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를 확산시키려면 차 판매 못지 않게 충전 인프라가 잘 구축돼야 한다. 또 충전 인프라는 충전소 갯수를 양적으로 늘리는 것 못지 않게 이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잘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양적 성장에 집중한 나머지 질적 관리에는 아직도 미진한 상태다. 이에 대한 인식 개선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전기차는 국내에서 3만2천대가 보급됐다”며 “정부는 2022년까지 전기차 43만대를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8일 배포한 ‘자동차 부품산업 활력제고 방안’에서 현재 3천800여곳에 이르는 전기차 충전소 수를 오는 2022년까지 1만여곳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과 산업부의 발표내용을 살펴보면, 충전소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언급된 게 없다.
전기차 충전소 관리 방안 마련이 꼭 필요한 이유는 우리나라 날씨 때문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대형 할인마트, 편의점, 관광시설 등에 설치된 대다수 전기차 급속충전소는 비나 눈이 올 때를 대비한 가림막이 설치되지 않았다. 야외에서 충전해야 하는 전기차 오너들은 비나 눈을 맞으면서 충전을 진행해야 한다.
가림막이 없는 야외 전기차 급속충전기는 특히 겨울에 더 위험하다. 눈이 많이 올 경우, 충전기 주변에 블랙 아이스가 생겨, 운전자들의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
국내 공공 급속충전기 운영을 담당하는 한국자동차환경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1월 “5기 이상의 충전소에는 표선 해수욕장과 같은 캐노피를 설치할 수 있다”며 “하지만 2기 이하의 충전기가 설치된 충전소의 경우, 주차면의 절반 이상을 캐노피로 채우면 안되는 실외 충전기 설치 규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규정은 1년이 지나도 전혀 개정되지 않고 있다. 눈과 비가 자주 오는 우리나라의 기후 상황을 제대로 반영시키지 못한 결과다. 정부의 움직임이 없다면 날씨 등으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전기차 운전자가 더 많아질 수 있다.
완속충전기 확대에 대한 정부의 정책 마련도 나오지 않고 있다.
평균적으로 우리가 전기차 배터리를 0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다. 이는 50kW 급속충전기 충전 기준이며, 정부는 현재 일부 고속도로 휴게소에 100kW 초급속 충전기를 추가 설치하고 있다.
이 정책은 전기차 전문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에 출시된 전기차는 대다수 리튬이온배터리를 쓰고 있다. 이 배터리는 급속 충전 환경에 자주 노출될 경우 스마트폰처럼 수명 유지에 치명적일 수 있다. 배터리 수명이 치명적일 경우 추후 중고차 시세에서도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가 활성화되려면, 직장 건물 내 완속충전기 수 확대가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완속충전기 확충에 적극적인 회사에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면 회사로서는 충전기 설치에 대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운전자에겐 충전 시간과 충전소 찾기에 대한 부담감을 놓을 수 있다.
전기차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아직 부재하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구조를 살펴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차 산업 발전 방안, 충전소 확충 계획을 마련하는데 전념한다. 환경부는 전기차 국고보조금 지급 방안을 맡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전기차보다는 자율주행차 시범 운영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전기차와 미래차를 집중적으로 운영하는 기관은 아직까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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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사이트에 따르면, 10일 기준 국내 급속충전기 수는 3천500여개, 완속충전기 수는 5천200여개에 이른다. 현재 건설중인 충전기 수를 고려한다면 급속충전기 수와 완속충전기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정부가 진정 전기차를 4차산업혁명 시대 필수라고 본다면 보다 세밀한 정책 마련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