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정보를 검색, 확인할 수 있는 포털은 현대인에게 필수 요소다.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다루는 의료 업계에도 포털이 있다면 환자를 정밀하게 진료, 치료하거나 새로운 의료기술, 의료기기, 신약 등을 개발하는 시간이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빅데이터기업 라인웍스(Linewalks)가 의료 데이터 포털 개발에 뛰어든 이유다.
최근 기자와 만난 조용현 라인웍스 대표는 “의료인이 봐야할 데이터를 더 잘 볼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 쉽게 말해 의료 데이터 포털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를 소개하는 문구 ‘빅데이터(Big data), 데이터 디자인(Date Design)’에도 이같은 사업 방향이 녹아있다. 방대한 빅데이터 속에서 가치 있는 데이터를 찾아내 제공하는 것이 라인웍스의 기업 철학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다닐 때부터 데이터 활용에 관심이 많았던 조 대표는 2014년 라인웍스를 설립했다. ETRI, 정보기술(IT) 기업 출신 데이터 전문가들로 회사를 꾸린 그는 의료 영역이야말로 데이터 활용으로 큰 진보를 이룰 수 있다고 봤다.
의료 데이터 포털은 의료 현장에서 데이터 활용의 첫 단계인 검색부터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많았다.
조 대표는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은 병원 밖으로 나갈 수 없고 클라우드 업로드도 최근에야 사례가 나오고 있는데다 활용은 여전히 어렵다”며 “의료진이나 교수가 어떤 환자가 과거 어떤 진료, 처방을 받았는지 예후는 어떤지, 비슷한 유형의 환자 예후 등 기록을 참고하려면 매번 기록을 검색, 분석, 분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간이나 인력, 비용 낭비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를 진료할 때도 필요한 참고 자료를 바로 찾을 수 있다면 맞춤형 진료에 도움이 되지만 시간이나 여건이 따라가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 유사 데이터 출력해 맞춤 진료 돕는다
라인웍스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아산병원과 협력해 임상적으로 유사한 다른 환자 진료 기록을 검색, 불러올 수 있는 솔루션 ‘엠디웍스 엑시(MDwalks EXI)’를 개발 중이다. 라인웍스는 방대한 EMR에서 현재 진료 중인 환자와 유사한 유형 환자 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정확하고 신속하게 찾아내 제공하는 데 기술력을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나 다음에 검색어를 입력하듯이 특정 환자 데이터를 입력하면 즉시 유사 환자 데이터들을 볼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엠디웍스 엑시는 지금 진료하는 환자와 진단이나 처방, 시술법, 연령, 성별 등에서 유사한 다른 환자 진료 기록을 즉시 불러내 참고할 수 있게 한다. 참고한 데이터에서 어떤 약이 쓰였는지, 예후나 활력 징후(vital sign) 등을 볼 수 있으니 환자를 좀 더 정밀하게 진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큰 병원을 찾는 고령 환자는 합병증을 앓는 경우가 많아 참고할 만한 과거 진료기록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운데 이같은 상황에서 특히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밀 의료 플랫폼에 관심이 많은 국내 다른 대형병원들도 엠디웍스 엑시와 유사한 검색 기능을 중심으로 플랫폼 개발을 추진 중이다. 라인웍스는 선제적으로 개발 완료해 연내 서울아산병원에서 엠디웍스 엑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엠디웍스 엑시는 유사 환자들 데이터를 이용해 진료 중인 환자의 특이한 징후도 조기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알고리즘에 따라 특정 데이터를 검색, 출력하는 원리를 이용해 특정 질병 환자가 자주 처방 받거나 함께 처방받는 의약품 목록, 특정 질환에 걸릴 확률, 의약품별 효과, 환자의 타임라인 등 다양한 검색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 AI를 적용해 환자 재입원률이나 특정 질환 재발률 예측 모델도 가능하다.
