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중소게임사, 정책 지원과 시장 개척 절실

[이슈진단+] 중소게임사, 생존의 갈림길에 서다(하)

디지털경제입력 :2019/02/27 14:10

국내 게임사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스마트폰용 모바일 게임이 태동하기 시작한 지난 2009년 이후 일부 중소게임사는 스마트폰용 게임을 발판 삼아 성장 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대형게임사와 중소게임사의 매출 및 성장, 고용등에서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디넷코리아에서는 중소게임사의 어려운 현 상황의 진단과 앞으로 변화 되어야할 내용에 대해 심층 취재 했다. [편집자주]

계란으로 바위치기. 국내 게임시장에서 중소게임사가 처한 상황에 어울리는 표현이다. IP와 자금력을 갖추고 있는 대형 게임사는 커다랗고 단단한 바위처럼 국내 게임시장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가 바위라면 중국산 게임은 중국에서 굴러온 돌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 출시된 중국 게임의 수는 더 많아졌고, 시장에 더 깊숙하게 자리했다.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에 출시된 중국 게임은 총 136개였다. 매출순위 상위 20위에 진입한 게임의 수는 16개였으며, 매출액은 전년대비 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게임시장에서 중국산 게임의 덩치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국내에 출시된 중국산 게임 대부분이 수집형 RPG, 턴제 전략 장르라는 점도 중소게임사를 힘들게 한다. MMORPG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어 중소게임사들이 주요 먹거리로 삼는 장르가 중국 게임사에게 잠식되고 있다. 중소게임사가 발 디딜 자리 자체가 사라진 셈이다.

2016년과 2017년 중국 게임 국내 매출 비교(사진=아이지에이웍스)

■ 오랜 부진에 중소게임사 외면하는 투자자

중소게임사가 시장을 내주며 이렇다 할 성공작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중소게임사에 대한 투자심리도 얼어붙었다. 투자한 자본을 회수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중소게임사 관계자는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쉬웠던 적이 없기는 했지만 지난해처럼 어려웠던 적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소규모 개발사가 처한 상황은 더욱 어렵다. 소규모 개발사 관계자들은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 심사를 받는 것조차 여의치 않다 말할 정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민간투자사 대부분이 모바일게임 시장에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다. 투자 심사를 해주는 투자사가 세 곳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벤처캐피털의 게임산업에 대한 투자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14년 벤처캐피털 신규 투자 중 게임산업 투자 비중은 10.7%였으나 2018년에는 4.1%까지 줄어들었다. 게임산업 매출은 늘어났으나 중소게임사는 그에 발맞추지 못 했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안팎으로 치이는 상황이 길게 이어지며 자금줄까지 말라붙은 상황을 중소게임사가 타파할 방법은 있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진=픽사베이)

■ 구체적인 자금 지원과 신규 시장 공략이 해법

업계 얘기를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정부의 진흥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한다. 실질적으로 중소게임사에게 자금 지원이 이어질 수 있는 투자 상품을 개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는 모태펀드 문화계정 게임부문에 120억 원을 출자하고 민간투자사가 출자한 80억원을 더해 총 200억원을 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도 했지만 해당 자본은 소수의 게임사에만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중소게임사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도 소수의 게임사만 혜택을 보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애초에 장르, 개발사 규모 등으로 구분해 별도의 투자조건을 만들고 이에 맞춰 체계적으로 자금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게임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이 어렵다면 관리와 감독을 철저히 해서 투자금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골고루 분배되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이어진다.

모바일 게임을 개발 중인 소규모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 모태펀드 영화계정은 결성액의 7%를 독립영화와 신진 인력 제작 영화에 투자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인디게임, 소규모 개발사에 일정 비율을 할당하지 않으면 소규모 개발사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사진=픽사베이)

■ 공정한 경쟁의 장 필요, 시장 개척 위한 게임사 노력 당부

국내에 출시되는 중국 게임으로부터 중소게임사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모바일 게임사 관계자는 “한국 게임은 사실상 2년간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 하고 있다. 이 기간에 중국 게임은 한국 시장에 아무 제약 없이 출시 됐으며, 과장 광고로 시장 질서를 해치기도 했다. 불공정한 경쟁을 당국이 방조한 셈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불건전 게임, 과장 광고를 하는 게임들이 아예 시장에 발을 못 붙이도록 보다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한국 게임만 편 들라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보다 게임사 스스로가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개척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하는 이들도 있다. 남미, 동유럽 등 게임 시장을 남들보다 먼저 공략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남들이 주목하지 않던 러시아 지역을 일찌감치 공략하며 기틀을 닦은 펄어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단순히 게임을 출시하는 지역의 수를 늘리라는 의미가 아닌 각 지역 이용자가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게임을 출시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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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시삼십삼분이 복싱스타를 북미 지역에 출시하면서 확률형 아이템이 아닌 인게임 광고를 활용해 이용자의 거부감은 낮추면서 매출은 높이는 길을 찾는 성과를 거둔 것이 이러한 사례의 대표적인 경우다.

네시삼십삼분 관계자는 “구체적인 금액을 밝힐 수는 없지만 매달 유의미한 광고 매출을 거두고 있다. 소위 말하는 ‘대박’은 아니더라도 기업 운영에 도움이 되는 수준이며, 이러한 방식을 다른 게임에도 도입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