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폭발적인 경제성장 촉진제가 될 수 있을까요?"
김지희 카이스트 경영대학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숱하게 제기됐던 질문이다. 잠깐 뜸을 들인 김 교수는 이런 답변을 내놨다.
"가능합니다. 다만 그렇게 되기 위해선 모든 생산활동의 완전 자동화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16일 서울 강남구 메리츠타워에 있는 D2 스타트업 팩토리에선 의미 있는 토론회가 열렸다. AI시대 미래 일자리와 경제성장, 법 제도와 정책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인공지능과 미래사회'란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서울대학교 법과경제연구센터 인공지능정책 이니셔티브가 주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AI와 경제성장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이 시장경쟁에 주는 시사점 ▲AI시대 노동시장의 변화 ▲윤리적 AI 실현과 과제 등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 "AI 정책, 다층적이고 다면적으로 접근해야"
최근 AI는 딥러닝 기술을 통해 급속히 발전하면서 시장경제 지형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딥러닝을 지탱하는 것은 빅데이터로 알려진 데이터 마이닝 기술의 양적, 질적 개선이다.
첫 발제자인 임용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딥러닝은 데이터 학습 기반의 AI 기술인 만큼 데이터에 대한 의존성이 존재한다"며 "AI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적절한 데이터의 생성과 활용이 필수적인 만큼 데이터 정책·규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날 유럽연합이 지난 해 도입한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중심으로 데이터 이동성에 대해 설명했다. GDPR은 개인의 데이터 통제권을 보장하는 것을 핵심 골자로 하는 있는 법이다.
GDPR이 도입되기 전부터 전 세계 많은 업체들이 대응 마련에 부심할 정도로 강력한 규제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AI 정책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정책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며 "다층적이고 다면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규제들의 누적적·총체적 효과에 대한 신중한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자칫하면 부작용이 생길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GDPR은 어디까지나 유럽 상황에서 탄생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GDPR을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생각해선 안 된단 의미다.
그는 GDPR의 핵심인 데이터 이동권과 도서정가제에 빗대 설명했다. 잘 아는대로 도서정가제는 지역 중소서점 보호를 위해 마련된 법이다. 하지만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 오히려 중소서점들이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데이터 이동권도 마찬가지 모습을 보이고 있단 지적이다. 실제로 GDPR 대응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소요됨에 따라 새로운 신생업체들의 진출을 막는 진입 장벽 역할을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모든 생산활동 자동화 힘들다면 폭발적 성장도 힘들어"
김지희 카이스트 경영대학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AI가 경제 성장의 촉진제가 될 수 있을까'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 강연에서 김 교수는 "모든 생산 활동의 완전한 자동화가 힘들다면 AI로 인한 폭발적인 경제 성장은 힘들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아무리 많은 산업이 자동화되더라도 공정 과정 중 인간이 해야 하는 작업이 하나라도 있다면 폭발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제학자들의 의견을 살펴보면 절반 정도가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AI는 인간의 일부 직무를 대신하겠지만 노동 대체적인 효과보다는 노동 보완적인 효과와 새로운 직무 창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I가 노동 보완적인 효과와 직무 창출 효과를 줄 수는 있지만 근로자의 관점에서는 기존 직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AI와 고용시장의 변화'를 주제로 강연한 이수형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우 중산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직업이 사라질 가능성이 꽤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보건·의료·법률 등 규제나 법과 관련된 직업은 대체될 가능성이 낮지만 금융이나 보험 관련직은 대체될 확률이 높고 이는 중상위층 직업의 위기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상황의 극복을 위해 노동자로 하여금 새로운 스킬을 배우고 영어를 익혀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것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중요한 것은 단순한 코딩 스킬보다 문제 자체를 해결하는 스킬"이라며 "자기 분야와 IT를 합쳐 응용할 수 있는 쪽으로 가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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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이날 행사에서는 윤리적 AI의 실현과 과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 이나래 변호사, 박도현 변호사는 윤리적 AI 관련 논의와 해외 최신 AI 규범을 비교·분석했다.
고 교수는 "해외 윤리규범을 살펴볼 경우 규범을 만든 주체가 누구냐, 혹은 지역적 문화적 차이에 따라 내용에서 차이가 난다"며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주체의 공동 규범의 경우에는 원론적인 내용이 중심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