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출범 4개월여 만에 손태승 우리지주 회장이 기존 4대 금융그룹과 견줘 뒤지지 않을 정도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데 힘을 쏟는 모습이다.
21일 우리은행이 롯데카드 매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손태승 회장이 세운 전략을 검증하고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마련한 상태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를 매입할 경우 손 회장이 취임 당시 내세웠던 4대 성장동략 중 두 가지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향방이 주목된다.
특히 우리금융지주 주가가 우리카드의 대량 대기 물량(오버행) 이슈 등으로 '게걸음'을 하고 있는 가운데 주가를 끌어올릴 발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신디케이트 론' 주간 은행 선정 가능성 높여
롯데지주는 지난 13일까지 배타적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한앤컴퍼니'와 협상 기한이 지나, 우선협상대상자를 MBK파트너스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형성해 롯데카드 인수를 추진해왔다.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 간 롯데카드 지분 매입 비율은 60대 20이다. 나머지는 롯데지주 지분이다. MBK파트너스가 우리은행에 비해선 많다.
지분 확보를 위해 MBK파트너스는 즉, 매입 자금 마련을 위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것이다. 롯데지주가 제시한 롯데카드 매각가가 1조5천억원인만큼 MBK파트너스는 필요 자금을 여러 은행을 통해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한배를 탄 우리은행을 주간사로 해 신디케이트 론(두 개 이상의 은행이 차관단 또는 은행단을 구성해 공통의 조건으로 일정금액을 융자해 주는 중장기 대출)을 받을 확률이 높다.
손태승 회장이 우리은행을 기업금융이 강한 은행으로 분석하고, 기업투자금융(CIB)부문서 성과를 내겠다고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쪽에서 성과를 내면 회사 경영 전략이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 전략이 통할 경우 우리금융지주의 주가 역시 제고될 확률을 높인다. 지난 1월 14일 손 회장은 "우리은행 기업금융에 독보적으로 강한 은행"이라며 "4대 성장동력 중 하나가 CIB 부문이며 과감히 인재를 채용해 글로벌 은행이 되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 장기적으로 포트폴리오 재편 가능
우리금융지주는 롯데카드의 지분 전체는 아니더라도 일부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현재 롯데카드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우리은행 투자금융부다. 비은행 부문을 인수해 합병한다면 우리금융지주가 핵심이 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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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장 우리지주의 자본이 충분치 않고, 건전성 이슈로 일부의 지분만 매입하는 것"이라며 "MBK파트너스와 우호적인 관계를 잘 구축해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점은 내년 3월 이후가 될 확률이 크다. 손 회장은 취임 직후 "규모가 작은 회사의 인수합병부터 시작할 것이며, 직접 인수가 어렵다면 다른 데와 같이 참여해 지분을 갖고 있다가 내년에 자본비율이 회복되면 50% 이상 유도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우리금융지주는 현재 자본건전성 비율을 계산할 때 표준등급법을 이용 중이지만, 내년 금융당국이 우리지주만의 내부등급법을 승인할 경우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건전성 비율은 향상돼 자금 조달에서 숨통이 트이고, 덩치가 큰 회사도 인수합병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