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폴더블 스마트폰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애플의 폴더블 아이폰 출시 여부에도 관심이 높다. 애플은 이르면 내년에야 폴더블폰을 선보일 것으로 전해지면서 혁신에 뒤처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일(현지시간) 씨넷은 "애플은 갖가지 특허를 출원하는 등 폴더블폰을 제작하고 있는 증거가 수두룩하며 일각에선 2020년에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조만간 시장에 실제 출시될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폴더블폰이 미래 시장을 주도할지 확실하지 않지만, 만약 그렇다면 폴더블 아이폰도 너무 뒤처지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올해 5G·폴더블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경쟁사들 사이에서 애플의 존재감이 사라진 데 대한 지적으로 해석된다.
최근 애플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도 외신 인터뷰를 통해 "애플은 터치ID, 페이스ID, 모바일 결제 서비스 등을 주도해왔지만, 폴더블 스마트폰 영역에서는 더 이상 리더가 아니다"며 "폴더블 아이폰을 정말로 원하는 나로서는 이런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5G·폴더블폰을 내놓으면서 고가 프리미엄 이미지의 아이폰 입지도 애매해졌다는 분석도 내놨다. 삼성의 갤럭시 폴드는 1천980달러에 화웨이의 5G 폴더블폰 메이트X은 2천600달러다. 지난해 출시된 최상위 아이폰XS맥스(1천449달러) 모델보다도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면서 '가장 비싼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이미지를 빼앗아 갔다는 것.
이 같은 지적은 당장의 수익 창출 여부와 관계 없이 애플의 '혁신 부재'가 장기적으로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사의 고가 1세대 폴더블 스마트폰이 잘 팔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애플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만큼 혁신 주도권을 빼앗긴다면, 그간 유지해왔던 브랜드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애플 역시, 혁신을 발판으로 성장해온 기업으로 꼽힌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성공시킨 이후 한동안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려왔다. 또 아이패드로 컴퓨터 시장의 균형을 깨뜨리고 성공 발판을 만들기도 했다.
이후 아이폰의 판매량이 주춤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중순께였다. 2017년에 출시된 아이폰X도 비싸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지만, 새롭게 등장한 노치 디자인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고가에 대한 우려에도 보란 듯이 높은 매출액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XS는 외관 디자인이 유사하며 주요 부품 성능이 조금씩 개선되는 수준에 그쳤음에도, 최상위 모델은 국내에서 200만원에 달할 정도였다. 혁신 없는 고가 아이폰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애플은 분기 기준으로 화웨이에게 2위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애플뿐만이 아니다. 1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역시 지난해 '전작과 뭐가 다르냐'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고, 영업이익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결국 삼성전자는 최초를 빼앗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중저가폰에 세계 최초 쿼드(4개) 카메라를 채택하는가 하면, 폴더블폰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언팩 행사를 예년보다 앞당기는 전략을 취하기도 했다.
외신은 애플의 5G·폴더블폰이 시장에 나오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볼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내놓고 있다. 애플은 매년 세계 이동통신박람회 MWC에 참여하지 않고, 9월께 신제품을 발표해왔다. 다만 뒤처지는 듯한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이다. 애플은 퀄컴과의 법정 다툼으로 인해 5G 모뎀 등 주요 부품 수급난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인베스터 플레이스는 "애플은 2월 MWC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신제품의 부재가 이상할 것은 없다"면서도 "(하지만)올해에는 다르다. 모든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이 애플을 뛰어넘고 있다. 오는 9월 공개될 아이폰 신제품에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5G 기술이 탑재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2020년이 애플에겐 힘든 한 해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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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2016년 폴더블폰 특허를 승인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관련 특허를 기반으로 제작된 '아이폰X 폴드(가칭)' 콘셉트 이미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갤럭시 폴드처럼 인폴딩(안으로 접는) 방식으로 홀 디스플레이를 채택, 전면까지 풀 화면을 구현했다.
매체는 "폴더블폰은 높은 가격, 제한된 이용성, 불안정적인 소프트웨어로 당장은 수요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애플이 뒤늦게 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핵심 부품과 재료 수급 문제를 해결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의 개방적인 협력을 강화해 폴더블 아이폰의 사용 경험 등 완성도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