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의 포문을 연 데 이어 다음 달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삼성전자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5G폰을 공개했습니다. LG전자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에서 5G폰을 처음으로 내놓습니다. 그런데 왜 제조사들은 세계 최초 상용화 국가인 한국에서 폰을 공개하지 않고 해외에서 먼저 선보이는 것일까요.
아마도 제조사 입장에서는 작은 한국 시장보다는 그보다 훨씬 큰 북미, 유럽 시장에서 단말을 선보이면서 기술 우위를 과시하고 시장을 선도하고자 하는 이유가 크기 때문일 겁니다.
삼성전자는 5G폰을 샌프란시스코에서 선보이는 이유로 첨단 혁신 기업이 몰려 있는 곳에서 단말을 선보이는 것이 제품 이미지에 도움이 된다고 밝힙니다.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가 열리는 MWC에서 폰을 공개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테지요.
하지만 올해는 그런 이유에 더해 북미 시장에서 5G에 대한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까닭도 있습니다.
단말 제조사들은 최근 스마트폰 수요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휴대폰의 교체주기가 길어진데다가 눈에 띄는 혁신이 점점 줄어든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고 판매가마저 훌쩍 올랐습니다.
때문에 제조사들은 5G폰과 폴더블폰을 내놓는 올해를 반등의 기회로 삼고 있지요.
특히, 이동형 5G 상용화를 앞둔 국내와 달리 고정형 무선접속(FWA) 방식의 서비스를 선보인 미국 시장은 최근 5G를 기반으로 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확산 추세입니다.
미국은 국토가 넓다보니 한국처럼 촘촘하게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통신사들이 이를 해결할 솔루션으로 FWA 방식의 5G 무선망을 이용하면서 가입자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국내와 달리 미국 유선통신 시장에서는 케이블사업자들이 강세였기 때문에 통신사들이 고정형 5G를 이용해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는 것이지요. 버라이즌과 스프린트 등 미국 통신사들이 발 빠르게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5G폰 출시를 예고하고 홍보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5G를 이용한 빠른 초고속인터넷 유선서비스를 제공하고, 거기에 더해 5G폰을 출시해 스마트폰에서도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점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지요.
판매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단말 제조사들에게는 이 같은 미국 시장의 상황이 놓칠 수 없는 호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단말뿐만 아니라 5G 통신장비 시장에서도 글로벌 영역을 확대하고 있고 경쟁사인 화웨이가 미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는 기회입니다. 삼성은 올해 세계 5G 시장에서 점유율 20%가 목표입니다. LG전자 역시 15분기 연속 적자를 겪고 있는 단말 실적을 5G 시장 선점으로 만회한다는 계획이어서 미국 시장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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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한국 시장에서는 3월말께 5G 상용화가 예정돼 있기는 하지만 5G 커버리지가 제한적인데다가, 소비자들을 유혹할 만한 콘텐츠도 마땅치 않아 당분간 5G의 성장이 크게 두드러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직까지 소비자 대다수가 LTE 속도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어 5G로 갈아탈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내 제조사들이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앞둔 한국보다 해외에서 단말을 선보이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