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공공 급속충전기 예고 없이 철거돼..왜?

부지용도 변경 목적..사용자 별도 공지 안 해

카테크입력 :2019/02/14 05:07    수정: 2019/02/14 09:19

아무 이상 없던 환경부 전기차 공공 급속충전기가 사전 예고 없이 사라졌다.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에 자리잡은 현대자동차 블루핸즈 대치북부점 정문 앞에는 약 2년전부터 환경부 급속충전기 1대가 설치돼 운영됐다. 충전기 근처에는 전기차 충전공간을 뜻하는 연두색 주차면이 새겨졌다.

그런데 이 충전기는 약 이틀 전에 철거됐다. 충전기가 설치됐던 장소에는 철거 안내문이 없었고, 환경부 운영 전기차 충전정보 인프라 사이트 ‘ev.or.kr’에도 이와 관련된 안내 팝업창이 나오지 않았다.

현대자동차 블루핸즈 대치북부점 사장 A씨(가명)는 “자체적으로 충전기를 철거해달라는 공문을 한국자동차환경협회에 보냈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환경협회는 환경부 전기차 공공급속충전기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기관이다.

A씨는 철거 이유를 묻자 “아무 이유가 없다”며 “인도 위에 설치된 충전기가 불편하기 때문에 철거했다”고 전했다. A씨는 충전기가 설치된 공간 내 부지 소유자다.

환경부 ev.or.kr 전기차 충전정보 인프라 사이트에 등장하는 현대자동차 블루핸즈 대치북부점 앞 전기차 충전기 사진.
현대자동차 블루핸즈 대치북부점 앞 전기차 충전기는 현재 예고 없이 철거된 상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한국자동차환경협회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블루핸즈 대치북부점으로부터 충전기 철거 요청 공문이 들어온 것은 맞다”며 “부지 소유자 A씨가 사전에 강남구청으로부터 부지 용도 변경 허가를 받은 후, 이를 근거로 충전기 철거 요청 공문을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전기차 급속충전기 설치 시 해당 부지 소유자와 계약을 맺는다. 만일 부지 소유자가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원치 않을 경우, 환경부와 산하 기관들은 충전기 설치를 진행할 수 없다.

‘ev.or.kr’에 따르면 14일 오전 기준으로 현대자동차 블루핸즈 대치북부점 급속충전기는 ‘사용 불가’ 충전기로 나온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사용이 불가능한 지 표기되지 않았다. 해당 사이트는 별도 공지사항 페이지에도 충전기 철거 알림을 올리지 않았다.

한국자동차환경협회는 현재까지 전기차 급속충전기 철거 요청 공문을 약 12건 정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철거 요청 시 납득할 수 있는 사유가 있어야 철거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전기차 이용자에게 공지하지 않고 충전기를 철거하면 사회적인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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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한국자동차환경협회 관계자는 “철거된 충전기 관련 안내를 전기차 이용자들에게 알리겠다”며 시스템 개선을 약속했다.

현재 서울에는 사용이 불가능한 전기차 급속충전기는 총 5곳이다. 이중 현대자동차 블루핸즈 대치북부점, 학여율역 공영주차장, GS칼텍스 삼성로점 주유소 등 강남 지역 3곳에 위치한 충전기는 현재 사용할 수 없는 충전기로 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