제약사나 의료기기 업체 입장에서도 신약이나 새로운 의료기기를 개발하기 앞서 시장 잠재 수요나 규모를 파악하거나 개발 방향을 결정하는 데 참고할 만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조 대표는 “방대한 의료 데이터에서 어떤 데이터를 검색, 분석하느냐에 따라 특정 질환 환자가 어떤 질병에 쉽게 걸리는지, 의약품 공급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판매 규모는 어떤지 등 구체적인 실태를 파악할 수 있다”며 “엠디웍스 엑시는 이처럼 다양한 검색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솔루션의 첫 단계다. 의료진이나 제약사, 의료기기 업체 등이 원하는 용도에 맞춰 알고리즘을 개발하면 활용성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활용성이 좋다보니 협력 중인 의료기관이나 제약사 등에서 엠디웍스 엑시 개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있다고 조 대표는 말했다. “병원 의료진과 제약사에서 이런 작업도 가능한지 아이디어를 주면 실제 가능한지 시험하며 기능을 고도화 중이다. 서울아산병원과는 심혈관계 질환 재발생률 예측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 “의료 데이터 다루니 공익성 생각해야죠”
라인웍스는 엠디웍스 엑시 외에도 공익적 효과가 기대되는 다른 사업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6월엔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심리부검센터의 ‘경찰 수사기록을 통한 자살 사망자 조사 데이터 분석 및 데이터 시각화 플랫폼 구축’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가 자살예방 대책과 지역 맞춤형 자살예방 전략 수립을 위한 데이터 분석에 들어갔다.
“그동안 자살 관련 데이터가 지역별로 파편화돼 있었지만 중앙심리부검센터가 행정 구역 단위별로 통계자료를 만들고 체계적으로 분석하려는 최초 시도에 나섰다. 라인웍스가 협력해 올해까지 전국 시군별로 통계자료가 나올 계획이며 건강보험 데이터와 함께 활용하면 자살 예방 정책 수립 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라인웍스는 ▲엠디웍스 인포(MDwalks INFO) ▲엠디웍스 리포트(MDwalks REPORTS) ▲엠디웍스 애널리스틱(MDwalks ANALYTICS) ▲엠디웍스 알앤디(MDwalks R&D) ▲메디맵(medimap) 등 솔루션도 개발해 일부는 무료 서비스 중이다.
엠디웍스 인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데이터에 기반해 모든 의약품주성분과 치료 재료 사용현황 차트를 제공한다. 엠디웍스 리포트는 주제별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고서 형태로, 엠디웍스 애널리스틱은 웹 형태로 제공한다. 엠디웍스 알앤디는 데이터 기획부터 분석 모델 개발까지 데이터 분석 전과정을 고객 요구에 맞춰 제공하는 서비스다. 메디맵은 의료기관 데이터 지도 서비스도 지역별 의료기관 위치, 밀집도, 개폐업 등을 제공한다.
조 대표는 “의료 데이터는 공공성이 강한 만큼 라인웍스는 공익성 있는 사업을 고려한다. 같은 맥락에서 수익성을 떠나 엠디웍스 인포나 메디맵은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며 “메디맵은 정부 관점에서 의료 사각지대를 분석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인웍스는 장기적으로 암이나 정신과 치료, 신약 개발, 임상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검색, 분석할 수 있는 솔루션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의료기관 대상 의료 빅데이터 기반 컨설팅도 고려 중이다.
조 대표는 “엠디웍스 엑시를 통해 환자 치료에 필요한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게 됐으니 향후엔 임상 연구, 신약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도 뽑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의료기관에 컨설팅도 제공하는 것도 장기적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인웍스는 의료 빅데이터 분석 모델 설계 경쟁력을 인정받아 현재 국내 대형 병원을 비롯해 국내외 제약사, 디지털 헬스케어기업, 의료기관 등으로부터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부터 19억원 투자를 받았으며 카카오그룹과의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협력이 기대된다. 조 대표는 라인웍스가 데이터 분석 기술 풀스택 기술력을 가진 국내 유일기업으로서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서도 활발하게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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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표는 “설립 후 5년 정도 지났는데 그동안 데이터 수집과 정제, 추출, 분석하는 시스템 개발 역량을 밑바닥부터 다지며 만들어왔다. 덕분에 파트너와 고객이 요구하는 기능을 유연하게 적용한 데이터 정제, 추출 솔루션 개발이 가능하다. 현재 라인웍스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국내 없다보니 의료업계에서 관심과 협력 문의가 많다”며 “앞으로도 해당 기술력을 계속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해에도 좋은 국내외 파트너들을 발굴해 협력하고 당사 솔루션을 유통할 수 있는 퍼블리셔와도 협업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