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비싸더라도 성능이 뛰어나고 디자인이 아름답다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들이 있다. 이른바 ‘프리미엄’ 가전이라는 새로운 수요가 가전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특히, LG 시그니처와 올레드 TV 등 프리미엄 가전 시장을 개척한 LG전자의 지난해 성과가 두드러진다. H&A사업본부와 HE사업본부를 합친 가전 사업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3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률은 역대 최고치인 8.6%에 달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도 초대형·QLED TV 등의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로 실적이 전년 동기와 전분기 대비 모두 개선돼 수익에 기여했다. QLED TV는 전년동기 대비 판매량이 무려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시장 상황에 맞춰 글로벌 가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가전 품목을 중심으로 시장을 적극 공략할 전망이다.
■ 삼성전자 ‘QLED TV’ LG전자 ‘올레드 TV’
격전지는 TV 시장이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각각 ‘올레드 TV’와 ‘QLED TV’를 내세워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풀라인업의 QLED TV와 초대형 TV로 승부를 보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31일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소비자의 초고화질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65~95인치까지 QLEDTV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며 "풀라인업의 QLED TV를 글로벌 시장에 본격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를 강화해 매출과 수익을 동시에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TV시장은 전년 수준의 시장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올레드 TV, 울트라HD TV 등 프리미엄 TV의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4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기존에 자리잡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며 "전체 OLED TV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로 60% 이상 점유율을 가져가는 판매 확대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 LG전자 ‘휘센 씽큐 에어컨’, 삼성전자 ‘무풍에어컨’
연초부터 에어컨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두 기업은 LG 휘센 씽큐 에어컨과 삼성전자 2019년형 무풍에어컨을 출시했다. 모두 AI와 공기청정 기능을 대폭 강화한 게 특징이다.
LG전자는 교감형 AI 기능을 내세웠다. LG 휘센 씽큐 에어컨은 사용자가 묻기 전에 먼저 말을 건넨다. LG전자 AI 플랫폼인 '딥씽큐’ 탑재로 주변환경과 사용자를 학습해 맞춤으로 운전하며 필요한 정보를 알아서 말해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신형 무풍에어컨을 출시했다. 신제품은 디자인에 큰 변화를 줬으며 필터 추가 탑재로 청정 기능을 강화했다. 여기에 뉴 빅스비 탑재로 AI 스피커 없이도 스마트홈 허브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프리미엄 제품인 만큼 가격도 만만치 않다. LG 휘센 에어컨 신제품 26종의 가격은 출하가 기준 285만~575만원이다. 무풍에어컨 가격은 58.5~81.8 m2의 냉방 면적과 벽걸이형 멀티 유무 등 제품 구성에 따라 설치비 포함된 출고가 기준 389만원~665만원이다.
■ 삼성전자 ‘삼성 제트’ LG전자 ‘코드제로 A9’
2017년 출시된 LG전자 ‘코드제로 A9’은 출시 8개월만에 누적 판매량 20만대를 돌파하며 다이슨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던 프리미엄 무선 청소기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잡았다.
이에 삼성전자는 오는 7일 프리미엄 무선 청소기 ‘삼성 제트’ 출시를 통해 프리미엄 무선 청소기 시장 저변 강화에 나선다. 삼성 제트는 배터리 개수·추가 브러시 종류 등에 따라 출고가 96만9천원~139만9천원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청소기 상품기획담당 정유진 상무는 "삼성 제트로 프리미엄 청소기 시장에서 지난해 대비 50% 이상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프리미엄 수요 더욱 증가할 것”
올해는 시장에서 프리미엄 가전 제품을 자주 만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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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유통 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프리미엄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다”며 “삼성과 LG가 이끄는 시장이지만 중견 가전업체들도 프리미엄으로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기존 백색 가전에 명품 개념이 가미되어 등장한 프리미엄 가전은 사물인터넷, 즉 모바일 및 네트워크 기술이 접목되면서 가전 시장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수요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프리미엄 수요 역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