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스팀으로 대표되는 '전자 소프트웨어 유통망(이하 ESD)' 시장이 급성장하는 추세지만 국내 업계는 이에 대해 강 건너 불 구경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플랫폼 싸움에서 계속 밀리는 형국이다.
밸브가 2003년에 스팀을 처음 선보인 이후 꾸준히 세를 늘려온 ESD 시장은 ESD 서비스 기업에게는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편리한 게임 구매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기존 패키지게임 시장을 대체하고 있다.
현재 게임 ESD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것은 단연 밸브의 스팀이다.
미국 통계사이트 스태티스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스팀 게임판매 매출은 43억 달러로(한화 약 4조 8천억 원)으로 15억 달러(한화 약 1조 7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던 2014년보다 3년만에 3배가량 성장했다.
일렉트로닉아츠(이하 EA)의 ESD 플랫폼인 오리진 역시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EA의 발표에 따르면 EA의 2017년 오리진 매출은 35억 달러(한화 약 3조 8천억 원)였다. 전년대비 15% 성장한 수치다. 기존 오프라인 매출이 9.7% 줄어드는 와중에 오리진 매출이 성장했다는 것을 보면 ESD가 얼마나 빨리 오프라인 시장을 대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에픽게임즈는 이렇듯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ESD 시장에 뛰어든 새로운 기업이다. 에픽게임즈는 에픽 게임스토어를 선보이고 후발주자의 불리함을 넘어서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시장 관계자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타 플랫폼에 비해 낮은 수수료, 언리얼엔진을 통해 게임산업에서 쌓아올린 인지도, 포트나이트라는 간판 타이틀은 에픽 게임스토어의 가장 큰 무기다.
서구권 게임산업 관계자들은 ESD 시장이 머지않아 기존 게임 유통망을 완전히 대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마켓리서치엔진은 2018년 보고서를 통해 ESD 시장이 2024년까지 연평균 17% 성장하고, 그 중 2020년까지는 연평균 20.3%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 전망했다.
인상적인 것은 이러한 ESD 시장 확대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이 모두 서구권 게임사들이라는 점이다. 한국 게임사들은 ESD 시장에 대한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스마일게이트가 자체 플랫폼 스토브를 선보인 것을 제외하면 다른 사례를 찾기 어렵다. 국산 ESD 플랫폼인 원스토어는 게임사가 아닌 별도의 플랫폼 사업자가 운영하는 플랫폼으로 앞서 언급한 게임산업의 ESD 사례와는 궤가 다르다.
그나마 스토브도 아직까지 개선해야 할 점이 많고, 라인업 역시 스마일게이트가 퍼블리싱하는 게임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ESD라기보다는 ‘게임사 자체 런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 하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국내 게임사는 ESD 시장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 했다.
국내 게임사들이 새로운 ESD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떼이는 모바일게임사들은 새로운 ESD에 관심을 보이고는 한다. 하지만 직접 ESD를 운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은 스마일게이트 외에는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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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사들은 매출의 적지 않은 부분을 수수료로 떼이는 상황을 면치 못 하고 있다. 플랫폼 다변화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스팀으로 PC게임 시장에 진출하는 게임사 역시 스팀에 20~30%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새로운 플랫폼에 진출해서도 결국 ESD의 굴레는 벗어나지 못 하는 셈이다.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ESD 규모가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그리고 이런 ESD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늦어질수록 국내 게임사들은 결국 매출 대비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한국 게임사들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드는 것은 고사하고 기존 수익을 보존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