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가전 매출 '쑥쑥'…사후 서비스는 '뚝뚝'

AS센터 부족하고 무상 보증 기간 짧아

디지털경제입력 :2019/02/14 18:21    수정: 2019/02/15 11:44

# "차라리 직구로 싸게나 살걸…." 직장인 이모㉝씨는 3년 전 다이슨 V6 앱솔루트 무선청소기를 샀다 낭패를 본 기억을 잊지 못한다. 당시 비싼 가격이었지만 고양이 털도 말끔하게 없애준다는 강력한 흡입력에 끌려 큰 맘 먹고 장만했다. 직구를 고민하다 창원 전자랜드에 갔다. 사후서비스(AS) 때문이었다.

하지만 포장을 뜯자마자 작동이 되지 않았다. 제품 교환 또는 부품 교체 대상이었다. "부품 교체에는 시간이 걸리고, 같은 모델 상품은 지금 없습니다. 일단 기다려보세요." 직원 말을 듣고 한 달을 기다렸다. 황당했다. 그러다 같은 제품이 진해 전자랜드에 있다는 연락을 받고 직접 가서 물건을 받아왔다.

잘 쓰다가 올해 들어 또 탈이 났다. 흡입력이 약해지고 손잡이 플라스틱 부분이 부서졌다. "흡입력은 먼지 청소를 해주면 되고, 손잡이는 수리비가 10만원 이상 듭니다." '왜 그렇게 수리비가 많이 드냐'고 묻자 수리센터 직원은 "(부품이)해외에서 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이슨의 싸이클론 V10. (사진=미국 씨넷)

■ 대부분 위탁 방식 운영…부족한 AS센터

외산 가전 시장이 점차 커지면서 사후서비스(AS)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늘고 있다. AS센터를 찾기가 어렵고, 택배로 제품을 주고받는 방식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국내 무선청소기 점유율 절반을 차지하는 다이슨은 AS를 대우전자서비스에 위탁해 운영한다. 대우전자서비스는 일렉트로룩스와 테팔, 브라운 등 다른 외산 기업의 수리도 담당한다. 이처럼 외산 가전 제품 수리가 가능한 대우전자서비스센터는 전국 44곳이다. 국내 기업 LG전자와 삼성전자 서비스센터는 각각 130여곳, 180여곳이다.

다이슨, 테팔 등은 대우전자서비스에 AS를 위탁했다. (사진=대우전자서비스 갈무리)

국내 총판에 AS를 맡기는 경우도 있다. 일본 프리미엄 가전기업 발뮤다는 국내 총판인 한국리모텍이 사후 서비스를 맡고 있다. 이탈리아의 캔디도 국내 총판 게이트비젼을 통해 사후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처럼 외산 가전 대부분은 직영 AS센터를 설립해 직원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국내 수리 센터나 총판에 외주를 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의 지속성과 안정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정직원을 두고 직영 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도 있다. 일렉트로룩스 직영 서비스센터는 37곳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카처는 서울에 본사 직영 AS센터 1곳을 운영하고 밀레도 서울 본사에 AS센터 1곳을 두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경쟁 기업들에 비해서는 현저히 적은 숫자다.

■ 무상 보증 기간도 더 짧고...부품 배송 비용도 부담

외산 가전은 무상 보증 기간도 국내 가전 업체에 비해 짧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청소기나 세탁기 등 생활 가전(특정 부품)에 10년의 무상 사후서비스를 보장한다.

국내 소비자보호법상 소비자 과실이 아니면 1년간 무상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외산 가전 업체 중에서 무상 보증 기간이 1년을 넘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밀레와 다이슨이 2년의 무상 보증 기간을 제공할 뿐이다. 문제는 내구성 결함이 주로 2~3년이 지난 뒤 발생한다는 것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무선 청소기의 경우 LG전자와 삼성전자가 2년간 무상으로 배터리를 교체해주는 데 반해 외산 가전 업체는 대부분 1년이다. 이후엔 교체 비용이 따로 든다. 다이슨코리아 상담센터에 문의한 결과, V6 모델 기준으로 배터리 교체 비용은 9만7천원이다. V10은 12만8천원이다. 일렉트로룩스 배터리 교체 비용은 36V 용량 기준 16만원 정도다.

단, 배터리나 모터, 필터 등 핵심 부품이 아닌 경우 만약 해당 부품이 없다면 본사에 부품을 요청해야 한다.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문제지만, 해외에서 수리 부품이 배송되며 발생하는 비용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 AS 투자 적은 이유? '시장 규모 작은 탓'

최근 국내에서 열린 발뮤다 공기청정기 신제품 발표회 자리에서 테리오 겐 발뮤다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AS 부분에 대한 질문에는 "상세히 알지 못하고 있다"며 "발뮤다 총판 리모텍을 신뢰하고 참견하지 않는다"고 어정쩡하게 답했다. AS를 마케팅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듯 했다.

발뮤다뿐 아니라 외산 가전 기업 대다수가 AS 문제에 대해서는 비슷한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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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외산 가전 시장 규모가 아직 크게 무르익지 않았다"며 "한국을 아직 테스트베드 시장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처럼 AS센터가 많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시장 규모상 마냥 늘릴 수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국내 판매량 대비 AS센터 수를 따져볼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