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콘텐츠 신남방정책 시동…韓·베트남 맞손

한국-베트남 국가 간 TV프로그램 공동제작협정 체결

방송/통신입력 :2019/03/26 17:13    수정: 2019/03/26 17:13

<하노이(베트남)=박수형 기자> 방송 콘텐츠 공동 제작을 통한 방송통신 신남방 정책이 베트남에서 물꼬를 텄다.

한국과 베트남 정부 간 자유무역협정을 바탕으로 한 TV프로그램 공동제작협정이 체결됐고, 한국교육방송공사(EBS)와 베트남 국영방송 VTV의 공동제작 방송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동남아 시장에 방송 한류의 확산이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현지 정보통신부(MIC)와 ‘한-베 TV프로그램 공동제작협정’을 체결했다.

공동제작협정 체결에 이르기까지 방통위는 지난 2016년 관련된 내용을 제안한 이후 다섯 차례의 고위 실무진 협의체 논의와 세부 논의를 거쳐 지난해 7월 최종 문안 합의까지 이뤄졌다.

구체적 논의가 진행된 뒤 이날 방통위는 외교당국의 전권을 위임받고, 베트남 정보통신부는 총리실의 권한으로 양국 간 협의를 맺었다.

응우옌 마잉 훙 베트남 정보통신부 장관(왼쪽)과 이효성 방통위원장.

■ 방송통신 신남방 정책 1번지는 베트남

협의는 단순히 양 국가의 주무 행정기관과 방송사의 약속 수준을 넘어 각국에서 외국 프로그램의 편성 규제를 받지 않게 된다. 이에 따라 양 국가가 함께 만든 방송 콘텐츠 시장이 더욱 확대될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울러 국내 방송사와 제작사 등이 베트남 방송 시장의 진출이 훨씬 용이해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베트남 방송 시장은 매출액 기준 약 10억 달러 규모다. 또 연평균 5% 가량의 성장이 예고돼 있다. 현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으로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방송 전환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으며, 유료방송 가입자는 물론 OTT 서비스와 같은 모바일 시청도 빠르게 늘고 있다.

베트남은 한국과 문화 콘텐츠 소비 경향이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동아시아 문화를 서로 공유하고 있고, 양국에 대한 문화 수용 폭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공동제작협정 체결 이전에도 SBS, EBS, CJ ENM 등 국내 방송사와 베트남 현지 방송사가 함께 만든 ‘런닝맨’, ‘오마이베이비’ ‘포레버영’, ‘러브앳퍼스트송’, ‘미래인교육’ 등의 프로그램은 베트남 시장에서 각광을 받았다.

아울러 공동제작협정이 체결된 당일 EBS와 VTV 간 공동제작 프로그램 ‘즐거운나의집’ 제작에 대한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 공동제작협정 직후 양국 액션플랜 가동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응우옌 마잉 훙 베트남 정보통신부 장관과 양자면담에서 협정 체결 이후 실질적 성과를 조속히 도출하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했다.

한시간 이상 이뤄진 양자면담에서는 공동제작에 대한 실질적 지원방안이 주된 논의를 이뤘다. 예컨대 협정 내용을 이행하고 추가 협력 사안을 도출하는 공동위원회 설치와 운영, 양국의 방송사 및 연구기관의 교류를 위한 워크숍 연례 개최 등 구체적 실행 방안 논의가 오갔다.

우선 정부 고위급 인사와 방송사가 모두 참여하는 공동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방송콘텐츠 교류와 협력의 실질적인 활성화를 돕기 위해서다.

또한 방통위가 추진하고 있는 가칭 ‘방송콘텐츠글로벌워킹그룹’에 베트남 정부를 비롯해 현지 방송사 및 연구자 등이 참여해 양국의 방송콘텐츠 미래 과제를 발굴키로 했다.

이밖에 이효성 위원장은 오는 6월 열릴 예정인 ‘2019 방송공동제작 국제컨퍼런스’에 베트남 특별관을 마련키로 면담에서 약속했다.

관련기사

방통위는 동남아를 시작으로 인도를 포함한 방송통신분야 신남방 정책을 중국, 러시아, 서남아, 중남미 지역 등 전세계로 지속 확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이효성 위원장은 “TV프로그램 공동제작협정으로 한국과 베트남의 방송 콘텐츠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면서 “한국과 베트남의 공동제작에 그치지 않고 함께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 함께 진출할 수도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