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가 호기심 더 자극하는 이유는

[조중혁 칼럼] 상상 못할 얘기들 많아…그래서 더빨리 유포

전문가 칼럼입력 :2019/01/03 13:56    수정: 2019/01/03 14:03

조중혁 IT칼럼니스트
조중혁 IT칼럼니스트

유력 인사인 홍준표, 유시민 씨 등이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다면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바라보는 관점은 다르다. 하지만 가짜뉴스가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은 같은 것으로 보인다.

가짜뉴스가 위험한 건 내용 때문만은 아니다. 엄청나게 빠른 유포 속도 역시 무시 못할 위험요소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은 지난 해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전파 속도가 6배가 빠르다는 내용의 논문을 유명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MIT 연구진은 가짜 뉴스가 1천500명에게 도달하는데 평균 10시간이 걸리는 반면, 진실된 뉴스는 60시간이 걸렸다고 이야기했다.

(사진=사이언스)

이를 위해 트윗이 많이 된 뉴스를 진실된 뉴스와 가짜 뉴스로 분리한 후 도달시간을 분석했다. 2016~2017년 사이 300만 명 이상이 450만 회 이상 트윗한 12만6천285건이 분석 대상이었다.

이런 연구가 있는 것은 해외에서도 가짜뉴스가 큰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터넷에서 크게 주목 받아 해외 언론도 가세했는데 결국은 가짜로 판명된 대표적인 이야기를 몇가지 소개한다.

첫째, 파리 테러 당시 무슬림 보안요원이 영웅이었다는 소문이다. 프랑스 일드프랑스주 생드니에 있는 축구경기장에 자살폭탄 테러를 하려는 사람을 Zouheir란 무슬림 경비원이 목숨을 걸고 막아서 돌려보냈다는 이야기였다. 독일과 프랑스 경기에 티켓을 가지고 입장하려고 했는데 폭발물을 설치한 조끼를 입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입장을 막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 당일 자살 폭탄범이 입장하지 못해 문 앞에서 폭탄을 터뜨려 현장에서 숨졌다.

하지만, 언론은 그의 종교를 문제삼아 보도를 하지 않았다는 글이 온라인상에서 떠돌았다. 그의 이름은 트위터에서 8천번 이상 언급됐다. 또 관련 사연은 트위터에서 4만5천회 이상 리트윗됐다. 페이스북에서도 9천500회 이상 공유됐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공유된 글은 월스트리트저널 2015년 11월 14일자 기사를 근거로 한 것처럼 가장했다.

하지만 널리 퍼진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사는 보안요원인 Zouheir에게 들은 이야기를 취재한 것이긴 했지만 자살폭탄 테러를 막았다는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보안 요원이었지만 현장에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가 자살폭탄 공격을 막았다는 이야기는 잘못이었다.

(사진=사이언스)

또한, 그가 무슬림이어서 언론이 잘 알리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도 거짓이었다. 월스트리트 기사에는 그의 종교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BBC는 Zouheir 이야기가 또 다른 파리 테러에서 카사 노스트라 식당의 바텐더가 총을 맞고 거리에 쓰려져 있던 여성 2명을 구해 지하실로 데리고 가서 숨겨 주었던 무슬림 청년의 이야기를 혼합해서 만들어진 헛소문인 것 같다고 보도했다.둘째, 보스턴헤럴드 칼럼니스트이자 라디오 진행자로 유명한 겔리 칼라한은 노아 갤러웨이가 ESPN이 선정한 가장 용감한 사람 2등으로 뽑혔다는 글을 온라인에 올렸다. 그의 글은 7천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으며, 9천 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노아 갤러웨이는 이라크 전쟁에서 수의사로 활동했고 한쪽 팔과 한쪽 다리를 절단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단거리와 장거리 육상선수로 활동하고 있어 유명 잡지인 멘스헬스 표지 모델을 하기도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이었다.

ESPN은 자신들은 2등을 선정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혹시 그가 최종후보에서 떨어졌을 것이고 추측할 수 있는데 내셔널 리뷰는 노아 캘러웨이가 수상 후보에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2015년 인터넷 상에선 유명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이 트럼프의 대통령 출마를 이미 2000년에 예측했다는 소문이 유포됐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동영상을 보면 트럼프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연설을 하거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장점이 실제와 매우 흡사해 보인다.

하지만,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 이 영상은 누군가 유튜브에 애니메이션 지배(Animation Domination)라는 이름에 포함된 ‘트럼프 항해 (Trumpastic Voyage)’라는 짧은 영상으로 2015년 7월에 만들어서 올린 것이었다. 트럼프는 2016년 대통령 후보가 되었고 2015년부터 관련 소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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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가 진짜뉴스보다 더 매력적인 것일까? 전문가들은 가짜뉴스가 주는 신선함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진실된 뉴스는 대부분 우리가 예상할 수 있고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실제로 발생한 것이고 진짜 뉴스이다. 하지만, 가짜뉴스는 우리가 쉽게 상상하지 못하는 일이고 발생한 가능성이 적은 일이다. 그렇기에 더 많은 사람이 진짜 뉴스보다 호기심을 느끼고 이를 공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짜뉴스는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다. 사회 구성원간의 갈등을 만들고 신뢰를 하락시키는 원인이 된다. 가끔은 사회 구성원들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게 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기도 한다. 가짜뉴스가 위험한 이유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종혁 IT컬럼니스트

문화체육부 선정 '올해의 우수 도서'로 선정 된 ‘인터넷 진화와 뇌의 종말' 저자이다. 96년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지였던 '월간 인터넷' 기고로 글쓰기를시작하였다. 02년 '서울시청 포털' 메인 기획자로 일을 했다. '서울시청 포탈'은 UN에서 전자정부 세계 1위로 대상을 수상해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기틀이 되었다. 미래부 '월드IT쇼' 초청 연사, 콘텐츠진흥원 심사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동 통신사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