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란 화두는 산업계만의 몫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지역의 미래와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시대의 차세대 먹거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주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육성을 위해 설립된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JICA)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어떻게 맞이하고 있을까.
최근 기자와 만난 서문산성 JICA 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전주시를 비롯한 전라북도 경쟁력의 원천은 바로 농생명”이라며 “농생명과 ICT를 융합한 산업을 육성하고 이와함께 가상공간 기반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등 미래를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농생명 중심의 스마트시티를 우선 전북의 ICT 산업진흥의 방편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서문 원장은 전북이 다른 지역보다 경쟁력 있고 기반을 갖춘 농생명 산업을 ICT와 융합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발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융합의 범주에는 식품과 종자, 미생물, 드론, 농업용 로봇 등 차세대 여러 산업 분야가 포함돼있다는 점에서도 농생명은 미래의 먹을거리로 키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무엇보다 농촌진흥청(농진청)과 산하기관이 전주시에 모여 있는 점이 큰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서문 원장은 “농진청의 연구개발 관련 예산 규모만 한해 7천억원인 데다 박사 인력도 1천400여명에 달한다”며 “이런 인프라는 다른 지역과 나눠 가질 수 없는 전주시, 전북도에만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전국 농생명 기업 모이는 산업밸리 목표
JICA가 추진하는 농생명-ICT 융합 방향은 농진청 주변에 '국제 에그로바이오(agro-bio) 미래산업밸리'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자체 생태계를 갖춘 농생명 클러스터다. 국내에서 농생명 관련 연구를 가장 좋은 곳으로 만들어 전국의 관련 기업과 전문가들이 모일 수 있게 하자는 계획이다. 국제 에그로바이오 미래산업밸리가 조성되면 전북에 위치한 새만금 간척지는 농생명 기술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예정이다.
JICA는 전북, 전주시, 농진청과 협력해 농생명 연구개발 사업 공모와 참여 기업의 사업화 지원 체계까지 갖추면 기업 결집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연구개발 사례가 쌓이면 농생명 기술을 해외로 수출하는 단계까지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농생명 산업화는 네덜란드, 미국이 잘 하고 있지만 국내 농생명 기술력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면서 “농진청이라는 인프라를 활용해 산업 밸리를 조성하고 시장에서 원하는 기술 중심으로 연구 개발하는 체계가 잡힌다면 전북이 세계 농생명 ICT 분야에서 이슈를 선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스위스의 작은 마을인 다보스도 경제 이슈를 앞서 선점해서 매년 다보스포럼을 개최하니까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그는 “새만금도 농생명 산업 부문에서 가치가 어마어마하다”며 “실제로 국제 에그로바이오 미래산업밸리에서 연구 개발한 스마트팜 모니터링 시스템이나 농수산 빅데이터 플랫폼, 자율주행 트렉터 같은 농생명 관련 기술들을 그곳에서 직접 개발하고 시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JICA와 전주시, 전북도는 국제 에그로바이오 미래산업밸리 사업을 지자체 차원을 넘어 정부 사업 단위로 키울 계획이다. 필요한 예산 규모, 농생명을 포함한 관련 업계에 미치는 영향, 기대효과 등을 고려했을 때 새만금 재생에너지클러스터 조성사업만큼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농진청 역시 국제 에그로바이오 미래산업밸리 구축 배경에 공감하고 협력 의지를 밝혔다는 설명을 추가했다.
이를 위해 JICA는 컨소시엄을 꾸려 우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고 한국정보화진흥원(NIPA)이 주도하는 관련 공모사업에 응모할 계획이다. 올 한해 국제 에그로바이오 미래산업밸리 사업 추진을 위한 네트워크도 역시 강화할 방침이다.
■ 가상공간 정보, 스마트시티의 핵심 기반
JICA는 가상공간 정보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시티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서문 원장은 JICA 처음 원장에 취임할 당시부터 이 사업에 매진해왔다.
JICA의 스마트시티 사업은 우선 전주시의 평면 데이터를 구축한 후 도로, 가로등, 빌딩, 논, 밭, 대피로, 어린이 보호 구역 등 세부적인 공간 정보를 지속적으로 쌓아가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도농복합시라는 전주시의 특성과 효율적인 도시 관리, 새로운 사업 모델 창출을 고려한 전략이다.
그는 "가상공간 정보 플랫폼이 구축되면 도시 인프라를 훨씬 더 명확하게 이해하고 도시 곳곳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의미를 파악하기가 용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차량의 흐름으로 정체가 일어나기 쉬운 도로를 알게 되거나 시뮬레이션을 통해 화재 발생 지역에 따른 최적의 대피로를 파악하기 쉽다. 최근 미세먼지가 사회문제가 된 상황에서 공기 흐름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기 순환율을 높이는 건물 배치 계획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옥마을의 거리를 활용한 증강현실(AR)게임 등 기업들이 전주시의 가상공간 정보 플랫폼을 활용한 서비스도 나올 수 있다고 JICA는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협력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그는 "아직 가상공간 정보 플랫폼 구축을 제대로 시도한 지역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일부 시도를 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한다고 해도 괄목할 많한 성과가 나온 곳은 없다"면서 “JICA와 전주시는 이번 사업을 위해 발빠르게 싱가포르국립대를 찾아 벤치마킹 사례를 학습하고 나아가 글로벌 3D 솔루션기업 다쏘시스템과 연구개발 파트너십도 맺었다”고 일련의 노력을 소개했다.
그는 이어 “도로와 통신망, 에너지 인프라가 도시를 발전시킨 것처럼 가상공간 정보 플랫폼은 스마트시티의 핵심 기반”이라며 “앞으로 자율주행이나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 등이 이뤄지려면 공간 정보는 필수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JICA는 지난해 5월 한국국토정보공사(LX)와 함께 국토교통부, 과기정보통신부가 추진한 스마트시티 국책과제에 응모하기도 했다. 아쉽게 선정되지는 못 했지만 국책과제와는 별도로 전주시 자체 예산을 활용해 LX와 함께 전라북도청 주변 4제곱킬로미터의 가상공간 정보 플랫폼을 구축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오는 7월 완료될 예정이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다음 단계는 가상공간 정보 플랫폼 영역을 전주시 규모로 키우는 것이다. 이후 전북 범위로 가상공간 플랫폼 영역을 확대한 후 다른 지역 나아가 해외에도 수출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 모델로 완성하겠다는 것이 전주시와 JICA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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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따르면 국제 에그로바이오 미래산업밸리와 가상공간 정보 플랫폼이 완성됐을 때 비로소 전주시와 전북도는 농생명이라는 차별점을 살린 모범적인 스마트시티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서문 원장은 “그동안 전주시와 전북도는 항상 발전에서 낙후된 지역이었다”며 “국제 에그로바이오 미래산업밸리와 가상정보 정보 플랫폼 기반 스마트시티가 구축되면 전주시, 전북도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향후 농생명 솔루션과 가상공간 정보 플랫폼을 해외에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