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 산업 초격차 유지를 위해 추진하는 대규모 클러스터 사업이 지방자치단체간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유력 후보지로 떠오른 경기 용인시를 비롯해, SK하이닉스 공장이 위치한 경기 이천시와 충북 청주시에서 정부 구상에 대한 찬반 여론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에 정부는 "클러스터가 들어설 입지는 내년 상반기 중 최종 확정될 방침"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 이천시의회는 전날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에 대한 결의문'을 채택하고, 정부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이천 지역에 건립해달라'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천엔 지난 2015년 완공된 M14와 이달 착공한 M16 공장 등이 위치해 있다.
홍헌표 이천시의회의장은 "SK하이닉스는 현대전자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36년을 이천시에서 기업을 운영해 오는 동안 법정관리와 구리공정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이천 시민들이 함께 응원하고 투쟁하며 어렵게 지켜온 이천의 시민기업"이라며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이천시에 건립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대·중소 상생형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사업 계획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부품·소재·장비사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신규 산업단지엔 내년부터 10년간 민간자본 120조원이 투입돼 반도체 팹과 중소 협력사의 스마트공장,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공간 등이 꾸려질 예정이다.
유력 후보지가 경기 용인시 일대라는 내용이 업무보고자료를 통해 일부 언론에 노출되면서, 각 지역이 유치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낸드플래시 양산 거점인 M15 공장 등이 위치한 충북 청주는 정부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수도권에 치우쳐 있어 국가균형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청주시의회는 20일 이와 관련한 반대 건의문을 채택했다.
시의회는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한 수도권 편중개발은 과밀집중 등 국토불균형을 가속화시켜 지방소멸이 앞당겨 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용인시의회도 지난 21일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용인 유치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표 발의자인 남홍숙 시의원은 "용인에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과 부품, 소재, 장비 업체가 들어선다면 용인-이천-화성-평택으로 연결되는 거대 첨단산업 벨트가 형성돼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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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클러스터 입주지에 대해서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반도체 클러스터는 현재 협의를 진행 중인 사안이고, 최종 입지는 내년 상반기 중에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아직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나 지역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