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동영상 추천에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한 추천 서비스가 국민 절반 이상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 추천과 같은 AI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만, 한 쪽으로 치우친 뉴스만 소비사는데 불안감도 나타난 점이 주목된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8일 지능정보서비스에 대한 이용자의 사용경험과 태도 등을 조사하는 ‘지능정보사회 이용자 패널조사’의 1차년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능정보사회에서는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 인공지능 기반 전자제품,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서비스가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지능정보사회와 관련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의 사용경험과 인식, 우려사항 등을 주제로 패널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지능정보사회에 대비한 중장기 이용자 보호정책 수립 시 참고할 계획이다.
조사는 지능정보기술 및 서비스 확산에 따른 이용자의 인식과 행태변화를 3년 간 추적하는 패널조사로, ‘조사 및 분석항목은 ▲지능정보서비스 이용 현황 ▲미래사회 변화와 이용자의 태도 ▲인공지능스피커 사용현황 ▲개인정보보호 인식 ▲지능정보사회 이용자 권리와 역기능 ▲지능정보사회 이용자 계층분화 등다.
■ 과거 기록이 골라주는 콘텐츠 이용률 증가
우선 디지털기기 사용현황을 살펴보면 조사 대상자인 스마트폰 이용자를 기준으로 데스크톱 컴퓨터(53.6%), 노트북 컴퓨터(29.2%), 태블릿PC(7.9%), 스마트워치(1.9%) 순으로 사용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는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 주로 이용하는 반면, 데스크톱과 노트북 등 PC류는 정보검색을 위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추천서비스 이용현황에서는 포털의 뉴스 추천서비스, 영화음악 콘텐츠 추천시스템 등이 보편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대상 중 63.9%가 뉴스 추천서비스, 56.2%는 영화 및 동영상 추천서비스, 46.0%는 음악 추천서비스를 이용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용자가 선호할만한 콘텐츠를 선별해 제공하는 자동추천 알고리즘은 검색비용을 절약해주고, 편의성을 증진시키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과거의 사용기록이 현재의 추천결과를 결정하는 메커니즘으로 인해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접할 기회가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 뉴스 자동추천 만족도 높지만...
자동추천서비스가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뉴스 서비스를 살펴보면, 이용자 중 80%는 자동추천 결과가 내 취향 또는 뉴스 이용목적에 적합하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또한 ‘추천 기사가 획일적이지 않고 다양하다(69.5%)’, 뉴스 자동추천서비스는 ‘유용하다(73.0%)’,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의향이 있다(70.0%)’ 등의 항목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뉴스 자동추천으로 인해 본인의 사고나 가치관이 편향될까봐 두렵다는 의견도 57.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점이 주목된다.
자신이 선호하는 정보만 편식하여 기존의 고정관념이 강화되는 ‘확증편향’ 현상에 대한 우려도 드러난 것이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맞춤형 알고리즘을 적용해 필터링된 정보만을 받게되는 이른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을 통해 확증편향이 강화된다.
■ 원격진료 서비스 상용화 기대감 높아
상용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 5년 내 일상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인공지능 서비스로는 원격진료(63.1%), 위험한 일을 대신하는 로봇(55.8%) 등이 꼽혔다.
반면 교육로봇(40.8%)과 아기돌봄 로봇(41.6%) 등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지능형 서비스를 수용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상용화될 경우 응답자들이 가장 이용하고 싶어 하는 지능정보서비스는 무인상점(70.3%), 로봇드론에 의한 택배 배달 서비스(63.3%) 순으로 조사됐다.
이는 사람들이 프라이버시에 대한 염려가 적고 일상생활이 편리해지는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이용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최근 많이 출시된 인공지능스피커는 전체 응답자의 7.4%만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스피커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사용방법이 어려워서(20.1%), 가격이 비싸서(19.3%)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공지능스피커의 성능에 대해서는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었으며, 특히 인공지능스피커가 제공하는 답변이 본인의 취향?목적에 잘 맞춰져 있다는 응답이 62.8%로 높게 나타났다.
만약 인공지능스피커가 보편화될 경우 예상되는 사회변화로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는 일이 줄어들 것(66.0%), 신체적 불편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것(59.3%),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보에 길들여 질 것(59.0%) 순으로 공감을 얻었다.
