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닛산이 최신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프로파일럿'을 아직 국내 판매 차량에 넣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프로파일럿이 없으면 차량을 구매해야 하는 명분이 사라진다는 반응과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는 반응으로 나뉜다. ADAS 구현에 필요한 전방 레이더, 윈드쉴드 카메라, 센서 등이 부가적으로 장착되면 차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파일럿은 지난 2016년 최초로 공개됐다. 현대기아차의 고속도로주행보조(HDA)와 비슷한 성격으로 차선 이탈보다는 차선 중앙 유지를 도와준다. 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같이 작동돼 레벨 2 이상 급의 자율주행 기술 단계를 구현할 수 있다. 레벨 2 자율주행 기술은 특정 도로 내에서 일정 시간 동안 자율주행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던 손을 떼면 약 20초 정도 뒤에 경고문구나 경고음을 내보낼 수 있는 방식이 적용된다.
프로파일럿은 닛산 2세대 리프 전기차와 인피니티 QX50 등에 널리 적용됐다. 북미, 유럽 지역 고객들은 원하면 최고급 트림에 프로파일럿 옵션을 넣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 판매용 2세대 리프와 QX50에는 프로파일럿 자체를 선택할 수 없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긴급자동제동 등은 마련됐지만, 차선이탈방지보조 기능도 적용되지 않았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19일 지디넷코리아와의 통화에서 프로파일럿이 들어가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고객의 ADAS 장치 관련 요구사항과 한국닛산 내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본 결과, 프로파일럿 사양을 리프와 인피니티 QX50 등에 일단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닛산이 말하는 내부 상황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한국닛산 관계자는 "내부 자료라서 공개하기 어렵다"며 "프로파일럿 탑재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었는지에 대한 부분도 내부 자료라서 공개하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한국닛산이 이같은 입장을 밝힌 배경은 지난해 브랜드 등록대수 통계와 연관된다는 분석이다.
한국수입차협회 브랜드 등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닛산 브랜드 누적 등록대수는 5천53대로 전년 누계 대비 19.6% 하락했다.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인피니티는 전년보다 21.0% 떨어진 2천130대가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차량 연비 과장 표기 등의 악재 등이 겹치면서 한국닛산의 신뢰도가 점차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닛산이 이같은 악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다. 일부 옵션과 편의사양을 빼 가격을 낮춘 후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정승민 한국닛산 상품기획팀장은 지난해 11월 대구 엑스코 닛산 부스에서 열린 2세대 리프 기자간담회에서 “프로파일럿은 도입 첫 단계부터 고려했었지만, 결국은 제외시키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가격적인 측면을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프로파일럿이 도입되면 가격이 100만원 이상 오를 수 있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 대한 소비자 부담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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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판매되는 2세대 리프 전기차는 국내 판매 가격을 최대 4천830만원으로 잡았다. 저가형 트림은 이보다 600만원 저렴한 4천230만원으로 잡았다. 국고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 혜택을 받을 경우 실구매가는 3천만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신형 QX50 판매가격은 에센셜 5천190만원, AWD 센서리 5천830만원, AWD 오토그래프 6천330만원이다(VAT 포함 및 개소세 인하분 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