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데 많은 공정거래…갑자기 거래끊는 ‘갑질’ 당했을 때

[천준범 변호사 칼럼] 스타트업 공정거래②

전문가 칼럼입력 :2019/03/08 11:05    수정: 2019/03/08 11:18

천준범 법무법인 세움 변호사
천준범 법무법인 세움 변호사

스타트업은 작고 약합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갑질’을 당합니다. 어렵게 뚫은 대기업 거래처의 말만 믿고 열심히 기술도 개발하고 물건도 만들어서 납품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작스럽게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습니다.

■ “미안하지만 이번 달까지만 거래합시다”

원래 몇 년 동안은 거래할 줄 알고 사 두었던 원자재, 뽑아 놓은 기술자와 직원들, 그리고 대기업 실적을 가지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위해 무리하게 은행에서 돈까지 빌려 놓았는데… 황급히 예전에 서명했던 계약서를 찾아서 읽어보면, 계약 성사에 기분이 좋아서 읽어 보지도 않고 서명했던 계약서에 이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내용이 많습니다. ‘갑은 30일 전 통지로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어떠한 형태로도 하지 않기로 약속하며, 갑과 을은 독립 당사자로서 모든 계약 내용을 신중히 읽고 스스로의 의사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써 있습니다.

물론 대기업이 수 개월만에 계약을 중단하는 이유는 뻔합니다. 스타트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받아 보니 그 내용을 모두 알게 된 것입니다. 그 동안 스타트업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던 기술적 원리, 생산을 위해 필요한 해외 거래처,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서비스 노하우를 대기업 담당자가 모두 공부해서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미 다른 거래처에는 연락해서 따로 직접 계약을 체결하자는 공감대까지 만들어 두었습니다.

게다가, 스타트업의 핵심 인력에 접근해서 계속 이직을 권유하는 정황까지 포착되었다면? 이러한 경우 ‘을'의 위치에 있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은 눈에 보이는 ‘거래가 중단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억울한 마음을 호소하고 대응을 집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하지만 법은 부당한 거래 중단도 보호하지만, 당사자들이 거래와 계약을 체결할 자유도 보장해야 합니다.

누구와 누구가 꼭 거래하도록 묶어 놓는 것은 법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단지 계속되고 있던 거래를 ‘부당하게' 중단하는 경우에만 법이 개입합니다. 계약에 없는 조건으로 거래를 중단하면 민법에 의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경쟁의 관점에서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공정거래법이 과징금을 부과합니다.

그런데 공정거래법도 억울한 거래 중단을 항상 도와주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여러 회사가 한꺼번에 특정 회사를 따돌리기 위해, 함께 거래를 중단하는 경우는 중대한 불법으로 봅니다. 담합으로 볼 수도 있고, 불공정거래행위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한 회사와 다른 한 회사의 개별적 관계인 경우에는 불법으로 보는 것이 매우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이 아니라 당사자 사이의 개별적인 문제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 코카콜라 원액을 한국에 들여와 병에 넣어 판매하던 한국 회사가 코카콜라로부터 거래 중단을 당한 후 공정거래위원회에 호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23년 동안이나 코카콜라를 제조, 판매하던 회사였지만 거래가 중단된 후 공정거래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습니다. 거래가 중단되기 전 여러 가지 계약 협의가 있었지만 결렬된 후 거래가 중단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사업적으로 거래의 계속과 중단은 대부분 단가와 같은 주요 거래 조건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갑’의 위치에 있는 회사들은 대부분 자신의 목적을 위한 불공정한 거래 중단의 경우도 이런 거래 조건 문제인 것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을'의 위치에 있는 스타트업은 언제나 미리 이런 거래 중단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1. 조금 귀찮더라도 중요한 거래 계약서는 변호사와 함께 꼼꼼히 확인하고.2. 영업 비밀이나 핵심적인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조금 어색하더라도 최소 이메일로 꼭 비밀유지를 당부하는 것이 좋습니다.3. 거래 단가에 대한 협상 내용도 꼭 구두가 아니라 이메일이나 회의록 등으로 남겨 두는 것이중요합니다. 기록이 남아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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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렇지 못했더라도, 일단 끝난 거래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냉정하게 거래 관계에서 합리적으로 어떤 기술이나 정보가 상대방 당사자에게 넘어갔는지 잘 파악하고, 피해에 대한 정확한 손해배상을 위한 작업으로 진행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하도급법이나 대리점법이 적용되면 손해의 3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도 가능하므로 적용 가능한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혹시나 갑질의 피해를 당했더라도, 이러한 점을 모두 잘 알고 현명하게 대응하여 최대한 피해에 대한 배상을 받고 꼭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드시기를 바랍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천준범 법무법인 세움 변호사

법무법인 세움 파트너 변호사로, 대원외고와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45회)에 합격한 뒤, 다년간 법무법인 세종에서 탄탄한 경험을 쌓았다.
세움에 합류하기 전, 위메프 법무실장/경영지원실장을 역임하며 ‘법만 아는 변호사’가 되지 않기 위해 폭 넓은 경험과 역량을 축적하였다.
현재 이커머스/블록체인/공정거래 등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종합적인 기업법무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