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으로 3년 6개월 간 택시 행정을 총괄하다, 퇴직 후 라이방 선글라스를 끼고 직접 택시 운전대를 잡은 '꽃중년' 기사가 있다. 게다가 그는 승차 거부 없는 친절한 택시를 표방하는 차세대 택시 서비스 ‘웨이고블루’ 드라이버여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택시기사 양완수 씨는 지난 2015년부터 2017년 중반까지 서울시 택시물류과장을 맡았고 작년 8월 명예퇴직 했다. 그는 택시업계가 우버 반대, 카풀 반대를 외치던 격동의 시기 한 가운데 있었다. 당시 양 씨 개인적으로는 카카오모빌리티, 우버, 풀러스와 같은 IT 모빌리티 회사들의 획기적인 시도들이 신기하고 반가웠지만, 서울시 7만 택시기사들과 함께 가기 위해 보수적인 행정 처분들을 내놔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합법적이면서도 편리한 이동수단을 속속 출시해 인기를 끄니 택시업계도 더 이상 주저할 시간이 없다는 판단을 했다. 그는 택시기사들의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는 요금, 외관 등의 규제가 완화되고 택시회사의 사납금제가 뿌리 뽑히길 바랐다. 서울시와 택시업계, 모빌리티 업계는 작년부터 가맹택시 사업 추진을 위해 발을 맞춰왔고, 드디어 서울시는 지난 2월 가맹택시사업자 타고솔루션즈에 처음으로 사업 인가를 내줬다.
양완수 씨는 올초 한 장애인센터장으로 부임했다 다시 택시의 길로 돌아왔다. 아직까지 택시업계가 풀지 못한 문제들을 자신이 직접 현장에서 뛰며 부딪쳐보겠다는 식지 않은 열정 때문이었다.
춘삼월 택시업계 새바람을 일으킨 웨이고블루와 함께 양완수 씨는 두 번째 청춘을 맞았다. 그는 웨이고블루 흥행과 더불어 자신이 속한 택시법인 ‘행운택시’가 더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양 씨가 운전하는 웨이고블루에 올라타, 그가 걸어온 택시 인생에 대해 들어봤다.
■"당신들은 택시현장을 몰라" 일갈에 택시 면허 취득 결심
양완수 씨는 지난 2015년 1월 1일 우버 사태가 미결된 상태에서 택시과장으로 부임했다. 우버가 2013년 8월 우버엑스 서비스로 한국에 들어온 뒤 택시업계의 격렬한 반대가 식지 않았던 시기다. 2015년 3월 우버 영업 금지법이 통과되면서 우버는 고급택시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양 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무실을 찾아온 택시 기사들로부터 “당신들은 택시 현장을 모른다. 우리는 당신들 말 못 믿겠다”는 소리를 들었다. 불신의 벽을 쌓아올리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택시면허 취득을 결심했다. 택시 행정을 총괄한 그도 이틀간의 운수종사자 교육, 정밀검사 5시간 등 다른 택시기사들과 동일한 절차를 거쳐 택시면허를 땄다. 4월 택시면허 취득 결심 후 8월에 본격 택시 운전을 시작했다.
양 씨는 “택시과장이 됐는데 계속 택시업자들이 사무실에 찾아와 규제를 완화 해달라고 난동을 부렸다”며 “내가 택시 면허를 받은 후에도 일부 택시기사들은 ‘택시과장이 나와서 감시하면서 우리한테 피해를 주지 않을까’ 걱정했다. 이들은 국토부에 공무원 겸직에 대한 질의를 보내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원래는 공무원 겸직이 불가해 택시회사와 근로계약을 맺지 못한다. 하지만 택시과장으로서 행정을 수행하고 정책을 입안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알아야 한다는 명목으로 법인택시에 소속돼 택시 운전을 할 수 있었다”며 “택시과장으로 있으면서 32일 운전했고 벌어들인 수익은 택시종사자들에게 기부하고, 사납금도 택시회사에 전부 줬다”고 설명했다.
■가맹택시가 경쟁 있는 모빌리티 시대 물꼬 터줘
택시과장 시절 양완수 씨는 우버나 카풀 반대를 외치는 택시 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의 주장을 관철해줘야 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택시뿐 아니라 모빌리티 시장 전반에 다양한 서비스가 생기고, 서로 경쟁할 수 있도록 판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재 택시 산업이 정체된 근본적인 이유는 택시 종사자와 승객 간 연령대 미스매칭에 있다고 봤다.
