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 사피엔스'...금융, 숨쉬는 것처럼 쉬워져

[超시대가 왔다]⑩초금융...모바일·로봇이 자산 관리

금융입력 :2019/05/30 14:27    수정: 2019/05/30 14:28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혹은 간단한 계좌 이체를 하기 위해 지점을 방문하거나 은행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 수십번 번호를 입력해야했던 시대는 지나갔다. 인터넷을 통해 쇼핑을 할 때나, 동네 수퍼마켓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는 물론이고 친구들끼리 먹은 음식값도 단 몇 초면 결제하고 송금할 수 있다. 그야말로 숨쉬는 것처럼 쉬워진 '초금융 시대'다.

이런 초금융 시대를 추동하는 것은 모바일 기기의 대중 보급화, 모바일 뱅킹서 대부분의 업무를 가능하게 한 디지털화 작업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은행 업무 처리 방식이 점차 바뀐 것이다.

은행들은 모바일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를 타깃으로 재밌고 스마트하게 금융상품을 판매 중이다. 수 시간의 상담없이도 조건만 입력하면 알아서 로봇알고리즘이 관리해주는 자산관리 서비스도 초금융 시대의 새로운 풍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양상은 쉽사리 변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 성인 10명 중 6명 '모바일 뱅킹' 이용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25일부터 12월 3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2천59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3개월 내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이용한 응답자 비율은 56.6%(케이뱅크·카카오뱅크 제외한 일반은행 기준)로 집계됐다. 성인 10명 중 6명이 모바일 뱅킹을 사용한 것이다. 연령대별로는 스마트폰 기기에 익숙한 30대의 이용비율이 87.2%로 가장 높았으며, 20대(76.3%)·40대(76.2%)로 조사됐다.

모바일 뱅킹을 사용하는 이유로는 편리한 이용 절차때문이라는 답변 비중이 43.0%로 가장 높았고, 다양한 혜택이라는 대답도 24.7%를 차지했다. 즉, 포노 사피엔스가 군림하는 이 시대에 편리하면서도 잇점을 누릴 수 있는 모바일 뱅킹은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내은행은 꾸준히 모바일 뱅킹을 리뉴얼하거나 개편하는 등 사용 여건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뱅킹 이용객이 주로 사용하는 계좌 이체와 송금 등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공인인증서 대신 사설인증을 택하고 수십 번 본인임을 확인했던 절차를 간소화한 것. 이는 핀테크인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 서비스를 벤치마킹했다고 보인다.

■ 재밌게, 스마트하게 바뀌는 재테크 풍토

현재 은행은 송금이나 간편 이체 외에도 모바일 뱅킹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넓히고 있다. 대출 신청과 상환, 퇴직연금 관리는 물론이고 예·적금과 같은 금융상품도 쉽게 가입하도록 만들었다. 모바일 뱅킹에 주로 접속하는 2030세대에게 은행들은 금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옵션을 추가해 재미있고 스마트한 금융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내 입맛대로 우대금리 항목을 골라서 만들 수 있는 'DIY'형 적금 'KB내맘대로 적금'을 판매 중이다. 고를 수 있는 우대금리 항목은 9가지로 ▲급여이체 ▲카드 결제 계좌 ▲저축 자동이체 ▲아파트관리비 이체 ▲KB스타뱅킹 이체 ▲장기 거래 ▲첫 거래 ▲주택청약종합저축 ▲소중한 날 등이다. 이 중 6개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만족할 경우 항목당 연 0.1%p의 우대 이율을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제주항공과 현대백화점면세점과 제휴한 '우리 여행적금'을 판매 중이다. 젊은 층의 해외 여행 수요를 감안한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여행 자금 마련에서부터 항공권 구매, 면세점 할인까지 해외 여행족들의 이동 동선을 고려한 금융 상품이라 것. 이 적금 만기 고객은 제주항공 마일리지 '리프레시 포인트'를 구매할 수 있고, 제주항공 왕복항공권 할인권과 현대백화점 인터넷면세점에서 적림금과 최상위 멤버십의 혜택이 주어진다.

신한은행은 '쏠편한 작심3일 적금'으로 2030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 상품은 매번 큰 금액을 적금하려다 중도해지하는 '작심삼일'이 일상인 이들을 대상으로 디자인됐다. 매일 소액을 절약해 저금하는 것으로 일주일에 3개 요일 자동이체를 설정하고 소액을 입금하는 상품이다. 소액으로 부담감을 줄인데다 '그림왕 양치기'라는 웹툰 작가와 콜라보래이션해 재미를 높였다.

■ '부자 아니어도 OK'...자산관리도 모바일로

잘 모으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있던 자산 관리도 모바일 뱅킹에서 가능해졌다. 고액 자산을 가진 부자들만 받을 수 있다는 은행의 자산 관리 서비스가 보편화될 조짐이다. 효자 역할은 '로보어드바이저'가 했다. 다양한 알고리즘을 탑재한 로보어드바이저가 내가 갖고 있는 자산을 분석해 수 개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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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고객 투자성평과 수요를 반영해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로보-알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투자 목적과 기간, 투자 지역을 고객이 선택할 수 있으며 이 로보어드바이저가 추천해주는 펀드의 최소 가입 금액은 10만원이다.

신한은행은 금융시장 전문가의 시장 예측과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분석 결과를 결합한 '쏠리치' 자산관리 서비스를 선뵈고 있다. 퇴직연금과 펀드의 자산진단, 포트폴리오 설계 및 가입, 사후 관리까지 기능과 품질을 더욱 강화했다는 게 신한은행 측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향후 더 많은 상품을 연계해 '종합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이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