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사진 촬영, 미국 대학원생이 결정적 역할

케이티 보우먼, 3년 전 MIT 재학당시 알고리즘 개발

과학입력 :2019/04/11 11:00    수정: 2019/04/11 17:2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100년 묵은 아인슈타인의 수수께끼가 풀렸다. ‘사건지평선망원경(EHT)’ 프로젝트 과학자들이 10일(현지시간) 은하단 중심부에 있는 M87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 이미지를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실제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전 세계 13개 천문학 연구기관이 참여했다. 이들은 6개 대륙에서 8개 망원경을 연결해 지구 지름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었다. 이런 거대한 작업 끝에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 이후 104년 동안 밀봉돼 있던 블랙홀을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블랙홀 사진을 성공적으로 담아내기까지 한 대학원생의 아이디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0년 이상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블랙홀 사진을 찍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케이티 보우먼. (사진=씨넷)

화제의 주인공은 케이티 보우먼이란 여성 과학자다. 보우먼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3년 전 블랙홀 촬영의 기본 알고리즘을 제안했다고 미국 씨넷, CNN 등이 보도했다.

■ 지구 크기만한 가상 망원경 구축 아이디어

보우먼은 블랙홀이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굉장히 작고 촘촘하게 구성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게다가 블랙홀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주변 물질과 상호작용할 때는 그림자를 발산할 수 있다. 주변에 가스층이 별이 밀집돼 있어 촬영도 쉽지 않다.

보우먼은 이런 난관을 뚫고 블랙홀을 촬영하기 위해선 지구 크기만한 망원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정교한 계산 결과였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6개 대륙 8개 망원경을 지구 크기 가상 망원경으로 연결하는 EHT 프로젝트였다.

EHT 프로젝트는 블랙홀을 담고 있는 M87 관련 데이터 수 백만 기가바이트 분량을 수집했다. 이 때 사용된 것이 간섭측정법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이미지로 만들기 위해선 정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데이터 중간에 틈이 많을 뿐 아니라 노이즈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케이티 바우만이 TED 강연에서 블랙홀 사진 촬영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TED 영상 챕처)

그 과정에서도 보우먼은 큰 역할을 했다. 이미지를 인증하고, 영상지표들을 선택하는 작업을 이끌었다.

바우만은 CNN과 인터뷰에서 “인공데이터를 생성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다른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미지를 복구할 수 있을 지 테스트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모든 다른 가설들을 처리할 수 있는 많은 알고리즘을 개발하길 원했다”면서 “모든 알고리즘들이 같은 구조를 복구해낼 경우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연구원들은 각자 알고리즘으로 여러 개 블랙홀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그 이미지가 모두 동일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CNN에 따르면 10일 공개된 블랙홀 이미지는 한 개 알고리즘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여러 알고리즘이 생성한 모든 이미지를 서로 흐릿하게 결합해서 만들어낸 것이다.

보우먼이 처음 제기한 가설이 블랙홀의 신비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 케이티 보우먼 TED 강연영상 바로가기)

■ 천문학 이미지 수학적으로 풀어내는 데 결정적 기여

MIT 헤이스타크 천문대의 빈센트 피시 연구원은 CNN과 인터뷰에서 “보우먼은 이미지 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 중 한 명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케이티 보우먼이 우리 이미지 그룹에 제기해 준 중요한 통찰 중 하나는 자연이미지가 있다는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EHT 프로젝트 과학자들이 10일(현지시간) 인류 최초로 블랙홀의 실제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

예를 들어보자. 블랙홀 이미지가 어떤 쪽은 경계부분이 좀 더 부드럽고, 또 다른 쪽은 날카로운 영역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천문학 이미지가 이런 특성을 공유하게 되면, 수학적으로 그 특성들을 풀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 과정에서 보우먼의 가설들은 중요한 기여를 했다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일관된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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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먼은 CNN과 인터뷰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어느 한 사람 힘으로 해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면서 “많은 배경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참여한 덕분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보우먼은 올 가을부터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조교수로 출근할 예정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