카오 같은 메신저 사업자가 들어오면 사용자들은 날마다 사용하는 플랫폼 위에서 복잡한 과정 없이 바로 암호화폐를 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