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MBC 방송국의 '전지적 참견 시점'을 보다 크게 놀란 적이 있다. 최근 대세로 떠오른 개그맨 박성광의 임송 매니저가 예금과 적금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방송에서 임 매니저는 한 은행 창구를 찾아 가 "예금과 적금의 차이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또 전세 보증금 대출 서류를 한꾸러미 받아온 후 "임대보증금을 혹시 아느냐"고 개그맨 박성광에게 묻기도 했다.
비단 이는 임송 매니저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직 대학생인 남동생도 체크카드와 신용카드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해 전화를 걸기도 했으며, 살림 경력 30년차인 어머니는 '미즈사랑'이라는 대부업체의 1개월 이자 무료라는 광고에 솔깃해 돈을 빌리기도 했다. 즉, 특정 직업군이나 연령대만 금융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였던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전국 만 18세 이상 79세 이하 개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6년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금융 이해력 점수는 66.2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INFE(International Network on Financial Education)가 정한 최소목표점수 66.7점에도 미치지 못했다.
다소 낮은 국내의 금융 이해력은 금융 교육의 부재와 더불어 금융사의 지속된 잘못된 관행이 어우러져 나온 결과다. 금융감독원은 수년 전부터 금융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교사들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성과가 쉽사리 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이 아르바이트 등에서 맞닥뜨리는 현실과 학교에서 진행하는 교육 과정이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은행을 찾아 통장을 만드려면 '근로소득'이라는 낯선 용어와 마주치게 된다. 또 '입·출금 통장'이라는 들어보지 못한 단어도 이해해야 한다.
생소한 금융 용어와 조우한 이들은 금융회사로부터 거리감을 갖게 만든다. 임대·임차인·차주 등 어려운 한자어는 물론이고 신탁·예치·기한연장·익월·영업일·환율 스프레드·우대금리 같은 실생활과 동떨어진 용어도 많다. 굳이 빌린 돈의 이자를 금리로 표현하거나 대출을 받은 사람을 차주로 지칭할 이유는 없다.
바쁜 은행 창구 직원들도 자신이 늘 보고 접했던 지식을 기반으로 설명하는 게 부지기수라, 고객들은 결국 의문만 품고 발길을 돌린다. 차라리 포털사이트에서 블로거가 쓴 글을 보는 게 이해가 더 쉽기 때문이다.
은행은 새해를 맞아 다양한 사회공헌을 기획하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도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금융 이해력을 높이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일이다. 금융은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하는 일이다. 한평생 경제생활에서 금융사의 도움없이는 살아가기도 어렵다. 자칫 잘못해 대부업체에 돈을 빌린다면 빌린 돈보다 더 많은 이자를 물어야 할 수 있다. 아니면 자신이 일생동안 벌은 돈을 잘못 투자해 한 평생 금융회사 직원을 원망한 채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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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은 어려운 약관 용어를 고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단어로 인해 불거지는 분쟁의 소지를 줄이고, 고객 민원을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은행도 단어를 쉽게 바꾸고 한자어와 외래어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자정이 필요하다. 젊은 고객을 모으기 위해서 유명 가수나 배우를 모델로 섭외하기 보다는 금융 교육과 눈높이에 맞는 설명과 단어 선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