■ AI 시대 개인정보보호
개인정보보호 수준을 두고 58%의 이용자들은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개선됐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33.8%)이나 악화되었다(8.2%)는 응답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개인정보보호 환경이 조성됐다고 믿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데이터 관리 측면에서 가장 신뢰받는 기관으로는 금융기관(59.6%)이 꼽혔고 반대로 온라인 쇼핑몰(35.0%)은 신뢰도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또 65.2%의 이용자들은 이미 삭제한 글이나 사진이 어딘가에 남아있을 것 같은 우려를 갖고 있었다. 단 실제로 공개하고 싶지 않은 개인정보가 온라인상 존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6.5%에 그쳤다.
이는 지능정보사회의 이용자들이 내가 지운다고 해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 ‘디지털 족적(footprint)’에 대한 부담을 안고 살아가고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41.8%의 응답자가 온라인상 이용흔적이 남을 것 같아 SNS 이용을 자제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제시된 사례 중 길 찾기?경로안내 서비스는 이용을 자제한 경험이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는 제공하는 정보 대비 편익이 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정보를 주는 대가로 합당한 편익을 얻을 수 있다면 기꺼이 프라이버시를 포기할 수 있다고 응답한 점도 주목된다.
작업환경의 안전과 보안(64.6%), 범죄예방(63.8%)을 위해 CCTV를 설치하는 것에 수용도가 가장 높았으며, 교통안전 및 길안내 등을 위해 자동차 운행정보를 제공(61.0%)하는 것은 그 다음으로 수용도가 높았다.
■ AI 시대 이용자 권리
이용자권리 질문에 응답자들은 지능정보서비스에 대해 알권리, 설명요구권 등 다양한 이용자의 권리가 인정돼야 한다고 답했다.
예컨대 기사 작성자가 인간인지 로봇인지 알 권리가 있다는 데 찬성의견이 48.5%로 반대 15.7%의 3배를 넘었다.
또 인공지능 서비스로 인한 피해나 불이익에 대한 설명요구권에 대해 찬성이 45.9%로 반대 12.4%보다 높게 나타났다. 인공지능시스템이 인간의 가치와 일치하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응답도 43.7%에 달했다.
동시에 ‘모르겠다’나 ‘중립’으로 응답한 의견도 상당수를 차지하여 아직 지능정보서비스의 위험성과 이용자 권리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정보를 수집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때 해당 데이터 소유권은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있다(35.4%)는 의견이 가장 많았으며, 기업에 있다는 의견(31.7%), 개인에 있다는 의견(21.0%)이 뒤를 이었다.
인공지능 확산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들 중 심각성이 가장 큰 것으로는 인공지능스피커가 대화내용을 허락 없이 전송하는 것(61.2%), 개인정보가 어떻게 이용되는지 알지 못하게 되는 것(60.9%)이 꼽혔다.
즉 이용자들은 일상적으로 켜져 있는 인공지능스피커 등을 사용할 때 매우 사적인 대화마저 유출될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능화된 서비스일수록 보안이 중요한 요소라는 설명이다.
■ AI 사회 이용자 계층분화
지능정보기술 및 서비스 이용자의 특성을 심층분석한 결과, 이용자는 ‘거래이익추구형’, ‘생활실용추구형’, ‘소극적 이용형’, ‘최소이용형’ 등 총 4개의 집단으로 분류됐다.
‘거래이익추구형’은 스마트폰으로 자본증식 활동을 하는 집단으로 고소득, 고학력, 저연령으로 구성됐다.
‘생활실용추구형’은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홈, 번역, 소개팅 등 일상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학력은 높으나 경제력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소극적이용형’은 평균과 가장 비슷한 집단이며, ‘최소이용형’은 지능정보서비스를 가장 적게 이용하는 집단으로 저학력 고령층으로 구성됐다.
조사 결과는 지능정보화가 어떤 계층에게는 편익을 가져다주지만 다른 계층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또 지능정보서비스 활용격차가 오프라인 영역의 불평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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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이익추구형’은 미래기술 이용의향이 강해 지능정보화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나, 취약계층이 가장 많이 속한 ‘최소이용형’은 자원부족, 정보비대칭 등으로 인해 동등한 기회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용자 간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이용자 역량강화 정책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