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논란 악화시키는 질 나쁜 정략(政略)

[이균성 칼럼] 문제는 정치다

데스크 칼럼입력 :2018/12/21 11:30    수정: 2018/12/24 09:42

#전례가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자유한국당이 파업 시위를 지지하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제3차 택시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거 참석한 것. 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택시 생존권을 말살하는 문재인 정권의 정책을 그대로 둬서는 안된다고 해서, 저희 당은 그 뜻에 함께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코너를 통해 카카오가 일방적으로 카풀을 추진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표명한 바 있지만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전혀 반갑지 않다. 카풀 논란을 잘 풀기보다 되레 더 꼬이게 만드는 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까닭은 이들이 카풀 논란을 대하는 자세에서 진정성을 발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오직 당파적 이익을 위한 정략으로만 가득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택시업계와 카풀업계 대립은 4차산업혁명이 불러온 불가피한 사회적 갈등이다. 그 때문에 택시 기사 한 분이 분신까지 하는 아픔을 겪고 말았다. 이런 아픔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타협을 통한 사회적 합의에 모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시대가 변하고 그 변화에 맞춰 사회적 인식과 법제도를 합의 하에 바꿔나가야 하는 어려운 문제기 때문이다.

3차 택시 종사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

#카풀 문제는 특히 업계 이해관계만 대립하는 게 아니다. 이용자인 소비자 의견 또한 중요하다. 법제도는 결국 선택과 합의의 문제인데 올바로 선택하고 제대로 합의하려면 특히 정부와 정치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미래진행 방향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예측하여 사회 전체적으로 더 도움이 되는 쪽으로 중지를 모으되 여기서 피해보는 쪽에 대해 보상을 분명히 해줘야 한다.

#문제는 늘 보상이다.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부분 정부의 책임으로 돌아오지만 그 대책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고 그래서 사회적 갈등은 잘 치유되지 않는다. 결국 이 사안은 그 나라 복지 수준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필경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고 합리적이고 정직한 정부가 세금을 제대로 쓴다는 믿음과 확인이 전제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카풀 논란은 우리 사회가 미처 이런 준비를 하지 못한 사이에 4차산업혁명이라는 쓰나미가 먼저 밀려와 생긴 거다. 기술발전으로 인한 산업 구조의 혁신과 변화를 거부한다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만능주의나 혁신만능주의에 빠진다면 사회는 극심한 쏠림 구조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기술을 수용하되 그게 인간의 복지에 기여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이는 여야를 떠나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시대적 과제다. 자유한국당의 택시파업지지 발언이 그다지 달갑지 않은 까닭은 그들이 과연 이런 시대적 사명 속에서 행동하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그보다 사회 갈등을 더 증폭시켜 지금 정부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고 반사이익을 취하려는 정략적 판단이 우선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정략 때문에 이례적인 행동을 하는 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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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경제가 쉽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견해의 차이가 있지만 ‘오래된 낡은 구조’도 그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자꾸 혁신을 이야기하고 4차산업혁명이란 말이 화두가 돼 있을 테다. 그 방향은 거스를 수 없어 보인다. 다만 곳곳에서 진통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4차산업혁명이 단순한 기술 혁명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업그레이드 되는 사회혁명이어야 할 이유기도 하다.

#정치는 이를 이끌어야지 이용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