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노동조합(노조)가 8일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서울 도심 지역 내 KB국민은행 지점들에서 고객 불편은 우려처럼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파업 당일을 피해 고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지점 창구는 대체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다만 파업 참가 직원들이 많은 지점의 경우에는 본부 지원 인력과 부지점장 이상 고참급 직원들이 현장에 투입돼 익숙하지 않은 업무를 진행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기자가 찾은 KB국민은행은 총 네 군대로 거점점포인 서울 서대문구 KB국민은행 홍제역지점과 종로구 KB국민은행 독립문역지점·광화문역지점·중구 KB국민은행 무교지점이다.
거점점포인 홍제역지점은 은행 개점 시간인 오전 9시 찾았다. 입구에서 고객들은 지점에서 부착해 둔 '사과문'을 읽고 있었다. 사과문에는 '8일 하루, 고객님께 불편을 끼쳐드리게 되어 대단히 죄송하다. 노·사간 원만한 합의를 이루기 위해 양 측 모두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총파업이라는 안타까운 결과로 고객님께 큰 불편을 끼쳐드리게 됐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를 유심히 보고 있던 고객이었던 홍제동 주민 양귀순(63·여)씨는 "문 열었으니 됐다"며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은행 객장 내에 들어서니 파업 여파가 실감됐다. 직원들이 꽉 들어찼던 창구지만, 이날은 2명의의 직원이 '부재중'이라는 문구를 띄운 채 자리에 없었다. 또 은행 창구 내에 부지점장 및 팀장들이 업무를 대체해 창구 연령의 평균을 높이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거점점포인 만큼 거래액이 큰 기관고객의 거래도 무리없이 소화하는 모습이었다.
KB국민은행 독립문역지점에는 워낙 소규모 점포인 만큼 파업에 참석한 직원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직원은 "마음은 파업 현장에 가있다"며 "파업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서 그런지 객장 내 손님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실제 KB국민은행 전국 지점들은 파업으로 고객 불편을 초래할까봐 7일 파업이 진행될 수 있다는 안내문을 부착해뒀다.
직장인이 점심 시간 틈을 내 찾을 법한 KB국민은행 무교지점과 광화문역지점도 찾았다. 예전 같으면 직장인 고객으로 대기가 길어질 법도 하지만 은행 내부에는 3명의 손님만 상담을 받고 있었다. 무교지점에서 안내를 도왔던 직원은 "파업 예고문을 미리 붙여놔서인지 사람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광화문역 지점에는 사과문과 함께 요구르트와 귤, 비스킷 등을 구비해놓고 고객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다만 창구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도 간혹 배치돼 이곳저곳에 자문을 구하거나, 잘못된 설명을 전달하는 직원도 보였다. 서울 시민이라는 김종현㉝씨는 "직원이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해 옆 직원한테 다시 큰 소리로 불러주더라"라며 "개인정보인데 뭔가 불쾌감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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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점에서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보다 파업으로 인해 서울 도심 지역의 KB국민은행을 찾는 기자들이 많다 보니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곳도 있었다. 한 직원은 창구 사진을 찍는 한 기자에게 다가와 "창구를 찍으면 안된다. 직원들의 얼굴이 나오기 때문"이라며 "내가 갑자기 기자 사진을 찍으면 기분이 좋겠느냐. 안내문이나 사과문을 찍는 것으로 해달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편, 이번 총파업에 KB국민은행 직원 5천여명이 참석했다고 추정했으며 KB국민은행 노조 측은 9천500여명이 참가했다고 추산했다. KB국민은행 파업일의 영업점 혼선을 줄이기 위해 본부 인력을 투입했으며 전국 1천58개 지점을 정상적으로 모두 오픈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