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완성차 제조 업계 중 처음으로 SAP의 차세대 전사적 자원 관리(ERP) 제품 을 클라우드로 활용한다.
세계 39개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에 대한 통합 관리 체계를 갖추고, 이를 통해 데이터 의사결정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7일 현대·기아차는 'SAP HEC'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SAP HEC는 SAP의 인메모리 플랫폼 SAP HANA를 프라이빗 환경에서 제공하는 ERP 클라우드 서비스다. SAP HANA를 토대로 작동하는 ERP 'SAP S/4 HANA'로의 전환도 추진된다.
클라우드 이전은 오는 2022년에 시작해 7년 뒤인 2026년 경 마무리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판매 8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상품 제조가 글로벌 현지에서 이뤄지는 사업 특성을 고려할 때 편리하고 효율적인 데이터 통합 분석을 위해 클라우드 도입을 결정했다. 시스템 구축이 마무리되면 재무 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시간이 3~5배까지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서정식 현대·기아차 ICT 본부장은 "현재 각 공장별로 ERP가 별도 운영되고 있는데, ERP 거점을 국내에 두고 글로벌 비즈니스를 운영하고자 한다"며 "운영 비용 절감과 신속한 데이터 처리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사는 전라도 광주 소재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확장성이 충분해 ERP 통합에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정식 본부장은 "여유 부지가 충분한 상황이라 서버, 망 증설 등 데이터센터의 확장성 문제는 크지 않다"고 언급했다.
현대·기아차는 자동차 산업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업계 가장 빨리, 적극적으로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을 채택했다. 이번 ERP 외에도 새로 구축하는 시스템 전체에 대해 클라우드를 채택할 방침이다.
서 본부장은 "향후 컨테이너, 쿠버네티스 등의 기술 방식도 도입할 예정"이라며 "엑사바이트 급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키텍처가 새로워야 하고,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하고 전송할 수 있는 고도화된 IT 시스템 설계와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AP S/4 HANA를 채택함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그 동안 사용해왔던 오라클 데이터베이스(DB)가 아닌, SAP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를 ERP DB로 활용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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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ERP 외 IT 시스템 전반에 대해 '탈오라클'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서 본부장은 "관계형 DB를 써야 하는 경우에는 특정 벤더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 회사 전략"이라며 "오라클과의 계약 관계를 전부 정리할 계획까진 갖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SNS 등 웹 상 데이터 수집에 대해서는 마리아DB, 몽고DB 등 오픈소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SAP는 이번 ERP 구축을 위해 현대 기아차 ERP 비즈니스 운영 경험을 갖고 있는 현대오토에버와 협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