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이동통신 상용화 동시 개시를 앞두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3개의 전선(戰線)에서 불꽃 경쟁을 시작했다.
3일 SK텔레콤을 끝으로 3사 모두 5G 요금제를 발표하며 7~8만원대 완전무제한 상품을 놓고 이미 치열한 경쟁에 들어갔다. 또 누가 더 빨리 서비스 영역(커버리지)을 넓히느냐도 중요한 경쟁 포인트다. 이와 함께 기존 LTE와 다른 5G 서비스(콘텐츠)를 어떻게 구성해 가입자를 유인하느냐의 문제도 빠트릴 수 없다.
서비스 개시와 함께 3개의 전쟁터가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 것.
■ 5G 무제한 데이터 KT “장군”, SKT “멍군”
데이터 제공량을 내세운 요금 경쟁은 5G 통신의 잠재적 소비자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이다. 유사한 요금제 구간에서 데이터 제공량이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전망됐었으나 KT가 예상을 깨고 불을 지르면 선공을 개시했다.
요금제를 가장 먼저 공개한 LG유플러스는 상반기 내에 월정액 9만5천원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데이터를 1천GB까지 추가로 주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5G 전용 콘텐츠 수준을 고려하면 이는 사실상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다.
KT는 이 요금제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월정액 8만원 요금제부터 속도제어 없이 데이터 완전무제한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게다가 해외 로밍 데이터까지 일부 속도제어를 통해 데이터 무제한 제공 계획을 밝혔다.
데이터 중심 과금제에서 속도제어 없는 완전무제한 요금제는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카드로 여겨진다.
SK텔레콤도 다급한 처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정부의 약관 인가 심사를 거친 수준에서 신규 가입자 유치에 힘을 싣기 위해 최소한 ‘맞불’이라도 질러야 했다.
SK텔레콤 요금제를 보면 데이터 제공량에 따른 고민이 엿보인다. 속도제어가 없는 데이터 무제한은 월정액 8만9천원부터 시작, KT보다 9천원 비싼 구간에서 시작했다. 그러면서 속도제어가 있는 무제한 요금제로 차별화했다.
KT의 최저가 데이터 무제한 요금보다 5천원 싸게 한 것. 또 150GB 데이터를 소진한 뒤 초당 5메가비트의 속도를 보장했다.
똑같은 수준의 월정액에서 데이터 제공량으로 싸우지 않고 요금별 차이를 두면서 추가 경쟁의 여지를 남긴 점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공은 LG유플러스로 넘겨졌다. 최고가 요금제에만 1천GB 데이터 제공의 프로모션을 띄웠으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특히 LTE 시대에 데이터 무제한 전략을 가장 강하게 구사했던 바 있어 추가 조치가 기대된다.
무제한 데이터 제공 외에도 요금제 구간마다 웨어러블디바이스 추가 회선 무료 등의 부가적 요소까지 요금 경쟁에 가세하게 됐다.
■ 5G 통신 가능한 지역 넓혀라
5G 커버리지는 요금제 못지 않은 치열한 경쟁 영역이다. 국내 통신업계는 그간 요금 상품과 서비스 경쟁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도 품질 향상을 위한 무선 통신 네트워크 구축 경쟁은 어느 나라보다 치열하게 전개됐다.
이를테면 3G 통신 이전부터 육지와 멀리 떨어진 마라도와 독도, 지리산 깊은 산 속에서도 음성통화가 가능하다는 마케팅이 줄을 이었다.
LTE 시대에 들어서도 전국망을 가장 먼저 구축하는 통신사에 눈길이 쏠렸다.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한 서비스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무선 인터넷이 본격 개화된 LTE 통신에서는 커버리지 외에 유동인구 등의 혼잡 지역에서 트래픽 해소를 통한 품질 관리도 주요 경쟁요소로 작용했다.
5G 통신 초기에는 이같은 망구축을 통한 커버리지와 품질이 중요 경쟁요소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전례 없는 이통 3사의 동시 서비스 개시라는 점 때문이다.
동일선상에서 출발하는 5G에서 한번 밀리면 계속 밀릴 수도 있다는 통신업계 내부의 걱정이 경쟁으로 이어지는 원동력이다.
지난해 5G 전파 송출시점에는 LG유플러스가 5G 커버리지에 가장 큰 자신감을 나타냈다.
KT는 이후 B2C 5G 통신 상용화 시점에 3만 개의 기지국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고, 추가적인 망구축 현황은 매일 홈페이지의 커버리지 맵을 통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3만4천개의 기지국으로 5G 서비스 가입자를 모집하고, “도발에는 응징으로 답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초격차 전략을 강조하고 나섰다.
■ 자체 콘텐츠 수급 경쟁, 5G 시대 키워드는 ‘콘텐츠’
5G 통신 상용화와 함께 이통 3사는 자사 독점 콘텐츠에 힘을 쏟고 있다.
5G 통신에 걸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무선 인터넷이 도입된 LTE 시대의 과오를 다시 범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예컨대 데이터가 오가는 파이프라인 역할만 맡고,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 회사에 수익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차별화된 서비스 콘텐츠로 5G 가입자 유치 우위에 서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5G 디바이스의 폼팩터가 바(bar) 형태의 폼펙터에 머물러 있고, VR이나 AR 등 실감형 미디어와 일부 5G 특성을 반영한 게임 콘텐츠, 실시간 중계 앱 외에 큰 차별화 요소는 찾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5G 생태계 지원단’을 신설하거나 ‘5G 이노베이션 랩’을 선보이는 등 써드파티를 끌어안은 추가적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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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콘텐츠 수급 전쟁에는 제로레이팅을 내세운 제휴 경쟁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자체 콘텐츠 제작 외에도 써드파티 콘텐츠 회사를 찾아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5G 서비스 경험을 늘리고, 추가적인 5G 콘텐츠를 늘리겠다는 이유에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28GHz 대역의 밀리미터파 주파수를 본격적으로 활용해 B2B 5G 사업모델의 수익성이 갖춰지기 전에 B2C 5G 가입자 유치에서 탄탄한 기반을 갖추기 위한 경쟁이 한동안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