양 씨는 “내 의견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는데 이제 서울시를 나왔으니까 말해보겠다”며 조심스레 견해를 밝혔다.
그는 “주간에 택시를 주로 타는 분들은 20~30대 여성이고, 야간에도 주로 젊은 층이다. 반면 택시 기사는 60대 이상이 60~70%다”며 “그분들은 마인드도 굳어 있고 친절하게 해보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젊은 택시기사들은 대리 기사들로 이탈한다”고 말했다.
이어 “60대 이상 기사들이 할 수 있는 건 몸값을 더 쳐주는 다른 회사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정도인데, 그사이 택시 발전은 뒤안길로 간다”면서 “기사-승객 미스매칭에 요금 규제까지 있으니 옴짝달싹 못하던 것을 IT 기업의 손을 잡으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수수료 3천원, 쾌적한 이동 경험 '제값'한다
웨이고블루는 출시된 지 채 일주일이 안 된 따끈따끈한 서비스다. 흰색과 파란색이 조합된 조합의 디자인으로, 황토색 서울시 택시들 가운데 눈에 띈다. 서울시 1호 가맹택시사업자 타고솔루션즈가 지난 20일 선보인 가맹택시 서비스로 교육받은 기사의 친절한 택시 서비스, 바로배차 기능, 공기청정기 탑재, 쾌적환 실내 환경 등이 특징이다. 카카오T 앱에서 수수료 3천원을 내고 호출할 수 있다.
양완수 씨는 가맹택시 웨이고블루나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끄는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가 주는 쾌적한 모빌리티 경험이 승객들을 끄는 매력 포인트라고 봤다. 웨이고블루 등 가맹택시 서비스는 택시 요금 규제에서도 자유롭고, 이에 종사하는 기사들은 26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는 게 가능해졌다.
양 씨는 “서울시 택시 7만대에 한꺼번에 수수료 요금을 더 받는 건 불가하고, 7만 택시를 계층화해야 한다”며 “이전보다 더 좋은 서비스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가맹택시 시장에 뛰어들면 된다”고 역설했다.
웨이고블루 이용료는 기본요금 3천800원에 서비스 수수료 3천원을 더한 6천800원부터다. 그러나 양 씨는 "이 돈을 주고서라도 더 좋은 택시 서비스를 누리고자 하는 수요는 있을 것이고, 웨이고블루는 그들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 때문에 전체적인 택시비 인상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택시 원가에는 기본적으로 인건비, 차량관리비, 공과금, 보험금, 그리고 조금의 이윤이 들어가 이전까지 택시요금이 과도한 수준은 아니었다”며 “254개 서울시 택시회사 중엔 돈 많은 회사도 있고 적은 회사도 있지만 평균으로 보면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웨이고블루 주행 이틀 "아직 콜 적지만 기대만발"
양완수 씨는 웨이고택시 20일 출시일을 제외하고, 21일과 22일 모두 근무했다. 아직 서울 지역엔 웨이고블루 택시 100여대만 운영되고, 홍보도 덜 돼 있어 많은 호출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1일엔 콜 5개를 받고, 그중 두 콜은 거리가 멀다고 취소됐다. 22일 오전까지는 두 콜을 받고 뛰었다.
이틀간 웨이고블루 택시를 몰아본 소감에 대해 양 씨는 “어제 첫날 12시간 일을 했다. 기존 카카오T 일반택시 콜 취소됐을 땐 허탈감이 보통이 아니었는데, 웨이고블루는 월급제니까 안심하고 손님에게 갈 수 있게 됐다”며 “아직 웨이고블루를 보고 선뜻 타길 망설이는 승객들이 많은데, 이들을 직접 불러서 타라고 한다”고 말했다.
웨이고블루 택시는 광화문이나 강남 등 호출밀집지역 위주에서 승객의 호출을 기다린다. 배회영업도 가능하지만 카카오T에서 일반 택시의 콜은 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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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씨는 “웨이고블루 택시를 몰고 있으면 다른 택시들이 와서 이 택시는 대체 뭐냐고 한다”면서 “그래서 설명을 해주면 택시 기사들은 아마 회사로 가서 왜 우리는 웨이고블루 안 하냐고 할 거 같다. 웨이고블루가 택시시장의 메기역할을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웨이고블루 도입 초기이기 때문에 택시 회사는 당분간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어제 오늘 택시회사에 별다른 수익을 안겨주지 못한 양 씨는 미안한 마음에 인터뷰 직후 은행으로 달려가 자신이 속한 행운택시에 현금을 부쳐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