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묵은 아인슈타인의 수수께끼가 풀렸다. ‘사건지평선망원경(EHT)’ 프로젝트 과학자들이 10일(현지시간) 은하단 중심부에 있는 M87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 이미지를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실제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전 세계 13개 천문학 연구기관이 참여했다. 이들은 6개 대륙에서 8개 망원경을 연결해 지구 지름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었다. 이런 거대한 작업 끝에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 이후 104년 동안 밀봉돼 있던 블랙홀을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블랙홀 사진을 성공적으로 담아내기까지 한 대학원생의 아이디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케이티 보우먼이란 여성 과학자다. 보우먼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3년 전 블랙홀 촬영의 기본 알고리즘을 제안했다고 미국 씨넷, CNN 등이 보도했다.
■ 지구 크기만한 가상 망원경 구축 아이디어
보우먼은 블랙홀이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굉장히 작고 촘촘하게 구성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게다가 블랙홀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주변 물질과 상호작용할 때는 그림자를 발산할 수 있다. 주변에 가스층이 별이 밀집돼 있어 촬영도 쉽지 않다.
보우먼은 이런 난관을 뚫고 블랙홀을 촬영하기 위해선 지구 크기만한 망원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정교한 계산 결과였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6개 대륙 8개 망원경을 지구 크기 가상 망원경으로 연결하는 EHT 프로젝트였다.
EHT 프로젝트는 블랙홀을 담고 있는 M87 관련 데이터 수 백만 기가바이트 분량을 수집했다. 이 때 사용된 것이 간섭측정법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이미지로 만들기 위해선 정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데이터 중간에 틈이 많을 뿐 아니라 노이즈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도 보우먼은 큰 역할을 했다. 이미지를 인증하고, 영상지표들을 선택하는 작업을 이끌었다.
바우만은 CNN과 인터뷰에서 “인공데이터를 생성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다른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미지를 복구할 수 있을 지 테스트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모든 다른 가설들을 처리할 수 있는 많은 알고리즘을 개발하길 원했다”면서 “모든 알고리즘들이 같은 구조를 복구해낼 경우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연구원들은 각자 알고리즘으로 여러 개 블랙홀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그 이미지가 모두 동일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CNN에 따르면 10일 공개된 블랙홀 이미지는 한 개 알고리즘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여러 알고리즘이 생성한 모든 이미지를 서로 흐릿하게 결합해서 만들어낸 것이다.
보우먼이 처음 제기한 가설이 블랙홀의 신비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 케이티 보우먼 TED 강연영상 바로가기)
■ 천문학 이미지 수학적으로 풀어내는 데 결정적 기여
MIT 헤이스타크 천문대의 빈센트 피시 연구원은 CNN과 인터뷰에서 “보우먼은 이미지 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 중 한 명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케이티 보우먼이 우리 이미지 그룹에 제기해 준 중요한 통찰 중 하나는 자연이미지가 있다는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보자. 블랙홀 이미지가 어떤 쪽은 경계부분이 좀 더 부드럽고, 또 다른 쪽은 날카로운 영역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천문학 이미지가 이런 특성을 공유하게 되면, 수학적으로 그 특성들을 풀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 과정에서 보우먼의 가설들은 중요한 기여를 했다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일관된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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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먼은 CNN과 인터뷰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어느 한 사람 힘으로 해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면서 “많은 배경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참여한 덕분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보우먼은 올 가을부터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조교수로 출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