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발족시켜 합의를 위한 회의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핵심쟁점이 좁혀지는 분위기다. 이제 진짜 슬기를 발휘할 때다. 제도의 취지와 현실 그리고 미래를 고민하며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이 문제로 이미 3명이 아까운 목숨을 버린 터다. 더 이상의 상처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양쪽 다 조금씩 양보해야 합의에 다다를 수 있다.
#택시와 카풀업계는 양끝 지점에 서 있다.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와 중간에서 만나 화해하고 시너지 방안을 찾는 게 두 업계도 살고 소비자도 혜택을 보는 길이다. 택시가 서 있는 극단은 ‘카풀 전면 금지’다. 카풀 업계가 서 있는 극단은 ‘카풀 전면 허용’이다. 그것이 각각의 업계에 최대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현재 국면을 보면 두 업계는 더 이상 이 극단을 고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합의서에 도장을 찍지 않았지만 적어도 이 점에 대해서는 사실상 암묵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 답은 ‘카풀 부분 허용’이다. 여기서 방점은 ‘부분’이다.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허용할 것인지가 핵심 문제라는 뜻이다. ‘부분 허용’ 시나리오는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시간’과 ‘횟수’다. 둘을 적절히 섞으면 더 많은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 합의를 위한 많은 길이 있는 것이다.
#택시 업계는 두 가지 중 ‘특정 시간 허용’을 선호한다. 이를 테면 출근시간인 오전 7시에서 9시 사이의 두 시간, 그리고 퇴근 시간인 오후 6시에서 8시까지 두 시간, 합쳐서 하루 4시간 정도의 카풀 운영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 안은 자유한국당 문진국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하 ‘문안’)이다. 이 안이 ‘출퇴근 시간 교통난 해소’라는 카풀 제도의 중요한 도입 취지와 맞기 때문이라는 것.
#카풀 업계는 이보다 ‘횟수 허용’을 더 선호한다.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이끌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진현희 의원이 제안한 안(이한 ‘진안’)이다. 카풀 업계가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유연근무가 확산되면서 출퇴근 시간을 특정하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출퇴근 시간이 다르니 특정 시간을 정하는 것은 맞지 않고 출근 때 한 번 퇴근 때 한 번 횟수만 두 번 제한하는 게 맞다는 거다.
#중재하는 측(주로 정치권)은 이 두 주장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되 현명하고 합리적일 필요가 있다. 대개 겉으로 내세우는 주장은 속셈을 드러내기보다 여러 근거를 기반으로 명분을 강조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게 협상의 기술이기는 하지만 중재자는 속셈까지 제대로 꿰뚫어 봐야 슬기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속셈을 놓친다면 협상은 균형점을 잃고 한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양쪽 주장에도 숨은 속셈이 있다. 당연히 돈 문제다. 어느 쪽이 더 각 업계에 돈이 되는가의 문제다. 카풀에게는 횟수 제한(사실은 횟수 부분 허용) 방식이 더 돈이 된다. 하루에 두 번 돈이 가장 잘 벌릴 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이 막히지 않고 장거리 손님이 많은 시간에 일 하는 게, 길이 막히고 단거리 손님만 있는 시간에 일하는 것보다 시간당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불문가지다.
#보편적인 출퇴근 시간은 후자에 해당하고 택시 피크타임인 야간 시간은 전자에 해당한다. 택시는 그 피크타임을 카풀에 넘겨주기 싫은 거고 카풀업계는 그 피크타임이 없다면 카풀의 사업성이 떨어질 것으로 볼 수 있다. 왜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을까. 카풀에서 피크타임을 빼버린다면 카풀을 통해 돈을 벌려는 운전자나 카풀 차를 이용하려는 수요자 모두에게 매력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과 정부가 따져봐야 할 중요한 대목이다. 술 먹고 밤 12시에 집에 들어간다면 교통체증은 없겠지만 그 것 또한 퇴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택시나 카풀에게는 그야말로 이들이 ‘알짜고객’이다. 따져보자고 하는 뜻은, 이들의 편안한 퇴근을 위해 카풀을 도입하는 게 진짜 취지가 맞는 지, 하는 점이다. 또 길 막히는 출퇴근 시간에 택시를 타는 이용자가 얼마나 되는 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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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인 직장인에게 심야까지도 일할 부업의 기회를 만들어주자는 게 카풀 도입 취지라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카풀 도입 취지가 보편적인 출퇴근 시간에 홀로 가는 자가용이 같은 방향의 이웃을 태움으로써 운전자는 약간의 돈을 받아 기름 값이라도 보태고 교통난을 조금이라도 더 해소하자는 것이 카풀의 진짜 취지라면 카풀 업계가 ‘출퇴근 시간 허용’을 거부하는 까닭을 알 길이 없다.
#모두에게 다 좋은 미래를 고민한다면 카풀의 마땅한 출발지점이 거기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