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AV1 비디오코덱 민다

구글·MS·아마존·넷플릭스 등 AO미디어 연합에 합류

삼성전자가 차세대 비디오코덱 경쟁에서 오픈소스인 AV1 표준을 지원하기로 했다. 4K 비디오압축 표준을 두고 벌어진 포맷 경쟁에서 오픈소스가 대세로 떠오를 힘을 확보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씨넷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얼라이언스포오픈미디어(AO미디어)의 최고위등급인 창립 멤버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AO미디어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아마존, 시스코시스템즈, 모질라, IBM, ARM, 인텔, 엔비디아 등 주요 IT업체를 주축으로 2015년 출범한 민간단체다. 이후 페이스북과 애플도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어도비, ADM, 알리바바그룹 등 29개 기업이 프로모터 멤버로 참여중이다.

이 단체는 상용 라이선스 기술인 H.265 코덱에 대항해 자유롭게 활용가능한 오픈소스 비디오코덱 'AV1' 표준을 개발해왔다.

AV1 비디오코덱 로고

AV1은 4K, UHD, HDR 등 고화질 영상을 압축하는 코덱이다. 4K 영상을 30% 적은 용량으로 줄여준다. 로열티 없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자유로운 수정이 가능하다.

4K 이전 비디오압축 기술은 H.264(MPEG-4/AVC) 포맷에 의존했다. ITU-T 비디오코딩전문가그룹(VCEG)과 ISO/IEC 동화상전문가그룹(MPEG) 공동으로 마련한 표준으로, 다수의 특허권을 포함해 이 포맷을 채택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업은 특허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4K 영상 시대로 넘어가며 H.264보다 더 높은 압축률로 고화질 영상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요구됐다. 무엇보다 오늘날 대세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의 고화질 영상을 제한된 네트워크에서 제공해야 한다는 목적이 크다.

후계자로 H.265(HEVC) 포맷이 개발중이지만, 많은 기술 기업이 특허 사용료와 기술 제약 때문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눈을 돌렸다.

이는 비디오 분야의 철학적 대전환을 예고한다. 여러 특허를 모아 표준을 만들고 유료로 이용하게 하던 것에서 누구나 비디오 서비스를 개발, 활용하는 것으로 철학이 바뀌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AO미디어 합류는 향후 비디오코덱 분야의 이런 철학적 변화에 큰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가 있다.

조승환 삼성리서치 부사장은 "우리는 개방성을 통해 혁신을 촉진하는 활동에 헌신했다"며 "AO미디어 합류로 AV1 오픈소스를 사용해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데 도움을 주게 돼 흥분된다"고 밝혔다.

AO미디어 창림 기업들은 기존의 여러 코덱 개발 프로젝트를 통합하고, 비디오뿐 아니라 오디오, 이미지, 스트리밍 정보를 모든 유형의 기기에 대응하면서 사용료 없는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시작부터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 특허규약에 기반해 단체를 운영하고, 프로젝트 결과물은 아파치2.0 라이선스로 배포한다.

비디오는 이제 모든 인터넷 서비스 사업의 핵심을 이룬다. 유튜브, 넷플릭스, 아마존프라임 등의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는 막대한 매출을 거둬들이고 있다. 상용 특허 기술은 사용료 부담뿐 아니라 수정과 활용에서 특허 소송에 휘말릴 위험성을 갖고 있다. 소송에서 패배할 경우 서비스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다.

AO미디어 창림멤버

상용 기술은 단일 조직에서 빠른 속도로 개발된다는 장점을 갖는다. 반면 오픈소스 기술은 다양한 참여자의 합의를 거치기 때문에 느리게 개발된다. 하지만 한번 흐름을 타면 급속도로 퍼질 수 있고, 광범위한 개발인력 풀의 참여로 기술 개발속도도 상용 기술을 뛰어넘을 수 있다.

HEVC 표준도 개방성이란 특징은 갖고 있다. 여러 기업이 컨소시엄에 참여해 개발할 수 있고, 특허 사용 라이선스도 언제든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HEVC는 라이선스 체계가 매우 복잡하다. 3개의 그룹에서 다양한 특허 라이선스를 관리하고 있으며, 그룹 회원 외부의 특허 라이선스는 별도로 확보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라이선스 조항도 달라진다.

이런 복잡성이 AV1의 경쟁력을 높여준다.

현재 AV1의 첫 버전이 막 개발 완료된 상태다. 웹브라우저 지원은 아직 제한적이고, AV1을 채택한 서비스도 적다. 단, ARM, 인텔, 엔비디아 등 프로세서 제조사, 휴대폰 하드웨어 제조사가 2020년까지 AV1 기술을 채택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AO미디어 참여기업 중 유일하게 프로세서와 디스플레이 등의 부품과, 스마트폰, TV 등의 소비자 기기를 함께 개발,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다.

삼성은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의 비디오압축 포맷으로 AV1을 제공할 수 있다. 세계서 가장 많은 스마트폰을 파는 만큼 삼성의 행보가 AV1 채택을 가속화 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맷 프로스트 AO미디어 부사장 겸 구글 비디오리더는 "삼성은 비디오 생태계 전반의 AV1 채택과 사용 측면에서 민감한 시점에 AO미디어에 합류했다"며 "삼성과 AV1 개발과 채택을 가속하기 위한 협업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