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컴캐스트 e스포츠 조인트벤처 추진 뒷이야기

“5G, 결국 콘텐츠”...미래 사업성 공유하고 석달만에 합의

방송/통신입력 :2019/02/25 10:48    수정: 2019/02/25 16:10

<바르셀로나(스페인)=박수형 기자> 국내 1위 이동통신사 SK텔레콤과 케이블TV를 기반으로 성장한 미국 미디어 그룹 컴캐스트가 e스포츠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기로 뜻을 모으고, 24일(현지시간) 스페인 파르셀로나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한국과 미국의 대표적인 방송통신 기업이 세계 최대 ICT 전시회인 MWC 개막 전날 e스포츠 사업 협력 발표가 나온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통상적으로 MWC를 하루 앞둔 날은 이동통신 단말기 제조사의 신제품 발표가 이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은 5G 상용화를 앞두고 회사가 추진해왔던 방향과 꼭 맞는 협력 방안이라고 강조하고 있고, 컴캐스트 역시 양사의 협력이 새로운 통신 인프라에서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 유통 모델이 될 것을 확신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e스포츠를 게임과 스포츠를 결합한 것으로 보는데 그치지 않고,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 가능성이 있는 산업으로 본 점이 주목된다.

박정호 사장과 터커 로버츠

■ LoL 세계 최고팀이 전문기업으로?

SK텔레콤과 컴캐스트는 조인트벤처 설립을 통해 ‘T1 엔터테인먼트&스포츠’라는 e스포츠 전문기업을 세우기로 했다. SK텔레콤이 최대주주, 컴캐스트가 지분 투자를 통한 2대 주주에 오르는 잠정 합의안까지 도출시켰다.

SK텔레콤 e스포츠 팀인 T1의 이름을 본딴 점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SK텔레콤 T1 구단은 페이커(이상혁 선수)를 필두로 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리그 강자로 군림해온 e스포츠 구단이다.

단순히 프로게이머가 모인 팀이었지만, 양사의 계획대로라면 하나의 기업 모델로 바뀌어야 한다. 양사의 합의안은 조율을 거쳐 최종안이 도출될 예정이지만, 우선 SK텔레콤은 T1을 하나의 법인으로 분사시킨다는 계획이다.

해외 유명 인기 스포츠 팀은 중계권 수수료 또는 광고 수익이나 티켓 및 상품 판매로 대기업 수준의 수익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기업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반면 LoL을 내세운 e스포츠 구단은 컴캐스트와 함께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기업의 길을 걷기로 했다.

국내 스포츠 시장이 기업의 홍보 마케팅 수단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e스포츠팀은 별도로 운영하면서 콘텐츠 제작과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구축 계획까지 세운 전문 기업을 지향한다는 점은 앞으로도 꾸준히 지켜볼 흥미로운 시도다.

■ 한국 통신사와 미국 미디어그룹은 어떻게 눈이 맞았나

SK텔레콤은 스포츠 마케팅에 능한 회사다. 지난해 농구팀 SK나이츠와 야구단 SK와이번스의 동반우승으로 얻은 마케팅 효과는 절대적이다.

때문에 e스포츠팀을 하나 거느리고 있다는 것이 크게 놀라운 점은 아니다. LoL 종목의 당대 최고 선수 반열에 오른 페이커를 내세워 월드챔피언십 대히 3회 우승 경력이 오히려 놀라운 점이다.

게임을 잘 모르는 이라도 페이커 선수의 연봉은 국내에서 활동중인 모든 종목의 프로선수 연봉 가운데 두 번째 수준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면, T1의 수준과 대우를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컴캐스트는 국내에서 미국 케이블TV 2위 회사 정도로 알려져 있다. 케이블TV와 함께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 미국 1위 회사다. 또 네트워크 운영 사업 플랫폼에 그치지 않고 NBC유니버셜, 드림웍스 등을 거느린 거대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유니버셜스튜디오가 컴캐스트 그룹에 속해 있는 테마파크다.

국내에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컴캐스트는 필라델피아 퓨전이라는 오버워치 종목의 e스포츠 인기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컴캐스트 내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이는 그룹 내 스펙타코어 e스포츠 총괄을 맡고 잇는 터커 로버츠다. 그는 컴캐스트 이사회 일원이자, 최고 경영자의 외동 아들이기도 하다.

두 방송통신 영역에 기반을 둔 회사가 e스포츠 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조인트벤처 설립 추진까지 이르지는 않는다. 두 회사 모두 사업 성장성을 확인했고, 서로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상대로 점찍었다.

두 회사가 마음이 통한지 조인트벤처 설립 추진까지 고작 석달이 걸렸다고 한다. 그만큼 서로가 통한 것이다.

SK텔레콤은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T1 팀의 독자 생성 콘텐츠가 현지에서 수익을 발생시키자 이를 발전시킬 기회를 찾고 있었고, 컴캐스트는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외에도 라이엇게임즈의 LoL 종목에 진출하면서 e스포츠의 산업 영역 확대를 고민해왔다.

두 회사가 e스포츠 운영을 바라보는 시각이 일치하자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고 한다.

■ 5G, 결국 국경도 사라지는 콘텐츠

e스포츠를 통한 두 회사의 사업 영역은 미디어 분야까지 확장키로 했으나 아직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다. 때문에 가장 추상적인 표현인 ‘포괄적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만 밝히고 있다.

다만 두 회사는 서로의 장점을 매우 잘 알고 있다. 서로 기대하는 부분이 명확하다는 뜻이다.

우선 SK텔레콤은 5G 이동통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e스포츠 콘텐츠가 아니라 5G 특성을 반영한 각종 실감형 미디어로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회사다.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이라는 장기적인 계획과 함께 콘텐츠와 네트워크 플랫폼의 상생 사업 모델 구축에도 고민이 많은 회사다.

이런 점이 컴캐스트가 SK텔레콤의 T1을 원하는 이유다. T1 팀의 팬들이 열성적인 면도 한몫하고 있다. 컴캐스트 측은 T1을 응원하는 팬들이 선수와 같은 유니폼까지 입고 있다는 점에도 놀랐다는 후문이다.

컴캐스트가 가진 장점은 단연 콘텐츠 제작 능력이다. 경기 영상을 클립으로 만드는 정도는 큰 일로 여기지 않는다. 각각의 선수와 게임에 캐릭터를 부여해 시즌제 에피소드 영상으로 만들 구상까지 할 수 있는 기업이다.

자체 콘텐츠에 목말라 있고, 해외진출이 요원한 네트워크 운영 사업자인 SK텔레콤에게 이보다 큰 매력은 없다.

아울러 e스포츠의 빠른 인기 확산에 컴캐스트가 가진 또 다른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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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캐스트가 인수한 NBC는 올림픽 중계권을 가진 회사고, e스포츠는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정식종목 채택 논의가 오가고 있다. 게임 이용자에 그치지 않고 게임을 통한 2차 콘텐츠의 확산에도 키를 쥐고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양사 모두 글로벌 미디어 콘텐츠 사업 확대에 적임 파트너를 만났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5G가 단순히 속도와 레이턴시를 앞세운 기술 영역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와 해외 사업까지 동반될 때 더욱 파급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