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티는 인프라 중심, 스마트시티는 데이터 중심"

[스마트시티 전문가를 찾아서⑬] 유은정 연세대학교 교수

컴퓨팅입력 :2019/04/09 15:13    수정: 2019/04/09 15:34

"스마트시티가 유시티(U-City)와 다른 점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스마트시티는 데이터 경제로 연결되는 사회흐름에서 발판 역할을 할 것이다."

유은정 연세대학교 지식정보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최근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스마트시티에서 데이터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유 교수는 현재 차관급 위원회인 국토교통부 국가스마트도시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으며, 국토부의 지자체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 기반구축 평가위원이기도 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데이터 경제와 데이터 거래, 스마트시티 데이터 거버넌스다.

■ "스마트시티에서 중요한 것은 데이터 거버넌스"

스마트시티는 유시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개념이다. 과거 유시티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대기업이 나서서 지역별로 CCTV와 관제센터 등을 구축했지만 설비와 인프라에 치중한 나머지 지역 간 차별화가 불가능했다.

유 교수는 "도시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유시티까지는 CCTV와 통합관제센터를 잘 구축했지만 모은 데이터를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유시티 구축 당시와 현재의 스마트시티의 다른 점은 사물인터넷(IoT)과 디바이스의 발달로 도시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현대인은 1인당 평균 6~7개의 디바이스를 가지고 네트워크에 연결돼 생활하고 있으며 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IoT와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수집되는 도시데이터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사람(도시민)과 도시의 데이터를 융합하여 도시의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창의적인 서비스와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데이터를 단순히 수집하는 데서 끝나면 안되고 이를 분석해서 활용, 행동으로 옮기는 단계까지 가야한다"고 말했다.

‘사람의 생활’을 개선시키지 못하는 데이터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그동안 모인 데이터’를 또는 ‘앞으로 필요하게 될 어떤 데이터’를, 누가 어떻게 모으고 사용할지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 즉 ‘데이터 거버넌스’다.

■ "데이터 기반 스마트시티, 스타트업에도 큰 기회"

유 교수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데이터 경제와 스마트시티 거버넌스 외에도 스타트업 등이 있다. 유 교수는 "스마트시티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라기보다는 기술이 성과를 실현시키는 방법"이라며 "결국은 도시가 발전하고 진화하는 방식, 즉 도시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게 중요한데 이는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실제로 스마트시티 분야의 국내 스타트업으로는 이큐브랩, 쏘카, 풀러스 등이 있다. 이들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다양한 데이터를 가져와서 도시민의 생활과 융합해 사업모델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유 교수는 "스마트시티가 진화할수록 도시에서 나오는 데이터의 양이 어마어마해질 것"이라며 "그런 데이터들을 융합해서 나올 수 있는 사업기회는 무궁무진하며 이는 스타트업들에게 큰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스마트시티만의 현상이 아닌, 데이터경제의 큰 흐름이라는 것이 유교수의 시각이다. 이제는 스마트시티라는 단일적 시각을 넘어서, 스마트시티와 데이터경제를 연결하는 큰 흐름으로 스마트시티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시티는 새로운 경제 흐름의 기회이자 엔진이 될 전망이다.

스타트업에게 스마트시티가 기회인 또 하나의 이유는 스마트시티 생태계에 스타트업이 참여할 수 있는 섬세한 비즈니스가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유 교수는 "대기업들이 하지 못하는 촘촘한 서비스를 스타트업들이 시도할 수 있게 된다"며 "스마트시티가 구현되면서 수많은 비즈니스 모델들이 나올 수 있고 이를 실질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것이 스타트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데이터 활용에 있어서의 규제는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유 교수는 "그동안 여러 스타트업이 규제로 인해 사라졌다. 법이나 규제는 그 속성상 기득권자에게 비교적 유리한 것이고, 나날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소화할 명확한 규정이나 기준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또한 여러 규제 중 개인정보보호법의 경우만 봐도 우리나라는 엄격한 포지티브 시스템으로서, ‘개별적 개인정보 사전 동의(opt-in)’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개인정보 비식별조치의 정의도 넓어 사업을 위한 판단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행 규제를 피해가려다 보면, 실질적으로는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도움을 받아야 사업이 가능한 경우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해외의 전문 데이터기업들을 보면, 이러한 판단을 위해 전문 변호사들을 수십명씩 거느리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고 한다. 스마트시티 스타트업의 부흥을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에 대한 빠른 입장정리와 이러한 부분에 대한 지원도 필요할 것이라는 게 유 교수의 의견이다.

■ 지역 특성에 맞는 스마트시티 서비스 고려해야

유 교수는 2017년 부산시 스마트시티 이슈발굴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위원으로서 부산을 연구하면서 지역 특화 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유 교수는 "예를 들어, 서울 여의도 같은 금융 대도시와 여수 같은 관광지가 서로 ‘같은 모습’과 ‘목표 수준’의 스마트시티를 구현할 필요는 없다"며 "각 지역별로 특화된 산업을 살려 차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 유통, 제조 등 산업마다 디지털 비즈니스의 모습과 수준이 다른 것처럼, 기초적인 스마트시티의 인프라 수준을 갖춘 후 부터는, 도시의 특성에 따라 비교우위를 갖는 각자의 모습으로 스마트시티의 모습과 수준을 실현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유 교수는 "스마트시티는 도시가 살아온 역사, 문화, 사람, 지리적 특성, 기술 등이 모두 녹아져서 진화하는 생물"이라며 "따라서 지역적 특성이 반영되어야 하고 이를 잘 살려 지역 거점 산업을 키워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지역 스타트업과 연계해 도시도 살리고 스타트업도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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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교수에게 스마트시티란 사회가 데이터 경제로 나아가는 거대한 흐름 중의 한 과정이다. 현재는 각종 IoT, 디바이스와 기술의 발달로 데이터의 양이 급증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생기는 시기다. 스마트시티가 실제 구현되면 도시 관련 데이터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스타트업에게도 비즈니스 기회가 생기게 된다. 이러한 기회를 더욱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특화된 산업을 키워 발전을 이루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유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사회는 연결된 사회고, 연결의 직접적 매개체는 바로 ‘데이터‘라며 "스마트시티 데이터를 활용하면 데이터경제뿐만 아니라 스마트시티 데이터 거래 모델까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