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찾았다!...“아인슈타인 이론, 사진으로 첫 증명”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HT)' 프로젝트 과학자들이 10일(현지시간) 인류 최초로 블랙홀의 실제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고 IT매체 씨넷이 보도했다.

공개된 블랙홀의 사진은 초점이 맞지 않은 모닥불 사진처럼 보인다. 미 애리조나 대학 천문학 교수 댄 마론(Dan Marrone)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사용된 데이터 양이 약 4만 명이 평생 촬영하는 셀카 사진의 양과 같다고 밝혔다.

EHT 프로젝트 과학자들이 10일(현지시간) 인류 최초로 블랙홀의 실제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

이번에 공개된 블랙홀 사진은 처음으로 블랙홀의 정확한 모양을 알 수 있게 해줬다. 약 100년 전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에서 제시된 블랙홀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HT 프로젝트 총괄 단장이자 하버드 스미스소니안 천체물리센터의 쉐퍼드 도엘레만(Sheperd S. Doeleman) 박사는 워싱턴 DC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우리는 이제 블랙홀에 대한 시각적 증거를 갖게 됐다. 블랙홀의 모습은 일관되고, 블랙홀 그림자의 모양을 가지고 있어 아인슈타인의 예측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특별판에 6편의 논문으로 발표됐다.

■ 지구 크기만한 가상 망원경

이번 블랙홀 관측은 하나의 관측소가 아닌 하와이, 애리조나, 칠레, 멕시코, 스페인, 남극에 있는 8개의 전파 망원경을 모두 연결해 초장기선간섭계(VLBI:very large baseline interferometer)라고 불리는 가상 망원경이 사용됐다.

이 망원경은 지구의 다른 서로 다른 관측소에서 관측한 신호 강도를 결합한 지구 크기만한 거대한 가상 망원경이다.

이번에 공개된 블랙홀 사진은 2017년 촬영된 것으로 지구에서 5500만 광년 거리에 있는 처녀자리에 속해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 ‘M87’이다. M87 촬영을 위해 페타바이트의 무선신호 데이터들이 수집됐는데, 자료의 양이 워낙 방대해 인터넷을 통해 전송할 수 없었다. 대신 각 관측소에서 수집한 자료들을 하드드라이브에 저장한 다음 슈퍼컴퓨터로 전송, 나머지 자료들과 병합해 실제 사진을 만들 수 있었다.

이번에 공개된 블랙홀 사진은 조금 흐릿해 보인다. 하지만 도엘레만 박사는 향후 더 많은 망원경이 EHT에 추가되면 블랙홀 사진이 훨씬 또렷해 질 수 있다며 "우리는 알고리즘을 통해 이미지를 조금 더 선명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HT 팀은 또 다른 블랙홀 궁수자리 A*도 이미지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 데이터는 아직 처리 중이지만 곧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 아인슈타인의 이론 증명

중앙의 검은색 주위로 빛나는 오렌지색의 반지 모양을 형성하고 있는 블랙홀의 사진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 있는 사우론의 눈과 닮았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따라 연구진은 만약 블랙홀이 밝게 빛나는 가스로 이뤄진 원반 형태의 지역에 잠겨 있다면, 블랙홀이 그림자와 같은 어두운 지역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후, "사건지평선에서 빛이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으로 휘어져 생긴 그림자를 통해 우리는 M87 블랙홀의 어마어마한 질량을 측정할 수 있었다"고 EHT 과학이사회 위원장인 하이노 팔크(Heino Falcke) 밝혔다.

블랙홀 자체는 실제로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다. 아인슈타인이 ‘블랙 스타(dark star)’라고 불렀던 블랙홀의 중심에는 모든 물질이 빨려 들어가는 ‘특이점’이 있다. 특이점은 큰 별이 붕괴돼 아주 강력한 중력과 밀도를 가지게 되면 생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