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유료방송시장의 최대 화두는 IPTV-케이블 사업자 간 인수합병(M&A)의 성사 여부가 될 전망이다.
특히, LG유플러스의 행보가 주목된다. 앞서 2016년 CJ헬로 인수에 나섰다가 불발에 그친 SK텔레콤이나 합산규제 부활이란 규제 리스크의 부담을 안고 있는 KT의 경우 M&A에 먼저 나서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이달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상반기 쯤 (케이블TV 인수합병 추진) 결정이 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 LG유플러스發 지각변동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합병 성사 여부에 따라 내년 유료방송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LG유플러스-CJ헬로 합병이 성사될 경우 SK텔레콤과 KT도 바뀐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에 따라 인수합병 전면전에 나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IPTV 사업자 간 충성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콘텐츠 투자도 이전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1위 콘텐츠 사업자 넷플릭스가 LG유플러스와 제휴, 국내 홈 미디어 시장 장악에 나섰기 때문이다.
■상반기 케이블 인수전 윤곽
지난 2월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료방송시장의 재편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집중돼 왔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19일 "내년 상반기 쯤 (케이블TV 인수합병 추진) 결정이 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인수 대상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덧붙였지만, 업계는 CJ헬로 인수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다. 현재 CJ헬로의 시가총액은 7천141억원이다.
가입자 수는 지난 3분기 기준 아날로그 151만9천220명, 디지털 270만1천308명을 더해 총 422만528명이다. 가입자가 감소 추세이긴 하나 인수가는 1조원 가량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1분기 말 기준 CJ헬로 방송 가입자는 425만명"이라며 "디지털 가입자 당 가치를 40만원, 아날로그 가입자를 25만원으로 가정할 경우 가중평균한 가입자 당 가치는 약 34만5천원 수준이며, 전체 규모로는 1조4천700억원"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서초 권역을 현대 HCN에 매각한 딜라이브 매각 협상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딜라이브 매각은 지난 2015년부터 추진돼 왔다. 달라진 것은 KT와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의 합산 시장점유율을 3분의 1로 제한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지난 6월 일몰되면서 KT도 M&A 주체로 나설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KT 계열사의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은 지난 상반기 기준 30.86%다. 합산규제 일몰 전에는 케이블TV 인수를 고려할 수 없었다. 일몰 이후 KT는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한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KT는 지난 11월 "KT스카이라이프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여러 가지를 검토 중"이라며 M&A 참여 의향이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딜라이브, KT스카이라이프 노조도 KT스카이라이프의 딜라이브 인수가 추진되고 있다며 입을 모은다.
KT의 유료방송 M&A는 국회가 오는 2월로 방송법 합의안을 마련키로 한 점이 변수다. 합산규제 연장 내용이 담길 경우 케이블TV방송을 인수하기 어렵다.
지난 2014년 CJ헬로 인수를 추진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벽에 가로막혔던 SK브로드밴드도 LG유플러스나 KT가 인수합병에 나설 경우 다시 한 번 뛰어들 태세다.
업계에서 거론되는 대로 유료방송 M&A가 추진될 경우 지난 상반기 기준 시장점유율로 따져보면 KT는 37.31%, LG유플러스는 24.43%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각각 업계 1위, 2위가 된다. 3위가 될 SK브로드밴드(13.97%)와 점유율 격차가 상당하다. 4위 사업자인 티브로드(9.86%)의 행보가 관심을 끄는 이유다.
반면 SK브로드밴드가 딜라이브를 인수하면 20.42%의 점유율을 기록, 1·2위 사업자와 격차를 크게 벌리지 않게 된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와 CJ헬로 합병이 사실상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SK텔레콤이 KT의 딜라이브 인수 시도를 방관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동통신사들이 수익성이 악화되는 이동통신 사업 대신 IPTV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경쟁사들이 M&A로 치고 나가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딜라이브 매각가는 논쟁이 있다. MBK파트너스는 딜라이브를 2조2천억원을 지불하고 인수했다. 그러나 인수 이후 IPTV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케이블TV방송 수익성이 악화돼 왔다. 1조원 내외에서 중반까지의 가격이 언급되지만 이에 호응하는 사업자가 없었다.
딜라이브 모회사인 특수목적회사 국민유선방송투자가 지난 2016년 6월 연장한 인수금융 만기는 내년 7월이다. 이때까지 약 2조1천억원 가량의 채권을 상환하도록 돼 있다. 매각이 시급한 상황이다.
■'콘텐츠 차별화' 유료방송 투자 핵심 전략으로
유료방송 업계는 각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독점 콘텐츠 수급에 나선 상황이다. 이 같은 기조는 내년에도 유지될 전망이다.
지난해 초 당시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오는 2021년까지 5년간 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콘텐츠 투자 계획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월에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년 대비 자사 OTT 옥수수의 독점 콘텐츠 투자 금액을 3배 이상 늘릴 것이라면서 자사 가입자 수 확대 이유를 독점 콘텐츠를 통한 서비스 차별화에서 찾았다.
업계 1위 사업자인 KT도 IPTV 콘텐츠 투자에 적극적이다. 지난달 KT는 가상현실(VR) 기기 '기가라이브TV'를 출시하면서 VR 콘텐츠 투자 확대 방침을 밝혔다. 올해 투자한 25억원보다 많은 금액을 내년 투자하겠다는 것.
내년 모바일 서비스가 상용화되는 5G 망과 VR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1인방송 콘텐츠도 유료방송 플랫폼에서 선보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아프리카TV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LG유플러스도 독점 콘텐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유튜브 키즈 콘텐츠를 내세운 키즈 콘텐츠 브랜드 '아이들나라'가 시장에서 흥행한 뒤 IPTV 콘텐츠의 브랜드화를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올해 출시된 아이들나라의 2.0 버전의 후속 버전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 콘텐츠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 콘텐츠 연합 플랫폼 푹도 지난 11월 자체 드라마 제작을 시작하면서 독점 콘텐츠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 21일 첫 자체제작 드라마 '넘버식스'를 공개하면서 김준환 푹 대표는 "자체제작 콘텐츠 투자를 단계적으로 늘려갈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CJ ENM은 지난 3분기 기준 미디어 사업부 최고 매출,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내년에는 콘텐츠 투자와 함께 해외 판로 확대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드라마 콘텐츠의 제작·유통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사 지분 활용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며 "(스튜디오드래곤 지분을)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부분은 미래 성장을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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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에는 계열사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가 결성하는 콘텐츠 커머스 융합 펀드에 200억원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출자 목적으로 미래 성장 동력 유망 벤처 기업 발굴 및 투자를 들었다.
이날 CJ ENM은 스웨덴 소재 글로벌 콘텐츠 유통사 에코라이츠의 경영권 지분도 인수했다. 자사 방송 콘텐츠 또는 포맷 판매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CJ ENM 관계자는 "에코라이츠는 유럽, 터키 시장 유통 네트워크에 강점이 있다"며 "글로벌 세일즈 시너지를 통해 유럽 진출에도 힘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