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환의 EV세상] 다시 가본 '신개념 전기차 충전소', 여전히 부실운영

충전방해금지법 단속 적용도 알 수 없어..지자체 골머리

데스크 칼럼입력 :2019/01/15 16:31

한국전력이 지난 2017년 10월 서울 을지로입구역 근처 한외빌딩 앞에 구축한 ‘신개념 전기차 충전소’는 가장 실패한 충전 인프라 구축 사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곳은 충전기 앞 주차면에 일반차량이 주차되도 충전에 문제가 없는 개념으로 제작됐다. 이를 위해 한국전력은 주차면에 전기차와 일반차량이 동시다발적으로 세울 수 있는 ‘EV 일반’ 문구를 새겼다.

한국전력은 또 해당 충전소에 이중주차를 해도 전기차 충전이 가능하도록 주차선 부근에 충전 케이블 매설용 철제라인을 구축했다. 이 케이블의 길이는 무려 6m다. 충전기 하나당 총 두 대의 전기차를 동시다발적으로 충전할 수 있고, 충전기 크기도 기존 공용 급속충전기보다 작아 ‘신개념 전기차 충전소’라고 불린다. 한국전력은 이 충전소 건설을 위해 1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 충전소 철제라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철제라인 일부가 일반 차량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파손됐고, 사람이 직접 수동으로 열고 닫을 수 있는 철판 덮개가 추가 설치됐다. 하지만 이 덮개는 건장한 성인 남성이 다루기에 무겁고, 모서리 부근이 날카로워 부상의 위험이 있다.

한국전력은 우여곡절 끝에 해를 넘겨 지난해 상반기에 한외빌딩 앞 신개념 전기차 충전소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1월 찾아간 서울시 한외빌딩 앞 신개념 전기차 충전소. 여전히 일반 내연기관 차량 주차로 가득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한외빌딩 앞 충전소는 전기차와 일반 내연기관차가 동시 주차 가능한 곳이지만, 열악한 관리로 인해 충전을 진행하는 전기차들을 살펴볼 수 없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약 1년이 지난 현재 충전소 모습은 어떨까? 올해 초 다시 한번 한외빌딩 앞 ‘신개념 전기차 충전소’를 찾았다.

이곳에 설치된 충전기 세 기는 별 이상 없이 정상작동됐지만, 점심시간 탓인지 일반 내연기관 차량들로 가득찼다. 순수 전기차가 이중주차까지 하며 충전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 이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충전소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심지어 이 곳이 전기차 충전소임을 알 수 있는 이정표나 간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외빌딩 앞 신개념 전기차 충전소는 누구나 충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공용 급속충전소에 포함된다. 이같은 충전소는 지난해 9월 21일부터 시행된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서울시는 일반차도 주차 가능하게 설계된 한외빌딩 전기차 충전소 단속 계획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화통화를 통해 “법안을 살펴보면 100면 이상의 주차면이 갖춰진 시설에 설치된 급속충전기를 대상으로 충전방해금지법 위반 행위를 단속할 수 있다”며 “한외빌딩 앞 충전소는 약 10대 가량 주차가 가능한 곳이라, 충전방해금지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골머리를 앓던 서울시는 산업통상자원부에 법적 유권해석을 의뢰해놓은 상태다.

서울시와 한국전력 등은 지난해 11월까지 양재 수소충전소, 우리은행 회현동 본사 등에 한외빌딩 전기차 충전소와 유사한 신개념 전기차 충전소를 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계획은 해가 지나도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회현동 우리은행 본사는 환경부가 설치한 전기차 급속충전기 총 두 대만 설치됐을 뿐 신개념 전기차 충전소가 구축되지 못했다. 양재동 수소충전소 인근 충전소 건설은 아직 착공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다행히도 이마트와 롯데월드몰 등 주요 대형 쇼핑몰 주차장은 10대 이상의 전기차들이 충전할 수 있는 충전소가 지어졌다. 일부 이마트 지점 충전소의 경우 세련된 디자인을 갖춰 진정한 신개념 전기차 충전소 이미지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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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자체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일부 전기차 급속충전기의 사용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위치와 주변 편의시설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이 대형 쇼핑몰의 충전소 구축 사례를 조사하고 배운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충전소 구축이 가능하다. 거의 유명무실해진 한외빌딩 앞 전기차 충전소 운영 보완계획이 나온다면, 누구나 쉽게 전기차 충전을 하면서 여가 생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