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프온리] 스타트업 부부 천사 '이혜민·황희승'

“이용자 깊이 이해해야”·“좀 더 인내심 가졌더라면”

인터넷입력 :2019/01/17 18:45    수정: 2019/03/05 17:02

많은 청춘들이 부푼 꿈을 안고 생활 전선에 뛰어듭니다. 대부분은 직장생활을 택하고, 일부는 창업을 결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울타리 밖 세상은 사면이 절벽이고 찬바람이 쌩쌩 불기 일쑤죠. 그럼에도 그 외로운 길을 묵묵히 걸어간 선배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싶은 팁 하나만 알려달라고 말이죠. ‘이프온리’(If Only, 부제: 나의 실패 성공기)는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전하는 소망의 메시지를 하나씩 담으려 합니다. 그들의 실패 속에서 성공을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편집자주]

구겨진 교복을 입고 중학교 교정을 뛰놀던 한 남자와 여자는 약 20년이 지난 지금, 창업 경력이 거의 10년이나 된 어엿한 CEO로 성장했습니다. 동창에서 연인으로, 연인에서 부부가 된 둘은 현재 삼성동에 위치한 한 공유사무실에 둥지를 틀고 각기 다른 사업을 이끄는 리더이자, 서로를 응원하는 든든한 동반자가 됐습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핀다의 이혜민 대표, 잡플래닛의 황희승 대표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 다 4번 정도의 창업 경력을 가진, 그야말로 ‘창업의 달인’입니다. 의미 있는 성공도 맛봤지만, 쓰디 쓴 실패와 좌절의 경험도 있었습니다.

창업 9년차 이혜민 대표는 ‘글로시박스’(화장품 샘플 정기구독), ‘베베앤코’(유아용품 유기농 식자재 배송), ‘눔’(건강 코칭 프로그램)을 창업했고 2015년 말부터 금융 상품 정보와 추천 기능을 가진 ‘핀다’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이혜민 대표의 장난기 넘치면서도 다정한 남편인 황희승 대표는 26살 학교를 중퇴하고 9년 가까이 창업 전선을 누비고 있습니다. 그루폰코리아를 비롯해, ‘프라이빗 라운지’, ‘베스트플레이스’ 등 주로 커머스 사업에 많은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는 취업준비생이나 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들에게 유익한 ‘잡플래닛’이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연인에서 스타트업 업계 선후배로, 지금은 애틋한 부부이자 각자의 회사를 이끌어가는 심리적 동반자가 된 그들이 창업 후배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먼저 황희승 대표는 이전 커머스 사업을 할 때에는 숫자(매출)에 많은 힘을 쏟았다고 합니다. 똑같은 물건을 최대한 저렴하게 팔아 실적을 더 극대화 하는 것이 곧 성공의 잣대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채용 정보 플랫폼인 잡플래닛은 달랐습니다. 회사가 생각하는 것, 그리고 이용자들이 바라는 새로운 가치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듯 보이지만 황 대표는 “진짜 이용자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토로했습니다. 사용자 경험 자체를 좋게 만들어주는 게 모든 서비스의 핵심인데, 예전에는 잘 몰랐다고 합니다. 몰랐다기 보다는 “우리가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잘 만들면 대중들은 자연스레 좋아하겠지”란 생각을 했던 게 아닐까요.

이혜민 핀다 대표.

이혜민 대표는 ‘데스 밸리’라고 불리는 죽음의 계곡 앞에서 조금 더 끈기를 발휘하지 못했던 게 약간의 후회가 됐다고 합니다.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 궤도에 올랐고, 그 이상으로 가기 힘들다고 판단이 들 때 그만 지치고 말았던 거죠. 이혜민 대표는 “물론 굉장히 힘든 일이지만, 조금 더 한 문제를 진득하게 파지 못했던 점이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며 “더 풀어보려는 인내심과 노력, 그리고 도전을 더 했으면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전통 금융 시장을 뚫어야 하는 핀다 사업을 하는 지금, 조금 더 힘을 내고 투지를 불태우게 된다고 하네요.

앞으로 3년 뒤, 5년 뒤 두 사람은, 또 두 회사는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면 좋을까요. 황희승 대표는 “우리가 가진 데이터를 통해 회사가 더 많이 변화하고 행복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혜민 대표는 “3년 후 쯤 전 국민의 5분의 1 정도가 핀다를 통해 자기에게 필요한 금융정보를 잘 확인할 수 있는 일상적인 서비스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 대표는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직원들이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서로 다른 회사를 이끌어 가고 있지만 일터에서, 가정에서 하루 종일 마주치는 두 사람의 속내는 어떨까요. 두 회사 모두 삼성동 한 공유사무실에 위치하다 보니 출퇴근도 같이 하는데, 서로 다툰 날은 한기류 전선이 길게 뻗는 건 아닐까도 궁금했습니다.

황희승 잡플래닛 대표.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이미 학창시절부터 다져진 ‘끈끈한 우정’이 평온한 가정을 만든다고 하네요. 또 한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아닌, 서로 다른 회사를 창업해 이끌어 가기 때문에 일적으로 생기는 다툼도 없다고 합니다. 두 대표 모두 같은 창업가로서 부부란 점이 “정말로 도움이 많이 된다”고 자신했습니다. 사업과 경영에 있어 각자의 어려움을 한발짝 떨어져 바라보다 보니 서로 든든한 수호천사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반면 같은 회사를 이끌어 가는 건 두 사람 다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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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두 사람이 전혀 모르고 지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처음 만났더라면 어땠을까”란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이혜민 대표는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매력적인 대표님이시구나 생각했겠지만, 인연으로 발전했을지는 잘 모르겠다”는 아리송한 답을 했습니다. 그러자 “당연히 첫눈에 반했을 것 같다”고 앞서 모범 답안을 꺼냈던 황희승 대표는 “저도 (그냥) 핀다 대표님이시구나 하고 생각했을 것 같다”고 기존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일터에서도 가정에서도 서로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알고 이행하는 ‘아직도 청춘’인 두 대표가 걷는 길이 후배들에게 좋은 모범이 됐으면 좋겠네요.(영상편집: 유회현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