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 휴렛팩커드(HP)의 컬러 3D프린터 ‘HP Jet Fusion 300/500’ 시리즈가 이달 말 국내 공식 출시된다. HP의 파트너사인 국내 3D프린팅 전문기업 폼엑스(Form X)는 HP Jet Fusion 500 시리즈를 출시와 함께 바로 본사에 설치해 국내 여러 기업에 장비와 3D프린팅 서비스를 공급할 계획이다.
국내 다른 3D프린터 유통사와 달리 폼엑스는 HP 장비만 취급하고 있다. 스트라타시스, EOS 등 다른 글로벌 3D프린팅 기업 장비와 기술을 접한 바 있는 폼엑스 인력들은 HP의 3D프린팅 기술력이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에 가장 우수하다는 판단 아래 HP와의 파트너십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에 출시되는 HP의 컬러 3D프린터는 국내 중소기업에 생소했던 3D프린팅 기술을 널리 알리는 장비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23일 기자와 만난 정재엽 폼엑스 3D프린터 사업부 부장은 “HP Jet Fusion 300과 500 시리즈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기존 고가의 산업용 3D프린터보다 부담 없이 사용하면서 도입 방안을 연구하고 효용성을 느낄 수 있는 3D프린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플라스틱 기반 산업용 프로토타이핑 제작을 목적으로 한 HP Jet Fusion 300과 500 시리즈는 각각 340과 380, 540과 580 등 총 4가지 3D프린터로 구성됐다. HP Jet Fusion 340과 540은 흑백, 380과 580은 컬러 3D프린팅이 가능하다. 300과 500 시리즈의 차이는 최대 출력 크기다. 500 시리즈는 한번에 최대 190밀리미터(mm)x332mmx248mm 크기의 출력이 가능하며 300 시리즈는 세로 길이만 254mm로 다르다.
■ “가격·생산성·품질 모두 잡았다”
폼엑스는 HP Jet Fusion 300과 500 시리즈가 ▲가격 ▲출력물 생산 속도 ▲출력물 품질 등 3가지 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에 따라 국내 중소기업이나 연구기관들이 3D프린팅을 활용하는 데 있어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4가지 3D프린터 중 가장 고가인 HP Jet Fusion 580의 가격은 약 1억원 후반대다. 경쟁사의 컬러 3D프린터가 6억~7억원대임을 고려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HP Jet Fusion 540은 출력 공간 내에서 한 번에 약 15시간 동안 52개 부품을 출력할 수 있다. HP Jet Fusion 540의 생산 속도가 4점이라고 했을 때 경쟁사의 폴리젯 방식 컬러 3D프린터는 1점, FDM방식은 1점, SLS방식은 3점이라는 것이 폼엑스의 설명이다. 폴리젯 방식은 액체 상태의 소재를 분사한 후 자외선 등을 이용해 굳히면서 출력물을 만드는 방식이다. FDM방식은 열을 가한 노즐에서 플라스틱 소재를 뽑아내는 방식이며, SLS방식은 금속 가루에 레이저를 쏴 용융시키며 출력물을 만든다.
폼엑스는 출력물의 경도(단단한 정도)와 탄성, 인장 강도(양쪽에서 잡아당겼을 때 파괴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최대 응력) 면에서도 HP Jet Fusion 300/500 시리즈가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경쟁사의 폴리젯 방식 컬러 3D프린터로 출력한 부품은 기능성 테스트를 할 수 없지만 HP Jet Fusion 300/500 시리즈로 출력한 부품은 강도는 물론 수밀성(물이 밖으로 새지 않는 성질), 내압성(높은 압력도 견딜 수 있는 성질) 테스트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정 부장은 “HP Jet Fusion 300/500 시리즈로 출력한 부품은 방수방진 등급 IP67을 충족해 수밀성 테스트도 가능하다. 국내 한 화장품 기업도 이 점에 착안해 화장품 개발에 HP 3D프린터를 활용 중”이라며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배터리 쿨링 시스템이나 파이프 생산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중소기업과 연구기관들은 수억 원에서 몇 십억 원에 이르는 3D프린터를 구매하기 어렵다. 사실 이 같은 고객사들은 3D프린터를 이용한 대량 생산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제품 개발, 생산에 앞서 기능성 테스트를 위해 3D프린트로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것이 목적인데 이번 HP 3D프린터는 이런 목적에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HP Jet Fusion 300/500 시리즈는 올인원 장비로 ▲출력물 완성된 후 남은 소재 수집 ▲사용자가 설정한 비율에 따라 새로운 소재와 수집한 소재 섞어서 재활용 ▲출력물 냉각 ▲서포트 없는 출력 등도 가능하다.
■ 올해 500 시리즈 10대 이상 공급 목표
폼엑스는 이 같은 장점들을 앞세워 올해 국내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연구기관, 대학 등에 HP Jet Fusion 300과 500 시리즈를 적극 알릴 계획이다. 이미 국내 주력 산업으로 꼽히는 전자, 자동차, 철강, 소비재 등 산업 분야 대기업들은 실무자급 또는 경영진 단계에서 3D프린팅 연구, 도입 연구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반면 국내 대다수 중견,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산업용 3D프린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기술력 정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정 부장은 “국내 대기업 중에는 이미 산업용 3D프린터를 지속 구매하며 단순 생산하는 부품은 3D프린터로 출력하는 곳도 있다. 폼엑스는 대기업들에 애플리케이션(제품)과 생산 규모에 따른 컨설팅도 제공 중”이라며 “국내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국내 중견, 중소기업들도 어서 산업용 3D프린팅에 대한 경험과 제조 혁신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폼엑스는 국내 기업, 연구기관에 HP Jet Fusion 300/500 시리즈와 산업 현장에서 3D프린팅 도입 방안을 알리기 위해 매달 체험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이다. 산업용 3D프린팅 서비스를 첫 이용하는 고객사는 일정 수준 무료로 무료 샘플 제작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정 부장은 “폼엑스는 현재도 본사에서 기업과 대학생 대상으로 HP의 산업용 3D프린터 체험 세미나를 열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3D프린터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리고 있다”며 “고객사가 어떤 제조 공정을 이용해 어떤 제품을 어느 정도 규모로 생산하고 있는지 제시하면 HP 3D프린터를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그렇다면 최대한 효율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컨설팅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사가 HP 3D프린터를 구매한 후 최대한 빨리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폼엑스는 2017년 설립돼 회사 연혁이 3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HP 3D프린터 공급부터 3D프린팅 서비스, 전문 컨설팅까지 함께 제공하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속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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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HP Jet Fusion 300과 500 시리즈 중 540과 580 두 3D프린터만 10대 이상 공급해 실적을 1.5~2배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이미 HP 3D프린터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가 국내에 점차 퍼지고 있는 만큼 목표는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정 부장은 “올해는 시황이 침체돼있겠지만 내년부터 국내 대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3D프린팅에 대한 투자도 열릴 전망”이라며 “국내 3D프린팅 시장은 초기에 보급형 중심으로 형성되고 경쟁이 이뤄졌지만 이제는 산업용 장비 경쟁 단계다. HP의 3D프린터는 생산 속도와 비용, 품질을 잡았다는 점에서 산업용 장비 시장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