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T커머스 더이상 아마추어 취급 안 된다

후발주자 옛말…홈쇼핑과 같은 잣대로 심의해야

기자수첩입력 :2019/02/21 16:31    수정: 2019/02/21 19:22

T커머스가 잘못을 알고도 바로 잡지 않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인 경고를 받을 위기에 놓였다. 업계 1위 K쇼핑이다.

K쇼핑은 지난 1월 수육 무게를 오인케 해 제재를 받은 공영홈쇼핑 사례를 알면서도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 녹화방송인 T커머스 특성상 공영홈쇼핑의 제재를 보고 수정할 시간이 10일이나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는 판매제품의 함량을 오인케 한 K쇼핑에 경고를 의결하고, 추후 열릴 전체회의에 상정키로 했다. 당시 방송심의소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주의부터 관계자 징계까지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T커머스로 불리는 데이터홈쇼핑은 녹화방송이다. 시청자가 상품을 누르면 방송을 볼 수 있는 VOD(주문형비디오) 형태인 셈이다. 생방송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는 것은 장점이다. 반면 '매진 임박' 등의 단어를 사용해 시청자를 긴장시켜 판매를 유도하지 못하는 것은 단점이라 볼 수 있다.

T커머스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방심위 방송심의에 신중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생방송인 TV홈쇼핑에 비해 다소 여유롭게 방송을 진행할 수 있다. 또 녹화 중 실수가 발생해도 다시 녹화하거나 편집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잘못이란 사실을 알고도 방치해 소비자를 오인케 한 K쇼핑의 처사는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일부 방심위원의 관점에도 문제는 있어 보인다.

K쇼핑 건을 다룬 이날 회의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이 나왔다. 법정제재 주의 의견을 낸 한 방심위원이 T커머스를 다소 가여워 하는 의견을 낸 것이다.

동일사안에는 동일규제를 내야 하는데, T커머스가 갖고 있는 한계로 인해 일전의 비슷한 안건이었던 공영홈쇼핑과 동일한 '주의'를 줘도 되느냐는 내용이었다. 주의 보다 더 낮은 수준의 제재를 줘야 한다는 얘기로 들렸다.

방심위원은 T커머스가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도 작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수십년간 심의 경험을 갖고 있는 TV홈쇼핑사보다 몇년 되지 않은 T커머스의 심의 노하우가 적다는 말로 들렸다. 이 안건은 결국 다수 의견으로 '경고'가 결정됐지만, T커머스를 여전히 젖먹이 늦둥이 취급하는 방심위의 인식을 단적으로 확인한 계기가 됐다.

T커머스 사업자들은 2005년 정부의 승인을 받은 후로 2013년부터 본격 사업을 시작했다. 2015년엔 순수 T커머스 채널만 운영하는 사업자들 대부분이 채널을 열었다.

이로부터 만 4년이 지났다. 더이상 출범 시기를 운운할 때는 아니다. 신세계TV쇼핑은 지난해 무등록, 무신고 숙박업소 이용권을 확인도 없이 판매하고, 숙박조건을 불명확하게 표현해 과징금 1천만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사업 특성상 검토할 시간도 충분하고, 자막 등을 추가할 기회도 있었지만 과징금을 받을 정도까지 규정을 위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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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커머스 사업자들도 심의팀을 갖추고 있고, 때가 되면 정부로부터 재승인도 받아야 한다. 출범 시기를 갖고 동일 제재를 해야하는게 맞느냐고 묻는 것은 아직도 T커머스 사업자들을 아마추어로 취급하는 것이다. T커머스 사들은 황금 채널을 쟁취하고 싶어 송출수수료에도 거액을 베팅하고 있다.

타사의 비슷한 안건 제재를 알고도 주의하지 않은 K쇼핑도, 또 그런 사업자를 가여워 하는 방심위도 있어선 안 된다. 결국 그 피해가 소비자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